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0월 영남알프스 9산 11봉 태극종주의 길동무 뫼오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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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하는뫼오름님
거기 달마산이 있다.
남도의 태양과 달빛에 익어가고 해풍에 맑게 씻기운 힘차고도 수려한 산
세월은 너울너울 날도 흘러 갔고
나도 남도의 장 맛처럼 그렇게 곰 삭아 갔다.
달마산은 통산 네 번 째 인 것 같은 데 첫 번 째는 기록에 남아 있지 않다,
2013년 봄 귀연 산친구들과 갔고
2019년 겨울 청백 산우들과 갔다.
이 번에도 청백산우들과 함께 가는데
그 때의 기록을 펼치면 유유자적,히히락락 삶의 축제를 즐기는 내 젊은 날의 초상이 구성지게
파노라마 친다.
우리는 남도의 능선에서 엉덩이를 실룩이고 흥겨운 어깨춤을 추면서 그렇게 즐거운 웃음을
흩뿌렸다.
나는 그렇게 내 삶의 기쁨을 누리며 행복했구나!
행복을 길어 올리는 기쁨의 샘이요, 내 영혼의 도솔천이었던 달마산의 전설은 손에 잡힐 듯
생생히 무릉실록에 전해오고 있다,
다시 토요일
역시나 바쁜 주말 이지만 애석하게도 내 삶을 노래하는 시간은 아니었다.
전인회 후배 양선생 딸 결혼식이라 모든 스케쥴은 유보되었다
엄하사는 볼멘 소리를 했다.
연예인보다더 빠빠서 얼굴한 번 보기가 하늘에 별 따기 라고…
“이 친구야 나는 목요일 까지는 너무 한가하다네
그러니 보고 싶으면 문막으로 오게나 !”
그 한시간 때문에 헐값에 경매로 넘어간 토요일이라 성수.갑성 저녁 모임도 그날 저녁으로 잡았다.
어머니 댁에서 11시에 나와 그렇게 나부끼고 흩날려간 하루였다.
함잡이 성수와 갑성은 내 중학교,고등학교 내리 친구들이다.
우린 젊은 날에 살아가는 데 바뻐 오랫동안 우리의 우정을 방기 했지만 그래도 해거름에
찬바람 맞고 제 정신으로 돌아왔다..
지금은 그나마 계절의 변할 때면 어김 없이 만나 술 한 잔 치긴 하지만 어정쩡하게 도시
에서 술잔을 기울이는 게 내 적성이 맞지 않아 지속적인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비록 올해 날씨로 인해 성수의 전원 농지에서의 야영은 무산되었지만 대청호반의 야영의
추억은 우리 젊은 날을 떠 올리게 했던 낭만적인 시간이었다.
올해 망년회겸 겨울 모잉은 마눌들까지 대동한 부부동반 모임으로 추진했다.
근데 신나게 소고기 먹으면서 짝맞춰 술 한 잔 친 것 것까지는 좋았는데 출혈이 너무 커 !
기구당 10만원
글씨 내일 경로 우대자에 편입된 친구들이 1시간 반 만에 한 끼 식사로 30만원을 아작 낸 거다.
근데 이거다 남자들 호주머니 털리는 거잖아 !
먹는 것 가지고 왈가왈부 따지는 건 쫀쫀하고 치사한 일이라 입 닫고 앉아 있자 해도 너무나
비 생산 적인 모임 아닌 개벼?!
신성한 노동이나 운동을 한 것도 아니고 우리 삶에 관해 진지한 토론을 한 것도 아니고 그냥
한자리에 앉아서 주구장창 먹기만 한 거니….
특수부위와 갈비살 1.8 kg / 인당 300그램에
공기밥 3냄비, 된장 찌게 두 냄비
거기다 옆구리 쑤셔서 나온 육회서비스 두 접시 까정
투썸프레이스 커피는 성수가 쏘다
내일의 출정을 위해 소주는 한 병만 마시려 했는데 한 병 반 마셔서 정량 초과 !
풍성하고 기름진 안주에 경쟁적이고 전투적인 분위기까지 가세한 덕에..
하여간 커피 까지 마시고 10시가 넘어 돌아와서 새벽 6시에 남도 달마산 출정 길에 오르다.
다른 사람들을 위해 바쁘게 보낸 하루다 보니 내 시간을 되찾겠다는 심산이었는데 대전
산악회들 수 많은 행선지 중 달마산이 내 눈에 들어 왔던 거다.
금강의 쇠뿝바위봉도 가고 싶은 곳인데 거긴 나 혼자 가도 되고 친구와 함께 가도 그리
멀지 않는 곳이라…..
뫼오름님과 유리님을 만나다.
뫼오름님
71 살인데 얼굴 살이 아즉 통통하다.
내 기억에서 지워 지지 않는 절세 무공의 소유자
17년 전 내가 팔팔하던 시절 영남 알프스 9산 11봉 태극종주 길에서 만났는데 그 때
내 나이 48살이고 당시 뫼오름님 54살 이였다.
산으로님이 대전 재야 준족들로 8명 한 팀을 구성했다.
백두대간 종주하고 정맥주유 하면서 산행 공력이 한껏 무르익을 때였다.
멤버들 오리렌테이션 때 뫼오름님을 보고 할배가 어찌 그 험한 길를 타시나 걱정 했는데
정작 걱정해야 할 사람은 바로 나였다.
6살의 나이 차에도 불구하고 가히 따라갈 수 없는 극강의 체력과 산행 공력으로 내가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었던 그 분.
난 정말 죽을 똥 살 똥 따라 가기 바쁜 길에서 여유롭게 음풍농월하며 산행하던 뫼오름님은
내 생애 몇 째 안가는 고난의 행군이었던 영남알프스9산 11봉 종주와 함께 내 인상에 깊게
각인 되었던 것이다.
그런 분이 71세 고령에도 내 기대를 져버리지 않고 한국 대표산을 빠대고 계신거다.
더 놀란 것은 후두암과, 대장암, 위암의 3개 암에 걸렸다가 다 회복하고 71세 고령에도 매주
거르지 않고 산을 타고 있다는 사실 이었다.
뫼오름님은 암 투병을 견뎌 낼 수 있었던 힘의 원천은 거르지 않는 산행 이었고 만일 자신이
산을 타지 않았더라면 벌써 죽었을 거라는 말을 덧붙였다.
70세 유리님
몇 년 안보는 사이 얼굴은 좀 주름이 잡혔어도 행선지에 연연하지 않고 오로지 청백에서
자리 깔고 터줏대감을 자처 하는 분
알프스를 함께 다녀 왔는데 지금도 왕성하게 사업하면서 젊은 날과 같은 열정으로 자신의
삶을 노래하시는 분이다.
비단 두 사람뿐 아니라 내가 아는 산행 선배님들을 떠 올려 볼 때 산에 대한 내 결론으로는
반쯤 산에 미쳐 있던 사람들 중에 관절이 좋지 않아 일찍 내려 온 사람들 외에 지금까지
꾸준히 산을 타는 사람들 치고 건강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어떤 이유든 산에서 일찍 내려 온 사람들은 먼저 늙는다.
달마봉 가는 길
제법 빡센 산행의 기억도 세월에 풍화되고 다이나믹하고 스릴 넘치는 길의 풍경에 압도 되는 산!
달마산도 변함없고 그들도 변함없다 .
세월에도 굴하지 않는 꿋꿋함을 보는 건 늘 감동이다.
그들을 몸소 내게 용불용설의 진화론을 입증해 주었고 그들의 지나 온 삶의 궤적을 보면 내게도
희망이 있는 셈이다.
우리도 75세 까지는 가고 싶은데 가고 보고 싶은 것 보고 먹고 싶은 것 먹으면서 그렇게 살아야지.
조사장 왈 “우린 80까지는 짱짱할거요 !”
생로병사의 비밀을 그 누가 알리요?
ㅎㅎ 내겐 염라대왕 명부의 명줄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언제까지 내 생각과 의지대로 꿈틀거릴 수
있는가가 중요한 거다.
어제 술 먹고 잠도 많이 잔 편인데 가는 길 버스에서도 계속 헤롱거리며 비봉사몽을 헤메다.
술 먹고 원거리 산행은 몸의 리듬을 되찾는데 좋다.
간밤의 주독은 가면서 잠으로 해독되고 산행의 피로 또한 원거리 휴식과 잠으로 해소된다.
코에 바람 넣고 막걸리 한 잔 치면 깔깔해진 입맛도 되살아 나는 법이여!
작취미상의 취객이 몽롱한 눈으로 침대에 널부러지지 않고 보고 싶은 풍경을 볼 수 있는
이만한 유희나 신선놀음은 없을게다.
달마산은 작년 봄 마눌괴 땅끝 여행 길에서 올려다 보기만 한 했던 산이다.
일정이 빠듯해서 미황사도 들르지 못했다.
임박해서 꼬리말을 달았는데 아무 응답이 없다가 갑자기 마감 공지가 떴다.
내가 신청하면서 만석이 된 줄 알았는데 사실은 마감공지를 띠우지 못했던 상황이라 엄밀히
따져서 나는 대기 상태였던 셈이었다..
하여간 용피리 회장은 통로에 앉아서 가기로 작정하고 내게 1 번 특석을 내 준 건데 한 명이
취소하는 바람에 용피리 회장 또한 조수석을 챙겼다.
그랴도 가끔 설악 비등을 함께하는 몽믈랑 산 친구에 대한 살가운 배려다.
다소 쓸쓸하고 황량한 달마의 만추를 예상했다.
하지만 우리가 도착하면서 분위기는 완전 반전되었다.
흐린 날씨는 좋아지고 미황사 주차장 가는 길 화려한 단풍이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달마봉 오르는 길가에서 산객들은 칭칭 동여 맨 옷들을 하나 하나 풀어 젖혀야 했다.
날씨로만 보면 초가을 날씨인데 거친 암릉이 가세하니 늦여름을 방불케 한다.
내가 입은 가을 옷 속으로도 땀이 배어나 가는 길 잠자리 날개 바람막이도 벗어 던졌는데
그래도 달마봉에 올라설 때 까지도 가벼운 가을 행장마저 부담스러웠다.
달마봉
쉬자 않고 달마봉에 올랐다.
둥실 떠오른 바다와 드 넓은 들판에는 마치 봄볕인 듯 눈부신 햇빛이 쏟아지고 공기도
맑고 깨끗해서 막힘 없는 조망을 열어 주었다.
“그래 오기를 정말 잘했어!”
장부상 겨울이지만 달마산의 계절은 봄이었다.
우리의 목적지 탑이 있는 도솔암은 손에 잡힐 듯이 가까이 보인다.
도솔봉 가는 길
불국의 중심 수미산을 지나 도솔천을 가는 길이 그럴 것이다.
길의 흔적이 보이지 않지만 걱정 할 것 없다.
바위 능선 사이를 고요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걸어가다 보면 길은 어디선가 홀연히 나타난다.
능선에서 보이지 않는 길은 곡에 하듯 이리저리 뒤틀리고 깊이 가라 앉았다가 떠오르기를
반복하면서 수미산 너머 도솔천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고행과 순례의 끝에서 거기 지족과 복락의 불국정토 도솔천이 홀연히 나타나는 것이다..
지난주 남군자산의 칼릉에서 시린 바람을 맞고 갈모봉을 내려와 장한 바람과 첫 눈을 맞았는데
오늘은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봄 길을 걷는다.
길동무들과 이야기를 나누기도하지만 사진을 찍을 곳이 너무 많다 보니 이내 나는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 또 한 마리 외로운 솔개로 돌아간다.
힘든 바위길이고 벼랑길인데 내려다 보는 풍경이 하도 출중하다 보니 힘든 줄을 모르게 한다.
걸음마다 굽이마다 눈을 즐겁게 하는 풍경이다.
발 아래는 한 마리 새의 눈으로 굽어보는 후련하고 아름다운 세상이 펼쳐지고 빛나는 태양과
춥지않는 시원한 바람이 불국으로 가는 길 내내 길동무 해 주었다..
올 때 마다 드는 생각이 있다.
달마산은 오월에 와야 제 맛인데 암 때나 와도 봄을 느낄 수 있다는 거.
세상에는 수 많은 신의 걸작이 있지만 달마산이 하늘과 바다와 함께 그리는 그림 또한 정말
예술이란 거.
우리 또한 삶을 빚는 예술가 아닌가?
죽음이란 궁극의 작품을 완성해 가는 예술가 !.
능력과 재능의 차이는 있지만 누구나 저마다의 예술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이 자신의 예술적 감수성과 잠재력을 깨닫지 못하고 세상과 씨름하고
고뇌하다 떠나는 것일 뿐.
노자 말처럼 삶 자체가 소풍인데 더 높고 위대한 그 무언가를 달성하려는 욕심이 삶의 즐거움과
예술성을 억누르고 파괴하는 거지.
예술가는 다 제 눈의 안경을 걸고 세상을 바라보고 제 멋에 세상을 사는 사람들이다.
무릉객은?
아름다운 풍경에 흔들리는 가슴을 가지고 있고 기꺼이 그 그림 속 한점이 되는 기쁨으로 행복을
느낄 수 있으니 나름 안목 있는 예술가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신의 걸작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신이 정성껏 빚어 낸 세상에 단 하나 뿐인 멋진 작품 임은 부
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몇 번을 오고도 또 새로운 풍경 앞에 선 것같은 색다른 느낌은 왜 일까?
인간의 기억이란 다 그렇게 허약한 거라 디테일은 느낌과 감성 아래로 가라 앉는 법이다.
단지 그 이유 뿐이랴?
카리스마 넘치는 산이 보여주는 웅장하고 평화로운 풍경의 조화와 변화무쌍하고 드라마틱한
길의 묘미는 산행의 힘겨움과 지루함을 넘어서게 하는 힘이 있다.. .
단풍이 막 흘러가 이제 갈색 만추의 서정이 흩날리는 능선은 아름다웠다.
하지만 햇빛이 쏟아지고 헤풍이 부드러운 그 능선 길과 아직 초록 빛을 잃지 않고 있는 남도의
벌판으로 인해 나는 다시 봄이 오고 있다는 착각 속에 그 길을 걸어야 했다..
그랴도 할배들이 오기엔 만만치 않은 길이다.
선두팀은 이미 날라 갔고 사진을 찍고 혼자의 명상을 즐기기 위해 일부러 중간 무리에서 떨어져
속도를 내며 산행을 했는데 빤히 보이는 바윗 길은 쉽사리 줄어 들지 않고 봉우리 넘어 봉우리가
계속 떠올랐다.
전망바위에서 물 한 모금 마셨을 뿐인데 먼 봉우리에서 어른거리던 뫼오름님은 도솔암에 같이
도착했고 뒤늦게 도착한 유리님은 도솔암을 돌아 보지 않고 나를 추월해서 사라졌다.
“ 앞으로 오 년 후에 나도 저럴 수 있을까?”
그 답은 세월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많은 시간이 지난 줄 알았는데 4시간 30분 정도 걸렸다.
귀연 산친구들과는 5시간 30분 걸린 길이었는데 그 정도 시간적 여유를 갖고 천천히 즐겨야
할 길이다.
나와 뫼오름님은 예정된 시간 안에 들어 왔고 그 때 까지 산행팀들의 반절은 돌아오지 않았다.
남은 시간은 순두부에 막걸리 한 잔을 치고 여유롭게 주변을 둘러 보면서 소일했다..
1시간 넘어서도 2사람이 돌아 오지 않았다.
그들은 도솔암까지 잘 와서는 능선 반대편으로 하산 했다.
산행 루트의 개념도를 이해하지 못한 산님들의 잘못이긴 하겠지만 갈림길에서 표지기를 촘촘히
챙기지 않았던 리딩의 소홀함도 있어 보인다.
우리는 어쨌든 즐거운 산행을 마치고 해안 마을로 내려선 산님들을 픽업하여 예정보다 다소
늦게 대전에 도착했다.
내리면서 용필이 대장이 운영진들과 술 한잔 치고 가자고 했지만 나는 아침 일찍 원주로 가야
한다고 사양하고 집으로 돌아 왔다.
늘 그렇지만 떠나서 만사가 원만히 조율되고 즐거움이 배가된 여행길이었다.
산 행 일 : 2023년 11월 26일 (일)
산 행 지 : 해남 달마산
산행코스 : 미황사 – 달마봉-도솔암 –도솔봉 –마봉리
산행시간 : 4시간 30분
날 씨 : 흐렸다가 맑음
동 행 : 청백 산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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