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리산 새해 산행
호남지방에 엄청난 대설로 목요일 덕유산 등산로는 전면폐쇄되었다 ㆍ
큰 눈이 온다기 내심 쾌재를 불렀다ㆍ
장엄한 눈밭과 환상의 설경을 만날 수도 있다는 기대에 부풀었다 ㆍ
모처럼 큰 장이 섰다는 생각에 안전을 걱정하는 조사장에게 오래 전부터 마음먹은
여정이라 통제 되어도 갈 생각이라 다음에 함께 하자는 뜻을 전달했다 ㆍ.
그렇게 다치고도 정신을 못차리고 늘 청춘인 듯 철없이 나대는 무릉객
상황파악과 사태파악이 다 안되는 불통 할배 !
금요일도 요지부동 이다ㆍ
막혔던 곤도라는 재개되었지만 해제된 유일한 구간이 설천봉과 향적봉 구간이다ㆍ
대설 주의보에 한파주의보 까지 발령한 상황이라 심상치 않아 보인다ㆍ
구전동에서 안성탐방센터 까지 갈 기사님한테는 미리 부탁을 해 두었고 금요일 저녁에
최종 연락을 한다고 통발을 놓은 상태였다 ㆍ
오후 4시쯤 덕유산 탐방지원세터에 전화했다 ㆍ
“내일 오전에 통제가 풀릴 수 있을 까요?”
국공지킴이님
내일 아침에 최대한 빨리 공지를 하려 하는데 눈이 너무 많이 와서 제설 작업이 어려운
상태라 어떻게 될지 장담은 할 수 없어요ㆍ
구천동에서 백련사 구간은 가능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ㆍ
나
향적봉에서 중봉구간은 해제가 불가능 할까요 ?
국공 지킴이님
워낙 많은 눈이 내려서 등산로를 열 수가 없습니다ㆍ
허리까지 눈이 쌓이고 바람이 많이 불어서 이런 상태라면 일주일 안에 풀리기 어려워요 ㆍ
내가 향적봉 중봉 구간을 물어 본 것은 그 구간이라도 열려야 그나마 능선 상태를 가늠할
수 있다.
도둑 산행을 한다 하더라도 눈이 장딴지 정도 까지 쌓이면 러셀을 하면서 할배 혼자 눈
길을 헤쳐나가는 건 사실 무리다.
몇 일이 지나 젊은 퍼스트 펭귄과 얼리버드 들이 빌자국을 내어 길을 만들어 놓으면 설령
통제가 계속되더라도 가는 데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국공님을 만나면 그건 알아서 차후에 대처할 문제고…”
지킴이님과의 통화로 미루어 짐작컨데 너무 많은 적설과 한파 속에서 홀로 일정을 감행
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사실 덕유산정에서 나만의 산신제를 지내고 육구 종주를 완성하지 못한다면 다른 루트나
중간 탈출은 의미가 없는 산행이다.
덕유 신령님이 좀 더 근신하라는 거다ㆍ
지금 상태로는 25일 토요일로 미루어야 할 것 같다.
조사장에게 메세지를 넣었다ㆍ
이미 결심을 통보했던 터라 조사장은 별도의 스케줄을 세웠을 터인데 혹시 시간이 되면
같이 가고 아니면 신년 건너뛰고 2월에 만나자고..ㆍ
조사장은 친구와 동부인 저녁식사를 하기로 했는데 다음으로 조정하겠다고 했다ㆍ
그렇게 까지 하지 말고 일정대로 하고 다음에 보자고 했는데 부득불 같이 가겠노라고
한다..
조사장은 계룡산 산행하고 내려와 사우나하고 예정대로 술한잔 치며 둘의 신년회를
하자고 제안 했다.
나는 계룡은 지지난 주에 다녀 왔으니 속리산에 가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덕유산신령님의 빳데루를 풀기로 예정했던 육구종주 이어가기는 다음으로
미루어졌다ㆍ
조사장 집에서 오전 7시에 만났다 ㆍ
산행 코스는 천왕봉쪽으로 올라 문장대를 거쳐 하산하는 6시간 코스를 잡았고 보은읍
에서 사우나를 하고 신탄진에서 뒤풀이를 하기로 했다.
여유롭게 속리산에 도착해서 산행을 시작하는데 아침 날씨가 너무 춥고 바람이 차갑다. ㆍ
간밤에도 눈이 날렸는지 길 위에 깔린 엷은 눈이 어제의 발자국을 덮고 있다ㆍ
안전 지킴이 조사장은 세조길에 들어서기도 전 호숫가 소로에서 아이젠을 착용했다 ㆍ
길이 미끄러워 안전산행이 위협받거나 발길이 밀려 힘이 더 많이 드는 상황이 아니라
나는 아이젠을 하지 않았다ㆍ
싸늘한 날씨에 휘날리는 새벽 낭만 !
세조 길에 접어들자 눈이 점점 더 많아졌다ㆍ
세심정에서 천황봉길로 접어드는데 냉기가 뼈골로 스며든다 ㆍ
계곡은 두껍게 얼어 있다 ㆍ
쌓인 눈은 빙결되어 밟을 때 마다 뽀드득 소리를 내는데 오히려 미끄럽지 않다ㆍ
조사장은 앞서 오르고 나는 몇몇 산객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그 길을 가는데 풍경이
점점 그윽해지니 카메라를 찍는 빈도수가 많아져 발길이 자꾸 밀린다ㆍ
그런데다 날씨가 너무 차가워 밧데리가 자꾸 얼어 들어가 사진이 잘 찍히지 않는다.
밧데리를 빼서 체온으로 녹였다가 다시 넣기를 반복했다.
조금씩 가파라지는 산길에서 움츠러든 몸이 조금씩 풀리고 어느결엔가 태양이 마른 나뭇
가지 사이로 붉은 얼굴을 드러내 보이면서 마음이 한결 훈훈해 졌다
상환암을 지나고 중간정도 더 올라 등로가 거칠어 지면서 발길이 미끄러워지기 시작했다.
가는 길 바람이 막아지는 양지녁 길 위에서 아이젠을 하고 처음으로 뜨거운 물 한잔을
마셨다.
그사이 내가 지나쳤던 홀로 산객과 젊은 부부 산객이 내 곁을 지나 갔다 ㆍ
조사장은 페이스 대로 내쳐 올라가는 모양이다 ㆍ
사실 이런 차가운 날은 누굴 기다리는 건 고역이다ㆍ
비슷하게 속도를 조절해야 하고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 중간지점과 목적지 쉘터를
지정해야 한다 ㆍ
우리의 식사를 위한 중간기착지는 신선대 휴게소 였다ㆍ
조사장 왈
“그동안 낙석으로 인한 등산로 통제 통제 때문에 문을 열지 않았는데 오늘은 어떨지
모르겠어요ㆍ”
안 열어도 상관은 없다 ㆍ
햇빛이 드는 그 곳 야외 벤취외 식탁에 조사장이 가지고 있는 비닐 쉘터를 만들면 충분히
추위와 비람을 피할 수 있다ㆍ
등산 배낭의 무게와 가파른 등로로 다친 왼발에 부담이 조금씩 느껴졌지만 크게 불편한
정도는 아니었다 ㆍ
천왕봉 갈림 길에서 좌측 문장대 방향으로 길을 틀었다ㆍ
하염없이 오름 길이 이어지는데 속리가 붉은 태양빛을 끌어 대지의 화폭에 그리는
겨울 수채화의 은은한 농담과 현란한 붓놀림의 조화는 그렇지 않아도 거친 산길에
밀린 발길을 더 더디게 한다.
만일에 신선대 휴게소가 문을 닫았는데 내가 너무 늦게 도착하면 조사장은 홀로 비닐
쉘터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야 한다.
시간이 오래 경과하면 추울 수 밖에 없다.
거기다 혼자 비닐 보자기를 뒤집어 쓰고 있는 것도 모냥 빠지고…..
그랴도 장마다 꼴뚜기도 아니고 모처럼 만난 속리 설경은 누릴만큼 누려야 하고 찍을
사진은 또 찍어야지…..
능선에 올라섰다
근데 거짓만 같은 일이 벌어졌다 ㆍ
능선 위에 눈부신 태양빛이 쏟아지는데 한줄기 바람조차 불지 않는다ㆍ
아무런 움직임도 아무런 소리도 없는 무기체의 평화 속으로 내가 잠겨 든다.
그 혹독한 추위와 바람은 어디로 간 것이여?
앞쪽으로 커다란 황금빛 바위가 내려다보고 그 우측으로는 천황봉으로 가는 능선이
용트림을 하며 또아리를 풀고 있다.
고요하고 평화롭기 그지 없는 아늑한 풍경은 흡사 태풍의 눈처럼
동장군의 시퍼런 서슬 중에도 따사로운 봄 날을 노래하고 북쪽의 수문장은 마치
사천왕상인듯 스피크스 형상으로 불국의 관문을 호휘하며 악귀의 근접을 차단하고
있다.
여기가 오메가 포인트다ㆍ
고통도 슬픔도 없고
불국의 평화와 고요가 머무는 곳
보호받는 듯 아늑한 가운데
기쁨과 희열이 휘몰아 치는 곳
신과의 동행이 느껴지는 곳이었디ㆍ
그 곳에서 배낭을 내리고 잠시 휴식하며 따사로운 햇살을 즐겼다.
“삼수갑산 가도 이런 데를 그냥 지나쳐 가면 안되는 거여 !
명당터의 기운은 받고 가야지 .”
그 곳에서 한 잔의 뜨거운 물을 마시면서 잠시 속리의 평화에 젖었다 ㆍ
그 곳을 벗어나 바람을 막아 줄 둔덕이 없는 날 등선으로 올라가자 매서운 바람이
휘 몰아 쳤다.
목두건으로 코와 입박음을 하지 않고는 견디기 힘든 차가운 날씨다.
여기가 이정도면 1500고지를 넘나드는 덕유능선은 살인적인 추위와 바람으로 생명체
의 범접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띠리링~~~
조사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왜 안 오느냐고 ~~
오잉?
벌써 신선대에 도착 했다고 ?
천황봉이란다.
40분을 기다렸는데 안 와서 혹시 다친 거 아닌가 하고 전화한 거라는데…
헐 ~~ 왜 거기 가 있냐고요?
나는 신선대를 향해 열쓈히 가고 있는데 ...
이게 당최 머선 일이고?
참으로 황당한 상황이 벌어졌다.
조사장은 40여분을 천황봉에서 혼자 떨고 있다.
조사장은 내가 이 엄동 설한에 통제가 되더라도 육구종주를 잇겠다고 기염을 토한데
다가 계룡산,선자령,대둔산을 해돋이 산행을 하며 문안인사를 올리는 걸 알고 있으니
당연히 가장 높은 천왕봉에서 속리산신령님께 예를 올릴 것으로 생각을 했다.
근데 나는 조사장과 전에 이 코스를 타면서 한 번도 천황봉에 갔다가 되돌아 온 적이
없었으니 오늘도 당연히 천항봉을 패싱하는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우린 서로 상대방 입장을 존중하여 상대를 배려하는 코스로 진행했다.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이 추운 날 무방비로 노출된 천황봉 날맹이에서 40분 씩이나
기다리구 있냐구?
조사장은 내가 다리가 불편하여 발길이 많이 밀리는 걸루 생각하여 부담을 주지 않으
려고 계속 기다리다가 40분이 지나도록 오지 않자 혹시 또 무슨 사고가 아닌가 싶어
전화한 거다.
어이 없는 상황에 둘이 화들짝 놀란 건 마찬가지 였다 .
조사장은 최대한 빨리 갈 테니 신선대에서 기다리라고 했다.
이젠 입장이 바뀌었다 .
나는 더 이상 쫒는 자가 아니었다.
그리 서두르지도 않았지만 구태여 서두를 일이 없이 갑자기 시간이 여유로워졌다.
일단은 신선대 휴게소가 문을 열었는 지가 가장 중요한 정보 였다.
교행하는 사람을 기다렸지만 한참을 가도 반대편에서 넘어 오는 사람이 없다.
드디어 한 사람을 발견하여 신선대 휴게소를 물으니 닫은 것 같다고 한다.
그는 문을 열어보지 않았다는데 앞에 벤치에 눈이 그대로 쌓인 걸로 보아 오늘 영업을
하지 않는 모양이라고 했다.
신선대 휴게소가 열지 않았으면 비닐 쉘터가 없는 난 밖에서 개 떨 듯 떨어야 하니 시간을
최대한 속도를 줄이는 편이 낫다..
엄혹한 속리의 삭바람을 피하기 위해서는 춥지 않을 정도로 몸을 움직이되 아까 같은
햇빛이 따뜻하고 바람이 막아주는 데가 있으면 쉬엄쉬엄 쉬면서 가는게 상책이다.
믿었던 신선대 휴게소가 열지 않았다는 게 당혹스럽다.
그래도 옛 추억이 많은 곳이고 휴게소 쥔장도 잘 아는 터라 오늘 같은 날에 몸을 녹이면서
쉬어가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텐데 아쉽긴 하다.
허기가 조사장은 산봉우리에서 혼자 나를 기다리며 40분을 떨었다.
낙차 큰 구간을 오르락 내리락 하며 진행해 가는 데 또 한 산님이 반대편에서 넘어 온다.
다시 휴게소를 물었는데 이 양반 왈
“문 열었어요! 나 거거서 시방 컵라면 하나 먹고 넘어 오는 길이여유…”.
오잉 ?
열었다 고라?
흐미 아까 그 산님은 산장에 들릴 생각도 안하고 지나쳤으니 점빵이 열린 걸 몰랐던 거다.
더 이상 뭉그적 거릴 이유가 없어졌으니 우야튼 잘되었다.
그렇게 신선대 대피소에 도착하여 쥔장과 인사를 나누고 뜨거운 당귀차 한 잔 마셨다.
신선대 휴게소의 트레이드 마크 당귀차는 옛 맛 그대로다.!
한 켠에서 산객 한 분이 컵라면을 들고 계셨다.
쥔장과 이러저러 얘기를 나누다가 조사장한테 전화를 걸었다..
신선대 휴게소 열렸으니 너무 서둘러 급하게 올 거 없다고 얘기하려 했는데 받지를 않는다.
전화를 받을 새도 없이 등산화 탄내 나도록 달려오고 있는 모양이다.
컵라면 산님과 얘기를 나누는데 청주에서 왔다고 했다.
칠순이란다.
얼굴 살집도 좋고 건강은 좋아 보인다.
이 추운 겨울에 왜 혼자 다니시느냐고 물어 보았더니 친구들하고 다니면 귀찮단다.
이젠 다들 비실거려서 이런 데 올려는 넘도 별로 없지만 같이 와도 이래저래 신경쓰고
보조를 맞추려면 피곤 해서 혼자 다니는 게 제일 편하 단다.
나랑 같은 하이에나과의 스타일리스트다..
지금은 매주 말에 한 번씩 오고 평상시에는 동네 산에서 논 단다.
아니 나랑 같은 하이에나 과이긴 해도 산행 스타일은 자신의 영역을 잘 벗어나지 않으
려는 조사장과 더 닮았다.
시종일관 팬데 또 패는 성격
이젠 속리산 700회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한다.
자신이 아는 사람 중에 두 분이 속리산 1500회를 했다고 한다.
1500회라면 일주일에 두 번씩 댕겨도 15년 세월이다.
세속에서 멀리 떨어진 속리산에서 줄창나게 15년 도를 닦았으니 다들 도를 통했겠다.
기히 입산수행과 면벽수행에 버금가는 참선 수행이다.
천하의 명산을 철환하며 심신수양하는 낭만도인 무릉객과는 다른 단조로움을 초극하는
인내와 묵상의 수행 이다.
그리 오래 기다리지 않았는데 조사장은 용가리처럼 허연 입김을 뿜어대며 도착했다.
우왕! 역시 조장사!
내가 추위에 기다릴 까봐 그 눈길을 머리카락 날리며 달려 왔다.
지난 여름 육구종주에서 보여준 것처럼 후반부 뒷심과 지구력은 다소 부족해도 중반부
까지의 체력은 젊은이들도 혀를 내두를 넘사벽이다.
조사장 역시 뜨거운 당귀차 한잔으로 몸을 녹이고 우리는 비닐 쉘터를 펼칠 것도 없이
따뜻한 휴게소 안에서 편안히 식사를 했다.
그 추위에 몸을 녹인 댓가가 고작 당귀차 2잔 값 4000원이라 나는 차 한잔을 더 시키고
6000원 현금을 지불했다.
우리는 충분히 휴식하고 심기일전하여 마지막 관문 문장대에 올랐다.
늘 표효하는 승냥이 같이 세차게 울부짓던 문장대 바람이 오늘은 제법 얌전하다.
몸이 막 바람에 떠밀려야 문장대 다운 날씨인데 오늘 속리 신령님 승질 많이 죽이셨다.
나는 도착하여 기다리던 조사장에게 바람이 차니 먼저 내려 가라고 하고 사위를 돌며
속리 산신령님께 절을 올리고 멋진 설경을 가슴과 카메라에 담았다.
정말 추억이 많은 문장대다.
무수히 사계절을 넘나들었지만 정작 문장대 일출을 함께 본 건 고부기하고 였다.
나를 사부로 모시며 많이 나대던 고부기 !
그 때만 해도 산이 내린 고부기는 물불을 가리지 않고 대한 민국의 산줄기를 빠대고 댕겼다.
인생 후반부는 고부기하고 많은 명산을 다닐 거라 생각했는데 백두대간과 9정맥 ,100대
명산을 전광석화처럼 마무리한 고부기는 어느 날 홀연히 산을 내려왔다.
내 두 번의 백두대간 길도 묵묵히 지켜 본 문장대고 홀로 충북알프스 종주를 하던 젊은
날에도 내 방랑하는 청춘에 반갑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조사장은 속리산에 푹빠져 있지만 나 역시 심정적으로 무한히 가깝고 각별한 산이라
혼자도 많이 찾았던 산이다.
그렇게 오늘은 나의 소중한 두 친구와 나누는 의미 있는 신년회 였다.
“속리 신령님 ! 올해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
문장대 표석에서 기다릴 줄 알았던 조사장이 없다.
신년 기념촬영을 해야 하는데……
나는 한 떼의 아가씨들이 몰려든 표석에서 그들의 사진을 찍어주고 내 사진 한 장을
건졌다.
표석아래 벤치로 내려 왔는데도 조사장이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헐 ~ 먼일이래?
먼저 내려간 모양이다.
아마도 일정이 빠듯하다 보니까 빨리 내려 가지는 신호를 남기며 서둘러 하산한 모양이다.
하산 거리는 엄청 멀지만 아이젠이 있으니 내림 길이 크게 문제될 건 없다.
적당하게 눈 덮힌 길이라 편안한 마음으로 여유롭게 하산 했다.
복전암 근처까지 내려가니 조사장 전화가 온다.
아까 점심 먹은 게 잘못되었는지 배가 살살아프고 뒤가 급해서 먼저 정신없이 내려 왔단다.
그러고 보니 천왕봉부터 세심정 까지는 화장실이 없다.
아니 아무리 바른생활 사나이기로 서니 거기서부터 세심정이 어디라고 그 애슬픔을 참으며
내려갔다는 말인가?
손바닥 만한 휴지 한 장 아니 마른 나뭇잎 두 장만 있어도 풍경 좋은 낭만 해우소가 곳곳에
즐비하거늘….
하~~ 정말 못말리는 조사장
오늘은 우짜 이별수여 !
하지만 조사장은 해탈을 했으니 참 시원하겠다.
우리는 그렇게 세심정에서 다시 두 번째 극적인 해우를 하고 남은 길을 나란히 걸으며
출발지로 되돌아 왔다.
출발한 지 7시간 13분 만이었다.
우짜다 보니까 많이도 걸렸네....!
보은 사우날 이동하여 1시간여 사우나를 마치고 신탄진 대덕 불고기로 갔다.
조사장이 오매불망 하는 곳
돈은 언제나 다 조사장이 내는 데 그 소원 못들어 주랴?
대덕 불고기에 자리가 없으면 생물전문식당에 가서 간자미회무침과 붕장어 탕을 먹기로
하고 도착한 조사장 맛집 이었다.
5시 30분쯤 주린 배를 움켜쥐고 식당에 도착하니 딱 한 테이블이 남아 있었다.
환상의 타이밍 !
이 정도면 완벽한 일정괸리였네….
삼겹살 5인분에 맥주 1병 소주 4병 !
준수하다.
우린 윤석렬쏘맥도 한잔씩 마시며 성공적인 속리산 신년산행을 축하하고 다가올 새해의
즐겁고 신나는 모험을 위해 그렇게 축배를 들었던 것이다.
조사장과 나 참 대단한 인연이 아닌가?
젊은 어느 날 지리산 능선에서 우연히 만나 친구가 되어 안나프르나도 함께 다녀오고
지금껏 명산을 함께 주유하고 있다.
그 때 단 한 번의 만남으로 나는 기사와 스폰서와 친구를 한꺼번에 얻었다.
혼자라도 덕유 간다고 부득불 우기고 2주전 계룡산에 갔다 왔다고 거기 안 간다는 나는
그의 참 이기적인 친구이다.
벌써 3주 연짱 가는 속리산을 손수 운전으로 데려다 주고 부담될까봐 전화 한 통 안하면서
그 추운 천황봉에서 40분을 기다리고 또 내가 추위에 오래 기다릴 까봐 등산화 탄내 나도록
달려온 조사장은 나의 정말 좋은 친구다.
그 뿐인가 사우나비에 술값 밥값 까지 다 계산한다.
숙박하면 별도 숙박비에 원점회귀 택시비도 다 부담한다.….
ㅎㅎ 누가 봐도 나는 이기적인 친구고 그는 참 좋은 친구다 .
우리가 운명적인 친구라면 그건 조사장의 불운이고 내 행운이다 .
그 차이가 뭘까 ?
나는 산에서 산신령남들에게 절을 올리고 조사장은 절을 하지 않는다.
그러니 신들과 산신령님들이 누굴 더 좋아하겠는가?
우야튼 나도 25년 조사장과의 출정 때는 고집부리지 말고 안전산행에 더 신경 써야 겠다.
2025년 1월 11일 토요일
'산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육구종주 이어가기 - 덕유산 시산제 (0) | 2025.02.01 |
---|---|
대둔산 새해 일출 산행 (0) | 2025.01.07 |
선자령 새해 일출 (0) | 2025.01.02 |
계룡산 새벽 명상 (0) | 2024.12.21 |
계족산의 만추 (0) | 2024.12.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