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오늘도 비가 오는 군
꽃피는 삼월이 온통 황사에, 비에 별별사고들로 얼룩지고 마음도 꿀꿀한 최악의 봄이네
엄마 90에 돌아가셨다면 서운치는 않으신 나이라는데 이젠 평균 120세 사는 시대가 올거라네?
근데 더 오래 살아서 사람들은 행복할 수 있으까?
걱정이야 나는 88세 까지만 팔팔하게 살다 죽으면 좋겠는데..
우리가 말은 안했는데 엄마는 암을 어렴풋이라도 짐작 하셨나?
나 역시도 엄마를 보구 “암이 그렇게 무서운 것이구나 !” 하고 새삼 느꼈네
2기의 암진단을 받고 놀라긴 했지만 좀 더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엄마의 일상 병이 된 어즈럼증
이나 투통, 부정맥 등이 큰 문제고 암은 오히려 진행이 더디다고 생각했지.
3기에 접어들어야 나타나는 황달의 징후는 계속 없었으니까?
지금 돌아 보면 담도 협착도 암의 진전으로 볼 수 있는데 관련 증상도 확인되지 않고 의사들이
확실하게 단언하지 못해서 암은 아닌 노화 협착으로 인한 관로시술로 생각했었네
어짜피 암 수술은 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을 냈으니까 달라질 건 없었지만….
어쨌든 엄마는 시술 후에 어느 정도 원기를 회복하셔서 집에서 생활 하실 수 있어서 다행이다
싶었는데 몇 달이 지난 어느 날 단 일주일 새에 순식간에 황달이 나타나고 이후 복수까지
차면서 급속히 악화되었지
그리고 나서 엄마는 한 달 안에 돌아가신 거구…..
담도암에 대해 이것저것 많이 알아보면서 공부를 했었지만 암의 종류가 정말 많기도 하더만
모르고 제어가 안되는 병은 모두가 암으로 부르는 거지.
인류 첫 암 환자가 기록된 것은 기원전 3000년, 고대 이집트 파피루스 인데 5000여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암은 여전히 정복하지 못한 상태로 매년 서울 인구보다 많은 1000만 명이 세계 각국
에서 암으로 투병하다가 세상을 떠나고 있는 상황이야.
그런데 작년과 올해 인공지능이 대두 되면서 제약이나 바이오 분야에 획기적인 진전이 예상되고
있어서 인류의 암정복에 대한 가능성도 기대감도 증폭되는 상황이라고 하네
그 많은 복잡한 실험과 결과분석을 인공지능이 수행할 수 있으니 ….
앞으로 도래할 세상은 누군가에게는 복음이고 누군가에게는 악몽이 되겠네..
일본 제약사인 다이이찌산쿄가 항체약물접합체(ADC)로 2022년 세계 의학계를 놀라게
했는데 이번에 유방암 신약 엔허투 연구 결과를 발표해서 다시 주목을 받고 유방암 치료의 새
지평을 열었어.
그 동안 많은 회사들이 실패했던 강한 독성으로 인한 부작용 제어에 성공한 거지
1946년 2차 세계대전에 활용된 화학무기를 항암제로 바꾸어서 문제되는 독성이 정상세포는
건드리지 않고 암만 공격하게 하는 획기적인 방법을 도출해 낸 거야
일본넘들 의학은 세계대전 이후에 급속 발전 했다지
수 많은 화학무기를 실험하면서 중국인과 한국인을 소위 마루타란 생체 실험재료로 사용한
놈들 아니야?
악명높은 일본군 731부대 이시이 시로와 그 일당들
지금은 일부 자체 실험과 세상의 수많은 사례와 데이터들을 가지고 인공지능을 학습시켜 신약과
기술을 손쉽게 찾아 낼 수 있다지만 당시에 수 많은 인간들은 대상으로한 극한의 실험으로 얻어
낸 의학정보는 엄청 날 수 밖에 없었겠지
종전 후에도 전범으로 처벌 받지 않고 그 때의 인체 실험 결과를 가지고 제약회사를 설립하여
부와 명예를 누렸던 가증스러운 놈들…
하여간 일본의 ADC는 정확도와 살상력을 하나의 무기에 담아 암 수색꾼인 항체에 고리(링커)를
달아 암세포를 죽일 폭탄(약물)을 실어 나르기 때문에 ‘항암 유도미사일’이라고 불려진다고 하네
독보적으로 평가받는 다이이찌신교 신가술 중 하나는 약물-항체 비율(DAR)의 증가에 있는데
통상 2~4개 정도 부착 가능한 약물의 수를 8개로 늘려 공격용 미사일 성능을 두 배 이상 늘리고
약물을 연결하는 고리도 암세포를 찾을 때까지 단단히 붙잡을 수 있게 하는 방법을 찾아낸 거라네.
또 하나는 미사일이 암세포 안으로 들어가면 고리가 끊어져 폭탄을 투하하는데. 잘못 끊어져 혈관
속으로 퍼진 약물은 빠르게 사라져야 하기 때문에 약물 반감기를 짧게 설계해서. 암에 투하한
폭탄이 주변부까지 함께 파괴하는 ‘방관자 효과’를 없앤 것이라고 하네
이 분야 세계최초, 세계최고 기술이라는데 우리 한국 기업이 반도체처럼 그 넘들 콧대를 꺾어야
했는데 아쉬울 뿐이야.
그 외에도 스위스 제약사 노바티스는 혈액암 완치시대를 열었고 미국 모더나는 정상세포와 암세포
유전자 서열을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 신생항원 발굴 역량을 높이면서 악성 피부암인 흑색종과
치료제가 많지 않은 췌장암 등의 치료 가능성을 높여가고 있지
세상 똑똑한 인간들의 각개전투에 의해 시차를 두고 분야별 암이 정복될 날이 멀지 않았네
교활한 인간은 코끼리 유전자까지 들여다 보았어
통상 덩치가 크고 세포가 더 많으면 세포변이가 더 많아서 암에 걸릴 확률이 더 커진다는 게 의학
계의 정설인데 코끼리의 암사망률은 3%로 22% 인간보다 현저하게 낮다네 (페토이의 역설)
그 이유는 코끼리가 망가진 DNA를 복구하는 ‘TP53’이란 유전자를 22개나 갖고 있기 때문 인데
인간은 그 유전자가 하나 밖에 없다네..
암의 증식과 전파를 억제하면 기대수명까지 살수 있으니 많은 전문가들이 장기적으로 암이 ‘만성
질환’처럼 공생하는 방향으로 정복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유야
어쨌든 암은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에 획기적인 IT 기술 진보와 더불어 괄목할 만한 치료성과를
거두게 될 거구 의료 관련 서비스나 진단 기술 등의 발전 또한 당 시대의 인간 수명을 계속 늘려
갈 것으로 보여지니 내가 죽을 때 쯤엔 많은 사람들이 100세를 훌쩍 넘게 살지도 모르지 .
미국 대표 장수펀드의 하나인 롱제비티비전펀드를 운영하는 피크스테이트벤처스의 세르게이
영 대표라는 사람이 “10년 안에 ‘장수혁명’이 온다”고 얘기 했네
사람들은 유전자치료를 받고 장기 재생이 가능해지면서, 지금과 완전히 다른 의료서비스를 경험
하게 될 것이라고 단언한 거야.
이 사람 장수기술 펀드를 운영하면서 막대한 돈을 조기진단, 인공지능(AI) 신약 개발, 장기 재생
등 장수 기술을 보급하는 데 도움이 되는 기업에 투자하고 있으니 그 분야의 기술 진전을 누구보다
잘 꿰고 있을 테니 허언은 아닐테지
특히 장수기술에 대한 그의 투자 판단과 결정의 중요한 기준은 얼마나 저렴하게 서비스나 기술을
공급할 수 있느냐에 두고 있기 때문에 실제적으로도 기금의 운용성과도 출중한 편이야
관련 기업들이 그 만큼 돈을 벌어들인다는 방증이지.
일례를 들면 암 진단 기업 프리놈이란 회사는 AI를 접목해 대장암 등 8종의 암을 극초기 단계에
진단해 주는데 그. 비용은 기존 혈액진단의 10분의 1 수준이라네.
에코이미징이 개발한 휴대폰 크기의 디지털 청진기는 크기도 작지만 기존 초음파 기기보다 50배
싼 데 진단 범위와 정확도를 획기적으로 개선시켜서 남미나 아프리카 등 중·저소득국가에서도
부담없이 사들일 수 있다지
리제네시스란 회사의 기술은 완전 획기적이야
환자의 림프절로 장기를 재생하는 기술을 개발 중인데 하나의 장기를 여러 조각으로 쪼갠 뒤 줄기
세포를 이용해 정상 장기로 자라게 하는 기술로 수개월 안에 여러 개의 장기를 한꺼번에 생성 할 수
있는 거지
한 사람의 간으로 75명의 간질환 환자를 살릴 수 있게 만들었으니 차량 부품교체 하듯이 싼 값으로
인체 장기를 교체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거야
엄마처럼 담도나 식도는 하나의 장기를 부품 교체하듯 하는 수술 방식과는 또 다르고 그 범위와
영향력이 커서 좀 더 시간이 지나야겠지만 그 시간도 인공지능이 많이 단축할 수 있을 것 같아
영 대표는 한술 더 떠서 인류가 머지않아 20.30대의 몸으로 150살 까지 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어.
현재 생물학적 기술로도 충분히 인류의 평균수명을 늘릴 수 있다는 것이란 거야
그리고 지금 태어나는 아기들은 원한다면 200세까지 살 수 있는 세상이 찾아올 것이라고도 했네
영 대표의 최종 목표는 모든 사람이 ‘저렴하게’ 장수를 누리는 것이라는 건데 길게 늘리는 수명이
인간의 삶을 행복하게 할 수 있을까?
가뜩이나 고령화가 심각한 한국에서 노인의 수명을 죽죽 늘려 그들이 젊은이처럼 살아가는 세상이
행복한 세상이 될 수 있을지 몰라.
세상은 더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로 이분화 되겠지
인류의 비극은 물질은 발달하지만 정신은 그렇지 못하다는 거
물질문명은 승계되지만 정신적 성취는 이어지지 못하고 개인의 죽음과 같이 사라진다는 거
문서로 전수 될 수 있겠지만 인간은 그 기반에서 시작하여 더 높은 정신적 성취를 이룰 수 있는
게 아니라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거지.
중요한 건 얼마나 오래사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달린 거지
평범한 사람들의 수명이 계속 늘어난다고 그 만큼 더 행복 해질까?
세상은 더 차가워지고 사람들은 더 외로워 질게 뻔 해
인간은 신의 뜻을 거슬리면서 스스로가 신이 되려고 하지
이미 수 많은 종의 지배자로 군림하면서 신의 흉내를 내고 있고…
신의 섭리를 거역하지 않고 적당히 살고 가는 게 행복이라고 나는 생각하네
엄마도 일찍 깨달았겠지만 중요한 결국 내 마음이야
아무리 수명이 늘어난다 해도 아무리 우리가 물질적인 풍요를 누린다 해도
내 마음이 세상에 흥미를 잃으면 세상은 재미 없는 거지
그런 마음으로는 젊은 날에도 살아가기 힘들텐데 늙은 날에는 오죽 하겠어?
마음 다칠 일 많고 볼 것 못 볼 못 볼꼴 다 보아야 하는데
수 많은 무관심과 잔혹함이 넘치는 세상에서 자신을 보듬어 줄 관계의 따뜻함이 사라지고
자신의 마음과 정신이 꺾이면 삶은 고행이고 현생은 지옥일 뿐이야
나는 진보된 의술이 수명을 늘리는 것 보다 젊은 나이에 애석하게 죽는 사람들을 줄여주고
사람들이 사는 동안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도와줄 수만 있다면 좋겠네.
엄마 편히 쉬세요
2024년 4월 3일 천붕 20일 째 소천 23일 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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