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올 것 같은 시간
이현경
조용히 조명이 내려오고
적당한 거리를 두고 의자들이 무심히 있다
마음을 차려 평범한 식사를 한다
텅 빈 것 같은 적막으로
공간을 채워가는 허전함
탁자와 마주 앉은 내 그림자에
인사를 건네듯 내려앉는다
누군가 올 것 같아 기다리는 시간
따뜻한 이름들을 하나씩 불러낸다
어둠이 차오를수록, 자식들이 쏟아놓고 간
환한 웃음소리가 환청으로 들려와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어느 신문에서 읽은 시가 마음을 아프게 했어요 엄마 .
엄마는 많은 날을 홀로 계시며 지식들을 기다리거나
혹여 자식 들이 떠나고 난 후 쓸쓸하고 어두운 방의 적막을 달래기 위해
TV 소리를 높이셨겠지요?.
엄마가 떠나고 날짜가 지나 가니 그 슬픔은 묽어지고 아픔은 무뎌 졌지만
가끔은 더 외로워 지네요
인생은 그렇듯 가까운 사람들이 더 가슴을 외롭게 하고
더 큰 마음의 상처를 주기도 하는 거란 걸 이제야 조금씩 알아 갑니다.
바람의 길에서 / 이현경
아이와 공중의 연은
긴 길이에도 교감합니다
얼레에서 줄이 끊어지면
방패연과 동심이 이별이듯이
내게 자욱했던 사람이
깊은 하늘에 만남을 숨겨놓고
닿을 수 없는 곳으로 갔습니다
창공을 흔드는 연 꼬리처럼
이렇게 난감한 이별이 마음을 흔듭니다
뜨겁게 온 흔적을 안에 담아본 것뿐인데
온몸에 촘촘히 뻗은 당신의 뿌리가
뽑히지 않습니다
차마, 기억을 허물지 못하고
추절의 별빛이 가슴을 긋는 0시
그대가 지상에서 이탈되었을 때
내게 온 그리움의 길이가 너무 길어
바람의 길에서 끊어진 연처럼
나의 전부가
지도 없는 먼 밤을 떠돕니다
이젠 봄도 깊어 가네 .
내일이 엄마를 멀리 보내는 날이네
오랫동안 그리워 지겠지 엄마
쓸쓸히 불어오는 바람결에 꽃 잎이 지고
어느 어두운 밤에 천둥과 비바람이 창밖을 두드릴 때면
아니 추운 겨울날 안부 전화를 하면 “나는 괜찮아 너는 어떠냐”고
되묻는 엄마 목소리가 환청처럼 들려오면
또 가슴이 아파오고 눈시울이 뜨거워지겠네….
엄마의 품속이 얼마나 포근하고 따뜻했는지 잊어버리고
외로움을 밝힐 등불조차 걸지 못했던 저를 용서해 주세요.
엄마가 덮어주던 이불로 내 몸 감싸 안으며 시린 어머니 등을
덮어줄 생각 못한 이 무정한 아들은
이제사 지고 만 꽃 잎의 향기를 찾아 어둠 속을 헤메고 있네요.
엄마 !
그래도 엄마가 남긴 사랑과 그 추억이 많아서 나는 외롭지 않네
생시에 못다한 사랑 뒤늦게 보내려 주섬 주섬 두서 없는 글 꾸러미에
담으렸더니 그 49일도 그렇게 황망히 지나 가네.
내게 준 사랑은 그렇게 닿을 수 없는 큰 사랑이었네요.
엄마 내일 뵈어요..
2024년 4월 28일 (일요일) 천붕 45일째 - 소천 48일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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