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정호승의 제비꽃 시가 생각나네
제비꽃을 사랑하는 시인
나는 할미 꽃을 사랑하고 시인은 제비꽃을 사랑하고 ….
젊은 날 그의 시가 유난히 마음에 다가 왔었어
그래도 어린 시절이 행복했지..
모든 게 귀하고 부족한 시절이어도 엄마 덕분에 내 배는 곯지 않았고
동네에는 아이들 웃음 소리 끊이지 않고 이웃과의 정은 따뜻했고
산천은 드맑고 공기는 좋았지
그냥 아무거나 먹어 도 맛 있고 잘 놀기만 하면 되었던 시절
세상은 철들면서 힘들어 지는 거지
정호승 시인의 시
삶에 고뇌하고 청춘이 방황하던 시절에 간단하고 명료한 언어로 흔들리는 영혼을 위로하고
삶의 고귀함을 일깨워 주었어
누구에게나 아름다워야 할 저마다의 인생에 대하여…
노랑 제비꽃 /정호승
가난한 사람들이 꽃으로 피는구나.
폭설에 나뭇가지는 툭툭 부러지는데
거리마다 침묵의 눈발이 흩날리고
나는 인생을 미워하지 않기로 했다.
차가운 벽 속에 어머니를 새기며
새벽하늘 이우는 별빛을 바라보며
나의 사랑하는 인생이 되기로 했다.
희망 속에는 언제나 눈물이 있고
겨울이 길면 봄은 더욱 따뜻하리.
감옥의 풀잎 위에 앉아 우는 햇살이여.
인생이 우리를 사랑하지 않을지라도
창 밖에는 벼랑에 핀 노랑제비꽃.
꽃들은 남을 부러워 하지 않습니다. /정호승
제비꽃은 진달래를
부러워하지 않고
진달래는 결코 장미를
부러워하지 않는다
다투거나 시기하지 않고
열심히 살다 사라질 뿐이다
제비꽃은 제비꽃 답게 피면 되고
진달래는 진달래 답게 피면 됩니다
세상에 아름답지 않은 꽃은 없듯이
세상에 쓸모 없는 인생은 없습니다
철들고 나서야 들꽃이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네
따뜻한 태양, 부드러운 바람
욕심없이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즐기고
아무도 보아주지 않는 산 기슭에 조용히 피어나 향기를 날리었지
꽃이 피어야 꽃이 거기 있음을 내가 알지만
꽃은 때가 되면 정성을 다해 피어날 뿐이야
내가 산길을 지나가다가 손을 흔들면 꽃은 웃으며 사랑을 전하고
설령 누군가 보아주지 않아도 슬퍼하지 않네
우리 삶도 이와 같아야 하는 거
스스로 아름다워야 하는 거
수요일은 문막에 홀로 있었어요….
투표는 토요일 날 대전에서 먼저 했구요….
우리의 도덕 기준에서 한참 벗어나 있는
김준혁 이나, 양문석 같은 사람들도 국회의원이 되네 …
사람들도 이젠 이 땅의 정차인이라 하면 어떤 사람들인지 다 알아서
그 정도 흠결과 비리는 우습다는 거지요..
용문산에 다녀 왔네 엄마
인구에 회자되는 걸출한 양평의 산은 예전에 100대 명산 순례 때 은비 엄마와 함께 7시간
걸려서 다녀왔지
빡센 산세는 널리 인구에 회자되는 것 이상이고 용문사 은행나무는 절의 명성을 드높이는 곳
10년전에는 은비엄마가 7시간 거친 산행도 했었는데 작년부터는 체력이 많이 저하되었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 다드만 사람들도 그러하겠지…
원래 좀 허약한데 회갑을 훌쩍 넘기는 나이이니….
그냥 가보지 않은 곳을 가고 싶어서 …
오늘 쉬는 날이라 마음 편한 산행을 하고 싶어서
그 때는 시간에 쫒겨 법당에 들어가 부처님께 절을 올리지도 못했는데 오늘은 부처님께
삼배를 올렸네…
엄마 좋은 곳으로 보내 주시라고…..
오늘은 아주 천천히 혼자만의 봄을 음미하면서 슬프지 않게 엄마를 생각하는 여유로운
춘행을 떠나기로 했네…
10년 전 내려왔던 길을 따라 올라가서 좌측 능선 좌측 장군봉과 백운봉을 돌아 내렸네….
지난번 운악산처럼 산세가 수려하지 않아도 1000고지 능선 길은 장쾌하고 후련했네….
거친 탓에 사람의 발길은 별로 없어 호젓한 고독을 누리면서 때묻지 않는 야생의 만날 수
있는 내 적성에 맞는 길이었지
그 날도 부처님의 보살핌이 있었어
욕심과 호기로 정상까지 갈려다가 방향을 잘 못 잡는 바람에 2개의 봉우리만 돌았는데
6시간 30분 걸렸으니 정상까지 갔으면 두 시간 더 늦어졌겠지…
할배한테는 무리라고 부처님이 길을 인도하신 모양이야
사는 게 그렇게 쉬운 건 아니지 엄마 ....
살아가다 보면 이러 저러한 통행세가 따라 붙기도 하고..
하지만 인생 뭐 그리 특별하고 거창할 게 있는가?
다 그려려니 하면서 사는 거지
제비 꽃처럼 그냥 나답게 내 주어진 삶을 즐기다가 풀꽃처럼 그렇게 떠나는 거지
그 길 위에서 불현듯 생각이 들었네 .
나의 죽음은 또 다는 생명으로 태어나는 윤회의 업을 벗어나 영원한 침묵의 안식에
들면 좋다는 생각이 ..
많은 사람의 웃음 속에 울면서 태어났으니 갈 때는 웃으며 떠날 수 있도록 이젠 욕심
내리고 마음이 더 고요하고 편안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싶어 …..
시간이 많이 흘렀다.
그 넘치던 시간의 샘물은 그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이젠 홀가분한 마음으로 더 행복해야 할 때
이랬으면, 저랬으면…
이것만 있으면 , 저것만 있으면 행복할 텐데…
이젠 그런 우스꽝스러운 말이나 생각 따위는 하지 말자.
지금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고 지금 있는 곳에서 행복하자.
숱한 세월을 보냈으니..
비바람에 풍화되고 시간이 강물에 둥글어졌으니
이젠 알아차려야 할 때…
세상과 여건이 문제가 아니라 내가 문제였음을…
우리가 그렇게 구했던 삶의 진리와 지혜는 내 안에 있었고
그렇게 오래도록 쫓았던 파랑새는 나의 집 처마 끝에 둥지를 틀고 았었음을….
삶이란 시간이 정해진 여행길….
여행길은 즐거워야 한다.
모험과 스릴, 기쁨과 행복이 가득한 세상을 붙잡고 누리는 것은 전적으로 나에게 달려 있다
제비꽃에 대하여 / 안도현
제비꽃을 알아도 봄은 오고
제비꽃을 몰라도 봄은 간다
제비꽃에 대해 알기 위해서
따로 책을 뒤적여 공부할 필요는 없지
연인과 들길을 걸을 때 잊지 않는다면
발견할 수 있을 거야
그래, 허리를 낮출 줄 아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거야 자줏빛이지
자줏빛을 톡 한번 건드려봐
흔들리지? 그건 관심이 있다는 뜻이야
사랑이란 그런 거야
사랑이란 그런 거야
봄은,
제비꽃을 모르는 사람을 기억하지 않지만
제비꽃을 아는 사람 앞으로는
그냥 가는 법이 없단다
오늘도 편안하세요 엄마
2024년 4월 10일 천붕 27일 째 – 소천30일 째
'어머니49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천붕 29일 죽음의 가벼움 (0) | 2024.04.16 |
---|---|
천붕 28일 - 어머님소천 3주전 (마지막 생일 파티) (0) | 2024.04.15 |
천붕 26일 - 어머님 소천 4주전(2월4째주) (0) | 2024.04.15 |
천붕 25일 - 어머니 소천 5주전 (2월 셋째주) (0) | 2024.04.14 |
천붕 24일 - 추억의 대청호 (0) | 2024.04.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