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조금씩 차가워지고 땅거미가 밀려 온다.
“나의 파랑새는 어느 하늘을 나르고 있는가?”
단지 보이지 않는 한 마리의 파랑새를 쫓느라 많은 시간이 자나 갔고
들판 위의 수 많은 행복은 바람 같이 사라져 갔다.
새가 아름다운 노래로 인사하고 무수한 꽃들이 밝은 미소로 손을 흔드는 눈부신
초원의 아름다운 봄날처럼
난 그렇게 잃어버린 행복이 도대체 얼마나 많을까?
선비길에서 만난 신비한 파랑새
농월정 가는 길에 앉아 있다가 날라가는 걸 보았는데....
돌아 가는 길 다시 바위에 앉은 파랑새
맞은 편 친구새와 얘기를 나누고 있었음 - 애인새 인가?
그렇게 애타게 찾아다니던 나의 사랑
나의 파랑새는 함양 선비길을 날고 있었는지~
늘 내 곁을 날고 있었는지?
무언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예감 !
기억하라 메멘토 모리 Memento mori
당신이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템푸스 푸짓 Tempus fugit
시간은 기다려 주지 않는 다는 걸
너의 소중한 것들이 모두 떠날 채비를 하고있다.
기억하라 카르페 디엠 Carpe diem
현재를 붙잡고 즐겨라
모든 것은 다 지나가고
모든 것은 다 시든다.
네가 발은 담근 강물은 어제의 강물이 아니다.
오늘이 참으로 아름다운 날이고 남아 있는 생애 중 지금이 너의 가장 빛나는 젋은 날이다.
가무데아무스 , 유웨네스 둠 스무스 Gaudeamus iuvenes dum sumus
우리가 젊을 동안 기뻐하라
딜리제 엣 팍 코드 비스 Diiige et fac quod vis
사랑하라 ! 그리고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하라
조선 시대에 동지중추부사를 지낸 화림재 전시서가 서원을 세우고 그 옆에 억새를 엮어 처음
거연정을 지었으며, 이후 재건과 중수를 거쳤다.
조선 후기 학자 임헌회는 〈거연정기〉에서 “영남의 승경 가운데 삼동(안의삼동)이 최고이고,
삼동의 승경 가운데 화림동이 최고이며, 화림동의 승경 가운데 이 정자가 최고”라고 썼다.
조심하라 !
언제나 네 곁을 떠날 구실을 찾고 떠날 준비가 되어 있는 많은 것들에 대하여…
네 인생이되 네 마음대로 살지 못했던 것처럼
분명 네 것이되 네 것이라고 주장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하여 …..
비록 네 것어어도 다 부질 없는 것들에 대하여
쓸데 없는 세상의 소음에서 벗어나라
무수히 흘러간 세월에게 배워라
침묵하는 산과 바다로부터 삶의 이야기를 들어라
그리고 변함 없는 소중한 것들에 관해 물으라.
시간에게 , 삶에게, 그리고 수 많은 노인과 죽음에게….
.
알레아 약타 에스트 Alea iacta est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네 패는 이미 나와 있고 다시 주사위를 던질 기회는 오지 않을 것이다.
괜히 쩐 판에 얼쩡거리다가 있는 돈마저 날리지 말고 어여 판돈을 챙겨서 서둘러 떠나라
그리고 다시 돌아 보라
세상의 모든 고뇌를 혼자 지고 묵묵히 살아온 너와
오랫동안 네 곁을 지켜온 소중한 것들
네 곁에서 여전히 빛나고 있었지만 네가 알아 보지 못했던 것들
이젠 너의 그림을 그려라
잘 그리려고 하지 말고 그리고 싶은 대로 그려라
남들의 눈을 통해서가 아니라 너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남들이 좋아할 그림이 아니라 네가 좋아하는 그런 그림을 그려라.
그리고 아름답게 색칠하라..
날이 좋다.
걸어 본 적 없는 미답의 길을 걷는 다는 건 설레는 일이다.
함양 거연정에서 농월정 까지 6km 길
함양 가는 길 아직 물들지 안은 산들이 창 밖을 스쳐 지나 갔다.
채 물들기도 전에 말라가는 잎새들….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고 따뜻한 날이 길어 나무 길어 나무들은 혼란스러웠다.
사람들 또한 그렇지 않은가?
40도를 육박하는 무더위가 몰아치고 갑작스런 태풍과 폭우가 휩쓸고 지나 간다.
인간이 창조한 거대한 경제 시장에는 회색 코뿔소가 준동하고 블랙스완이 자주 출몰한다.
그 바람에 마냥 나부끼며 세월을 앓다 보면 좋은 시절 다 지나 간다.
냅둬라!…
그건 네 상관할 바가 아니어늘….
사람들은 쉽사리 자연으로 돌아가려 하지 않는다.!
아름다운 세상은 문 밖에 있는데…
콘크리트 성채를 벗어날 생각이 없으면서 어지러운 세상과 답답한 삶을 탓하고
떠나지 못하면서 고요해지고 가벼워지지 못함을 불평한다.
거연정 주차장은 1시간 남짓 만에 도착하는 짧은 거리다.
마음 하나로 새로운 풍경을 만날 수 있는 허허로운 길 ….
주차장의 은행나무가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건너다 보이는 먼 산의 풍경은 잠시 잊었던 고향의 모습이다.
다 팔자 탓일까?
누군가는 입신양명하여 권세와 재물을 누리고….
누군가는 어리석은 미망과 욕심을 내리고 무심한 산천에 은둔하며 살아가는 것은…
하지만 피비린내 나는 권력의 암투가 난무하던 도성에서 풍진 칼바람에 허망하게
날리어간 비운의 정승이 있었고
시리고 아픈 가슴을 자연 속에서 달래며 또다른 세상을 누리던 선비도 있었다..
삶은 늘 누군가의 전쟁터이고 누군가의 놀이터 였다...
길은 팔자 좋은 함양 양반들의 놀이터로 난 길이었다.
나귀에 올라타고 술과 안주를 바리바리 진 하인이 그 고삐를 잡았을 것이다.
한양 관아의 관리들과 방귀깨나 뀌는 한량들은 서로 통발을 넣어 거연정으로 모여
들고 기생들은 분냄새 풍기며 가야금 선률에 교태와 웃음을 날렸을 것이다.
하늘이 높고 물이 맑은 그 시절에...
시린 풍경을 두고 누란 풍류와 낭만이 구중궁궐 부러웠으랴?
끼니가 없어 굶기를 밥 먹듯이 하던 백성들은 그들의 유희를 위한 정자를 세우며 받는
품으로 식솔의 허기를 면했을 것이다.
함양 땅이 원래 호락호락한 산세가 아니다.
함양의 옛 지명은 천령이다.
하늘이 맞닿은 고개
하늘이 내린 민족의 명산인 지리산과 덕유산등 해발 1000미터 이상의 산이 15개나
되는 곳이니 계곡이 아름답지 않으면 그 또한 이상한 일이겠다.
정자와 물길이 어우러진 한 폭의 산수화 였다.
산자수명이란 말로 계곡의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있을까?
지리산 ,덕유산 기백산 황석산에는 내 일찍이 안방처럼 드나들었건만 계곡미가 빼어난
이 안의면 일대의 화림동 계곡엔 내 이제사 찾아 왔다.
자연이 푸르렀던 그 시절에는 법접하기 쉽지 않은 오지였을 듯 싶다.
국도가 화림천을 가로지르는 바람에 그 신비한 계곡의 속살이 백일하에 드러났을 뿐이다..
아름다운 산수를 감상하며 엣 선비들의 풍류와 낭만을 따라가는 길이었다..
충절과 선비의 고장 답게 그 길은 정자문화의 진수를 보여준다.
길은 물 길을 따라 숲길과 마을 길을 휘돌며 거연정,군자정,영귀저으동호정,경모정,
람천정 ,농월정 정자를 거치간다
화림동 계곡의 빼어난 산수와 조화를 이룬 정자들의 맵시가 가히 절묘하다
가을이라 더 아름다운 길이었다.
.
누군들 그 절경을 모를까 만은
그 정자를 짓기 위해서는 화림천 물길 만큼 도도한 세도가 있었을 터이다.
마눌과 함께 누린 함양의 멋진 가을 여행이었다.
그리 먼 길이 아니고 별다른 무리가 없는 쉬운 길이었지만 여운이 남는 길이었다.
농월정 가는 길에 만났던 파랑새는 뜻 밖의 행운이었다.
가슴이 따뜻해지고 무언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예감이 들어 기분이 너무 좋았다.
그 파랑새가 돌아 왔으니..
찬바람 따라 날아간 귀여운 파랑새
언제까지 내게 오려나 내사랑 파랑새
그 빛깔 변함없이 돌아만 온다면
언제까지라도 나 항상 너를 기다리련다
온다는 소식 한장 왜 아직 오지를 않나
지금쯤 그 예쁜빛 변하지 않았나
보고파라 보고파라 내사랑 파랑새
언제까지라도 나 항상 너를 기다리련다
여전히 발이 불편 했지만 조금씩 나아 가고 있다고 자위 해본다.
덕유산 청수도 화림계곡으로 흘러 들었을 터인데 걷기를 마무리하고 나니 화림계곡물에
발을 담그지 못한 게 아쉬웠다.
답사를 마치고 좀더 근사한 곳에서 여유로운 점심을 하고 싶었는데.버스로 원점회귀
하여야 해서 시간을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저녁 약속이 있으니 너무 늦은 식사가 부담스러워 농월정 관광단지에서 국밥 한 그릇
으로 점심을 마무리 하고 차로 돌아 오니 두 시 반쯤 되었다.
다소 아쉬운 여정이었지만 함양의 또 다른 많은 명승지는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어짜피 함양은 앞으로도 많이 와야 할 곳이었다.
오늘은 차로 지나는 길에 덕유 신령님 님께 눈인사만 드렸다.
새해부터는 정식으로 다시 산행을 시작하기로 했다.
시작은 끊어진 시간을 잇고 끈어진 산길을 잇는 것이었다.
덕유산 칠연계곡을 올라 동엽령과 백암봉을 아우르고 중봉을 거쳐 향적봉.에서 덕유
신신령님께 육구 종주 마무리 인사를 올려 야지…..
근신 할만큼 근신 했으니 다시 무릉객으로 돌아가겟노라고….
허락하시던 안하시던 내 할 대로 할 터이니 다시 주저 앉히시던 나아서 내려 보내시던
알아서 하시라고 땡깡이라도 피울 참이다.
조사장이 이젠 덕유에 더 이상 올 일이 없을 거라 했는데 동행으로 나서 줄지는 모르겠다.
상관없다.
혼자라서 못 간 산은 설악 비등 말고 또 어디 있겠는가?
2024년 11월 19일
'산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계족산의 만추 (0) | 2024.12.08 |
---|---|
보문산의 새벽 그리고 늦 단풍 (0) | 2024.12.06 |
78ENG 24년 여름 회동 - 옥천 트레킹 (2) | 2024.08.21 |
2024 덕유 종주 (0) | 2024.08.15 |
목멘 그리움 그리고 지리산의 선물 (0) | 2024.07.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