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조사장 알지?
내가 늘 얘기하던 나랑 매달 산에 가는 부자 친구
오늘 그 친구 전화가 왔네
그 친구 나랑 같은 새벽형 인간이라 엄마 아플 때도 산에 갔었네
“ 문이 열렸습니다,”
새벽에 그 캐어 도우미가 올마마나 큰 소리로 외치는 지 나가면서 심장이 뜨끔 했었지
걱정되어서 나중에 전화하면 엄마는 그 소리 못 듣고 주무셨다고 하셨지..
요즘 웬만한 중소기업은 다 어려워
원자재비와 인건비는 계속 올라가는데 사장 경기가 좋지 않으니 수익을 내기 힘들고
금리 싸고 경기 좋을 때 투자금 빌려 잔뜩 회사 확장 해 놓았다가 갑자기 경기 위축되니
채무 상환 독촉까지 들어 오고 …
우리 회사도 농가 거래선들이 많이 힘들어 하네
원자재 비와 환율은 계속 올라 가니 사료 가격은 많이 올랐는데 소나 돼지의 고기 가격은
경기불안으로 인한 소비위축으로 되레 줄어 들고 있으니 큰 농장일수록 더 힘들다고
아우성 이야.
농장 고깃값은 내려도 음식점은 그 비율 만큼 가격을 낮출 수도 없지 .
종업원 인건비가 오르고, 농산물 가격도 오르고 , 대출금 이자도 계속 상환해야 하고…
사료 회사들도 시장 상황을 놓고 보면 사료 가격을 더 내려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지금
당장은 몰라도 올해 말 결산은 적자로 돌아선다고 봐야지….
사업하는 친구들이나 자영업 하는 친구들이나 모두들 잘 된다고 하는 사람 한 명도 없는데
이 친구 회사는 여전히 잘 돌아가고 있다네…
주문량도 줄어 들지 않고…
하여간 잘 된 일이야
많은 사람들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데 그래도 불경기를 걱정 안해도 되는 상황이나 얼마나
다행이야?
친구가 산행 일정 때문에 전화 한 줄 알았더니 상의할 게 있어서 전화를 걸었어
갑자기 강화 본가에서 어머니를 모시고 내려 왔다고 했어.
벌써 일주일이나 되었다고 ….
거기도 어머니가 계시는 데 엄마 나이 보다 4살이나 더 먾아 ..
조사장이 셋 째고 큰 형과 둘 째가 강화에서 살고 있어
엄마처럼 어머니가 본가에서 혼자 살고 계셨지
언젠가 엄마한테도 얘기 했지만 건강이 좋으셨지만 혼자 계시는게 부담스러워 형제들이
주간 도우미의 도움을 받게 해드려도 일 없다고 다 돌려 보내셨던 분이야
근데 엄마가 간병인 쓸 때 쯤부터 조사장 어머님도 상태가 안 좋아 지셨지
치매 증상도 조금 씩 나타나고…
얼마 전부터 상태가 더 나빠지고 혼자 계시기 걱정되는 상황이 되자 거기도 주말에 형제
들이 만나서 어머니 캐어 방안을 논의하곤 했어
근데 지난 주에는 조사장이 어머니를 덜컥 모시고 내려 온 모양이야
추측 컨데 비분강개 해서 그랬던 것 같아
형제들이 모두 노인 병원으로 모시자고 하니 씅빨이 나서……
어머니 상태는 어떠시냐고 물어 보았더니 모시고 내려와서는 많이 좋아지셨다네 …
병원하는 조사장 친구한테 데려가서 정밀 진단도 받아 약처방하고 식사도 챙겨드리니
많이 좋아지셨다고,,,,
잠도 잘무시고 화장실도 혼자 잘 가시고….
정신도 다시 말짱해 지셔서 이상 증세도 없다네
그 분도 늘 씩씩하셨지만 갑자기 기력이 떨어지면서 스스로 마음이 혼란스럽고 그래서
외로움이 더 커진 탓이었을 수도 있지.
근데 엄마도 알고 있듯이 조사장 부인도 암환자 잖아
은비엄마 보다도 더 오래 전부터 투병 해왔고 지금도 한 달에 두 번씩 안산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부인은 아마도 조사장 돈이 아니면 벌써 돌아가셨을 거야
잘 관리를 해서 재발은 안되고 현상유지를 하고 있지만….
그래도 파출부도 안쓰고 밥 해먹는 거 보면 용한 거지
내가 그랬어 엄마 …
환자가 무슨 어머니를 돌보냐고 …
어머니는 지금 좋아지셨지만 연세도 그리 많으신데 항상 좋을 수도 없는 거구 …
밤에는 조사장이 있어서 괜찮다지만 낮에 환자가 어머니를 보살피려면 힘들지 않겠냐구.
빨리 어머니 요양 등급 받고 지역 교차로에 공고 내서 부인과 어머니 밥 해줄 사람부터
찾으라고….
환자 더 늘어나기 전에…..
엄마 간병하던 간병인 아줌마에 대해 묻는데 그분은 차가 없어서 문의 전원주택지 까지
출퇴근 어렵다고 했지
그 간병인 아주머니 하는 스타일은 조사장 마음에 들지 않을 거구
환자식은 잘 만들어도 일반 음식 요리는 별로라서…
돈 걱정은 안해도 되니 친구니 윗 돈 조금 더 주고 찾아보면 올 사람 있겠지
그리고 또 말했어
이왕 어머니 모시고 왔으니 건병인겸 파출부 써서 어머니 몇 개월 잘 캐어 해 드리면서
건강 하실 때 .추억 많이 쌓으라고….
지병은 없으시지만 연세가 워낙 많으시니 우리 어머니처럼 금새 악화되실 수 있으시니…
그 때는 중간 지점 병원에 모셔서 가족들이 번갈아 찾아 뵙는 것으로 하고…..
그래야 돌아가시고 한이 되지 않을 거라고…
ㅎㅎ 엄마를 보내 드리다 보니 내가 노인 캐어 상담 전문가가 되었네 ….
조사장 코가 쭉 빠져서 산에 갈 생각도 못해……
3월에도 엄마 갑자기 돌아가시는 바람에 함께 산에 가지 못했구….
이번 달에도 산에 갈 날이 별로 없겠네
선거일에나 문막에 남아 혼자 산이나 다녀 와야지………
고부기네는 더 심각하네
고부기네 엄마는 98세 시 잖아 고부기는 막내구
그 친구 교수라 아직 퇴직하지 않고 학교에 있고 …
2년 전에 돌아가실 고비를 넘기셨는데 이젠 앞도 안 보이고 귀도 잘 안 들리시고 …..
어머니도 요양병원 가기 싫어하시고 형제들도 보낼 수 없어서 1년 이상 5남매가 일주일씩
돌아가며 간병하는데 낮과 밤의 경계가 허물어 지고 감정선과 정신선이 모두 무너진 상태라
당신도 힘드시고 간병하는 자식들도 많이 힘드네.
혼자는 꼼짝도 못하시니 일주일 내내 잠을 잘 못 자면서 보살펴드려야 하니…...
대한민국 초고령화 사회에 출산률 까지 세게 최저 수준이니 노인부양과 돌봄 문제가 심각한
개인적,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네…
형제들이 많고 금전적인 문제가 해결된 가족들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한 가족들은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 모실 수 밖에 없지
주말은 가족들이 돌봐 드린다 해도 한 두 명이 계속 감당하는 것도 힘들고 일주일 간병비가
300만원은 훌쩍 넘어가니 비용 대는 것도 벅차고…..
따로 돈 모아 두시지 않은 부모님들은 편히 돌아가실 수도 없는 세상이야 ….
엄마도 느꼈지?
세상 살아가는 것도 힘들지만 세상과 작별하는 것도 힘들다는 거
내가 너무 아프고 슬픈 건 엄마 그 힘든 와중에도 매 번 시간 내서 찾아오는 자식들 걱정
하셨던 거
엄마 고맙네
엄마도 적게 힘드시고 자식들도 고생시키지도 않으셔서….
우린 형제도 많아서 조금만 더 건강하게 오래 계셨으면 좋았을 텐데…..
난 아네 엄마
나 이제 세상에서 자꾸 밀려나 외로워 지지만 엄마처럼 두려움 없이 세상과 맞서지 못하고
세상 살아 온 버릇으로 조건 없이 나를 희생하지 못할 거라는 거
엄마처럼 나를 지켜 줄 자식들이 없고
엄마처럼 나를 생각해 줄 사람을 다시 만날 수도 없다는 거
편히 쉬세요 엄마
2024년 4월 2일 천붕 19일째 - 소천 22일 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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