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자 24년 봄 남해 여행 .
엄마 엄하사 아는가 ?
군대시절 내가 분대장이었던 시절 분대 쫄병으로 입대해서 내가 제대하던 날 까지
나의 오른팔이었던 친구 ㆍ
연병장을 도열한 전우들이 불러준 이기자부대 노래를 들으며 일일이 악수하고
헤어지던 그 먹먹한 날에 따블백을 메고 연대 연병장을 따라와 눈물을 뿌리던 그 진구.
내 제대 후에도 계속 연락을 이어가고 휴가 때면 우리집에도 와서 아버지 어머니에게
인사도 드렸는데 ㆍㆍ
ㅎㅎ 그땐 엄마가 48살 일 때네 ㆍ
우린 그 이후로 계속 만남을 이어가 세상에 둘도 없는 좋은 친구가 되었지.
함께 늙어가며 세상을 즐기는 철마고우
그 친구가 세종으로 이사 와서 내가 금요일에 어머니 곁에 머무는 거 알고 겸사겸사
엄마에게 한 번 인사를 드리겠다고 했었는데 어머니가 내켜하지 않으셨지
너무 마르고. 몸도 편치 않으셔서 더 좋아지는 날 보자시며ᆢ
그날이 그래도 좋은 날이었는데..
오늘이 남은 내인생의 가장 젊은 날인 것처럼ㆍ
그 후로 엄마는 더 좋아지지 않으셨지
어머니 담관시술하시느라 단대 병원에 계실 때도 맛 있는 거 사드리라고 20만원을
주었었지.
엄마한테도 얘기하고 내가 10만원 드렸었네
드시지도 잘 못하시고 돈이 별 의미도 없는 때였지만 ….
내가 어머니 부고를 전하니 전화기 속에서 울먹이더군
엄마 좋은 친구란 삶을 따뜻하게 하네.
아마도 내 늙어가는 남은 시간에 더 필요한 게 오래된 친구들이겠지.
좋은 친구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는게 아니네 엄마.
바닷가 몽돌들이 세월의 비바람과 파도를 함께 견디며 서로의 어깨를 부딪히면서
둥글어 가듯.
장이 숙성되고 술이 익어가 듯 세월과 함께 그렇게 같이 깊어 가는 거지
차하사와 같이 만든 여행이었네.
차하사는 훈련소에서 잠깐 만났다가 다른 연대에 배속 되었는데 암호병이되어 좀
유로워지면서 가끔 우리 부대로 나를 찾아왔었지.
종상이
그리고 오랜 세월 우린 그렇게 서로에게 잊혀졌는데 30년이 훌쩍 지난 어느 날
홀연히 차하사가 나를 찾아 왔었네.
서로 살아가던 삶의 터전은 달랐지만 젊음을 고뇌하던 사창리 시절의 만남은
청춘의 가슴에 잊을 수 없는 추억과 그리움으로 남아 있었던 거네 .
공교롭게 차하사도 직장 생활 중에 백두대간을 완주했었던 탓에 내 친구들과의
안나푸르나 원정팀에도 초대하여 그 추억도 함께 나누었지 ㆍ
엄하사가 체력만 되었으면 데리고 가면 좋았겠지만 그 늦은 나이에도 인생의 전성기를
구가하며 당시 배에 기름끼가 끼고 골프채나 휘두를 때니 그럴 수는 없었고….
우정도 오래 방치하면 군둥네가 나는 법이라 자주 통발하여 만남의 일정을 잡다 보니
계절이 바뀐 때면 이젠 부부가 같이 만나 여행을 즐기는 사이가 되었네..
엄마 49제 이틀 전에 떠나기로 한 남해 여행은 어머니 돌아가시기 한달 전부터 예정된
모임 이었네 ㆍㆍ
오랫만에 함께 1박하며 밀린 회포를 풀기로 한 봄 여행길…
이번 여행의 백미는 단연 보리암이었네 엄마 !
젊은 날 내 차가 생기고 처음 맞은 봄날 혼자만의 여행길에 올라 찾았던 데가 바로
남해 금산의 보리암 이었네.
난 그 멋진 남해의 산과 바다에 반해 버렸어.
아래에다 차를 파킹하고 산 길 따라 보리암과 정상에 올랐었는데 정상 아랫 쪽 상사
암에서 바라보던 바다의 풍경이 얼마나 아름 다왔던지 ㆍㆍ
가슴이 시린 여행길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네.
내 가슴을 흔들던 그 벅찬 감동으로 난 봄이면 늘 혼자 남도의 섬과 들판을 떠돌았네
보리암 부처님 전에 엎드려 엄마의 극락왕생을 먼저 빌고 싶었어.
부처님께 엄마 좋은 데로 가시게 해달라고 빌면서 삼배를 올렸어요 ㆍ
저녁에는 모처럼 휴양림 서늘한 숲의 공기 속에서 함께 고기를 구워 먹으며 옛 추억을
떠 올리며 밀린 얘기를 나누었어.
저녁 바베큐 파티용 수입소고기 및 삼겹살, 야채 일체는 내가 준비 했는데 어머니 가시는
길을 밝혀 준 친구들에게 고마움을 표하기 위함이었네….
3일 후가 어머니 49제지만 난 그렇게 친구들과 웃고 떠들고 즐겁게 술도 마시고 그랬어
난 엄마가 좋은데로 가실거라 믿고 다시 태어나도 전생에 지은 복으로 더 나은 사람으로
환생할 수 있다고 믿어
그리고 늘 자식들 걱정하며 잘 키워주셨듯이 자식들 이 세상에서 기죽지 않고 즐겁게 잘
살아가기를 늘 바라실 거라고..
나의 삶도 그리 많이 남지 않았지만 엄마의 바램 대로 난 잘 살아 갈 거야.
우린 그 동안 열심히 잘 살면서 서로의 우의를 다져 온 공로를 높이 평가하여 각자의
계급을 올려 주기로 했지.
2단계 특진
엄상사, 차상사, 도상사
원래는 모두 다 하사관의 제일 높은 계급 원사로 진급시키려 했는데 엄원사, 도원사
호칭은 어감상 영 어울리는 것 같지가 않고 원사란 호칭이 돔 생소해서 군대 친구들이
아닌 것 같아서 차하사만 차원사로 특진시키고 우린 상사로 진급시키기로 했네.
월남에서 돌아 온 새까만 엄상사
육군 상사 도상사
이기자 차원사
엄마 오늘도 편히 쉬세요 .
2024년 4월 26일 금요일 천붕 43일 째 – 소천 46일 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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