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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제주 둘째날 (전망대-선작지왓-영실)

 


내 생애 인생샷은 무수히 많다
가슴으로 솟구쳐 오르던 뜨거운 감동의 순간도 너무나 많다 ᆢ

백두대간 시절은  매 격주마다  경이와 감탄이었다 .
계방산에서 하늘 가득  줌추며 내려오던 눈은

삶의 환희를 느끼게 해주었다 ᆞ

환장하고 기절할 풍경

김영갑이 말하는  

대자연의 오르가즘과 엑스터시의 순간은 너무도 많다.

어떤 풍경  앞에서 눈물이 났던 적이 있는가 ?
내 기억에는 세 번의 눈물이 남아 있다.


홀로 백두대간  종주를  완주하던 날 

천왕봉에서 떠오른 찬란한  태양을 마주 했을 때 .

 

마눌과 백대명산 중  곰배령을 넘어 점봉산가는 길의 황홀한 풍경을  보았을 때

그리고 퇴직후 떠났던 내 지난날의  어느 길목에서 벽에 걸린   달력의 풍경이 뛰쳐나오고

내가 그 풍경의 한 점이 되고, 한마리 새가 되고  

 그 빛과 바람과 향기에 취한  채  눈 부신 햇살과 구름 사이로 날아 올랐을 때

난 기억한다.

내 심장과 뇌를 때리던 숨이 멎을 것 같은 충격과 전율을

그리고 내 눈에서 흐르던 그 진하디 진한 감동의 눈물을…..

 

세월이 덮는 망각의 수의와
유한한 기억에 감사하라

아이처럼 천지난만 하고
삶의 길목에서 문득 만나는 아름다움에도 쉽게 흔들리는

여리고 순수한 너의 마음에 감사하라

인생 최고의  풍경이라고 말하고  다음 번에는 그것보다 더한 풍경을 찾아내야  행복을

느낄수 있는 건  아니니  얼마나 다행인가?

메마르지 않은 가슴은 한줄기 감동의 미세한 파동도 놓치지 않고 스쳐지나 가는 시간과

사라져 가는 아름다운 것들에 기쁨으로 공명한다..

 

우린 남들과 비교하면서 스스로를 괴롭히고  점점 작게 만들어 가면서도 풍경을  비교

해가며 바보처럼 실망하지 않는다.

 

내 기억 어디에도 그렇게 장쾌하고 후련한 영실의 등로는 없었다.

나한상과 병풍바위의 웅장함도 없었다.

하지만 난 오늘도 태고의 역사가 숨쉬는 장엄한 그 길을 걸어 내리며 살아가는 날의 기쁨과

감동에 젖었다.

 

6월의 그 길은 

일망무제 트이는 드 넓은 제주 중산간을 바라보는 후련함과  

바다에서 거칠것 없이 불어 오는 시원한 바람이  압권이다.

바다는 멀리 있어 보이지 않지만 거기 있음을 알고

우린 그 길에서 또 다른 바다를 만난다.  

파도처럼 넘실거리는 초록바다와 드문 드문 떠 있는  분홍 꽃섬이 참으로 아름다운 길이다.

초록바다가 잔잔해지면 돌아보라 !.

거대한 해일이 너의 등 뒤에서 일고 있는 모습을...

느껴 보라  네 가슴에서 출렁이는 바다를 ....

그리고 들으라  !

시간의 전차가 굉음을 울리며 너를 쫒아 오는 소리가 사라진  그 고요의 소리 !

 

하산하여 노꼬메 오름에 오르겠다는 것은 욕심이었다.

우린 8시간을 한라산 위에서 신선처럼 노닐다 보니 긴긴 날이어도 택시를 불러 어리목으로

회귀하여 숙소까지 이동하는 시간도 빠듯했다.

우린 숙소에 여장을 풀고 동문시장으로 가서 펄펄 뛰는 회를 앞에 놓고 그렇게 아름다운

날의 여행을 자축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