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것들 그리고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
달구지를 타고 메기의 추억을 흥얼거리던 그 시절은 지나 갔다.
딸깍 딸깍 시간을 끊어 먹던 동전소리 너머로 애끓는 사연을 전하던 역 앞의 즐비하던
공중 전화부스는 어느 날 갑자기 우리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족쇄처럼 삐삐를 열심히 차고 다니다가 무전기 같은 비싼 전화기를 장만하며 의기양양
했던 선배는 얼마 지나지 않아 코가 쑥 빠지고 흐르는 세월에 이젠 머리카락도 다 빠져
버렸다. .
폴더폰,슬라이드폰,스마트폰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개념의 핸드폰이 쏟아져 나오더니
스티브 잡스가 뭔가하는 웬 실없는 사람이 나타나서 손바닥 안에 세상을 죄 넣어 버렸다.
그리고 어느 날 홀연히 신이 되어 사라졌다.
세상 사람들은 이제 모두가 그가 창조한 새로운 세상을 바라보며 그에게 고개를 숙인다.
“헤이 스티브 아얘 날 잡아 잡스 ”
연륜과 경험은 먼지 쌓인 오래된 사진처럼 빛이 바래고 지나간 과거란 낡고 작은 옷처럼
불편해진다.
지나간 날이 아름답다는 건 세상보다 보폭이 느린 늙은 오빠,언니들 이야기이고 젊은이
들에게는 곰팡내 물씬 나는 따분한 궁상일 뿐이다.
젊은이들은 그들의 앞 길에 대해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는 노인들의 불명확한 지혜
대신 똑똑한 스마트폰에게 인생의 길을 묻는다.
기계와 말하는 것에 익숙해지고 점점 사람이 불편해진다.
사람들은 가슴을 비우는 대신 머리를 비우고 고개를 푹 숙인 채 말 없이 손바닥 위의
세상만 들여다 본다.
사람들은 이제 서로의 눈을 쳐다보려 하지 않는다.
그냥 전화 목소리 한 번 듣고 슬그머니 전화기를 내려 놓던 애틋한 연모는 사라 졌다.
먼 발치에서 말없이 바라보고 되돌아오던 시린 가슴도 볼펜을 꾹꾹 눌러쓰면서 몇 번
이나 구겨버린 편지지에 수줍게 머물던 사랑도 이제 우리 곁을 떠났다.
상가집 가면서 몇 번씩 길을 물어보지 않아도 된다.
구천 가시는 길 하얗게 밝히며 화투장을 두드리지도 않고 상가집 핑계로 외박을
정당화 할 수도 없다.
머지않아 문상은 문자 한 줄과 온라인 입금으로 마무리 될 것이다.
친구 이삿짐 날라 줄 일도 없고, 집들이 가서 밤새 구들장 다져주는 정과 재미도
사라졌다..
한 달음 거리에 연로하신 부무님을 두고 겨우 명절 때만 들여다보아도 살기 힘들고
시대가 바뀌었단 말로 용인되는 세상은 더 팍팍해지고 물기 없이 메말라 간다. .
우리는 현대의 도시가 괴물처럼 자라도록 내버려 두었다.
사람들이 모여 사는 적당한 온,습도의 서식지에는 거짓말쟁이 정치인이 무한 증식하고
인간이 쌓아 가는 끝없는 욕망의 바벨탑에는 여기저기 균열이 생기고 있다.
물질적인 풍요는 아이러니 하게도 정신의 빈곤을 심화시킨다.
그래서 한 쪽 골만 비대해지는 인간은 점점 기형이 되어 간다..
우리 인생의 뼈아픈 비극은 문명과 기술은 축적되고 전수되지만 정신은 전수되지
않는데 있다.
교활한 인간은 수명 마저도 길게 늘려 버렸지만 안타깝게도 욕심을 줄이고 마음을
비우는 데는 별 관심이 없다..
사람들을 위한다는 대의 명분 속에 오히려 사람이 보이지 않는 아이러니
보다 나은 삶을 위해 진화하는 도시에서 사람들은 점점 더 소외되고 외로워 진다.
신을 닮으려는 인간의 가상한 노력이 어쩌면 사람들을 더 불행한 세상으로 내몰고
있는지 모른다.
아! 우린 회색도시에서 무언가 잃어 버렸다.
우리는 합리적인 이성과 치밀한 계산 대신 따뜻한 가슴과 훈훈한 정을 잃어 버렸다.
내 가슴에 출렁이던 바다
사람 살던 세상과 코 끝이 찡하던 감동과 낭만은 다 어디로 사라 진 거야?
내가 살던 세상이 언제 이렇게 바뀌어 버린 거야 ?
2015년 1월
세상은 눈부시게 발전했다.
산업혁명, 이전과 이후가 갈라지던 세상은 인터넷이 이전과 이후로 바뀌었고
그 경천동지할 세상을 애플이 다시 뒤집었다.
그리고 그리 오래지 않아 인간을 닮은 AI가 빠른 속도로 세상을 다시 뒤집고 있다.
세상휴대폰의 일등 노키아와 모트롤라가 사라졌다.
.인텔인사이드
세상의 모든 PC와 컴퓨터의 지존으로 군림하던 인텔과 아이비엠의 왕국은 조용히
저물어 갔고 존재조차 희미했던 엔비디아가 혜성처럼 나타나 전세게 반도체를 장악
하고 있다.
바야흐로 로봇과 AI의 시대가 도래했다.
사람들이 편익을 위해 건설한 기계 왕국이 궁극적인 인류 말살 프로젝트를 작동시켰고
사람들을 벼랑끝으로 내몰고 있다.
인조인간이 수술을 하고, 변론을 하고 그림을 그리고 소설을 쓴다.
사람들은 이제 서로의 다른 언어를 배울 필요가 없어지고 고리타분한 지식과 교양을
암기할 필요가 없어졌다.
주도권은 이제 인간에게서 기계로 넘어갔다.
인류는 잡스신이 만든 손바닥 만한 가상 세상을 하루라도 들려다 보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다
권력에 휘둘리는 미디어 세상에 만족하지 못한 인간들은 시도 때도 없이 세상의 뉴스와
이슈를 인터넷에 올리고 사람들은 그 변화무쌍한 세상의 동영상을 보느라 신문과 티브
마저 버리고 잠까지 버려 버렷다..
이 편한 세상에서 사람들은 점점 더 살기가 힘들어 진다..
그래서 더 많아지는 불행한 사람들이 더 적게 낳고 별로 살고 싶지 않은 세상을 어쩔 수
없이 더 오래 살아간다.
그 삶의 힘겨움이 적어도 인간에게서는 종족보존의 본능마저 거세해 버렸다.
인간들이 사라지는 이 시대에는 위인들이 태어날 수 없다.
한발짝 계단을 오르면 분노하고 분개한 적들이 그가 살아 온 전 생애의 비리를 낱낱히
까발기고 의도적인 모함으로 우상화를 허물어 뜨린다.
미국에서 링컨 이후에 위인은 사라졌고 대한민국은 성웅 이순신 이후에 제대로 된 위인을
만날 수 없다.
웬만한 대통령은 총맞았거나 감옥에 갔다 왔거나 자살했고 수 많은 촉망받는 정치인들이
대중의 주목과 환호를 이끌어 낸 순간 누군가의 보이지 않는 칼침을 맞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되풀이 되는 비극의 역사도 아랑곳 하지 않고 권력은 비리를 은페하고 정적을 숙청하며
욕망의 바벨탑을 쌓아 올린다.
어느 날 몰락했던 적들이 변덕이 죽끓듯한 대중들의 재신임으로 다시 권력을 장악하는 순간
다시 복수의 피바람이 몰아칠 것이다.
마치 경제의 순환주기처럼 정치도 권력도 부침을 거듭하지만 욕망 가득한 부나방들은 충혈된
두눈을 부릅뜨고 권력의 불 빛을 쫒아 뛰어들 것이다.
그건 시작에 불과 하다.
머지 않아 기계를 잘 다루고 기계와 더블어 성장한 인정머리 없고 버르장머리 없는 인류가
세상의 권력을 장악할 것이다.
그들은 냉철하고 이기적이며 인정과 자비심 따위란 기대할 수 없다.
세상은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 그리고 웃는 자와 분노하는 자로 나뉘어 지고 그들의 손에는
모두 원자폭탄과 수소폭탄의 스위치가 주어져 있다.
역사가 증명하듯이 이 복잡하고 혼란한 세상은 늘 정신병자를 만들어 낸다.
음습한 지구 어딘가에서 서식하는 말도 안되는 논리로 병자들과 그 추종자의 분노와 광기가
폭발하는 순간 세상은 순식간에 지옥의 불바다로 변할 것이다..
설령 누군가 그 판도라의 상자를 열지 않는다 하더라도 우린 점점 더 이 편한 살벌한 세상을
살아 가야 할 것이다.
인류의 문명이 만들어낸 이상기온으로 점점 더 뜨거워지고 더러워 지는 지구에서
수명은 늘어나는 데 못 볼 꼴이 더 많아지는 세상에서
점점 더 외로워 지는데 내 편은 자꾸 줄어들고 세상에서 ….
원치 않는 누군가의 욕망과 욕심이 나의 소망을 치환하고 소중한 많은 것들이 사라지고 떠나
는 불편한 세상이다.
아무렇지도 않게 보냈지만 너무 많은 슬픈 이별이었다.
순수했던 아이의 마믕도
짧았던 청춘도
고향도
부모도
아름다운 시절도
아직 미완의 내 꿈도
2024년 4월 18일 천붕 35일째 - 소천 38일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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