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은 심장CT촬영에 대한 상담 약속이 잡혀 있었다
심장세동
부정맥은 가족내력이지만 별 신경쓰지 않고 살아 왔는데 의사가 뇌졸증까지 운운하며
겁을 주기에 한번 찍어보기로 한거다 ㆍ
25일을 덕유 출정일로 잡았다가 임시 공휴일로 확정된 월요일로 조정했다ㆍ
연휴 첫 날 금요일 조사장 전화가 왔다ㆍ
이번 토요일에 덕유 가느냐고?
그래서 자초지종을 설명했는데 혹시 병원 일정을 바꿀수 없는지 물었다ㆍ
함께 가고 싶다고ㆍㆍ
"글쎄요! 임시공휴일 지정이 되었으니 그 날 진료가 안되지 않을까요 ?"
어쨋든 한 번 확인 차 병원에 전화를 했는데 병원상담사는 그날 진료 예약이 너무
많았던 터라 어쩔 수 없이 정상 근무 할 수 밖에 없단다.ㆍ
진료를 월요일 오후 3시 45분으로 조정해줄 수 있다고 했다. ㆍ
조사장도 토요일 체력관리를 위해 어짜피 홀산을 가야 하니 혹시나 했던 전화지만
여름 육구종주 때 하도 고생을 해서 덕유는 이제 마지막이라고 입에 달았던 터라
마무리를 함께 하고자 하는 의리와 동지애의 발로이기도 했다..
불감청이언 고소원이라 !
위낙 고생한 곳이고 남은 구간도 만만치 않은 여정이라 이 겨울에 같이 가자고는 못하지만
가주면 나는 좋은 거지 ㆍ
묵은 숙제는 일찍하는게 낫고 먼길에 조사장과 동행하면 힘이 될 것이라 우린 그렇게
그 여름과 연결된 시간여행을 함께 하기로 했다ㆍ
조사장이 아침 6시 30 집으로 픽업을 왔다ㆍ
안성 탐방지원센터의 새벽 공기는 대전과는 사뭇 달랐다ㆍ
벌써 주차한 차가 많이 보이고 내려서 여장을 꾸리는 산객도 있다 ㆍ
지난 대설 이후에 2주가 지났다
지난주 이기자 일정이 없었다면 멋진 설경 속을 걸었을 것이다ㆍ
그래도 초입부터 두껍게 다져진 눈길이라 시작점에 오를 때 아이젠을 찼다 ㆍ
무채색 계곡을 올라 가면서 만감이 교차 했다ㆍ
4개월의 시간 공백은 컷다ㆍ
속리 산행은 그걸 일깨워 주었다ㆍ
왼쪽 발은 당시 견딜 만 했지만 끝나고 나서 몇 일간 불편함을 호소했다ㆍ
의도적으로 자제했던 신체활동으로 체력은 많이 떨어졌다ㆍ
평소 자주 가던 구간이지만 속도는 느리고 호흡은 거칠었다ㆍ
낡아가는 삶과 육체는 그렇게 허약한 것인지도 모른다ㆍ
아무리 아니라 항변해도
이제 삶의 내리막길임을 우린 조금씩 인정해야 한다. ㆍ
모든 살아있는 것들은 시간이 주최하는 흥청거리는 삶의 연회를 즐기지만
취가가 가실 때쯤엔 그 파장의 쓸쓸함이 가슴에 내는 퀭한 바람구멍을 느낀다.
내 삶의 이 지점에서 되돌아보면 한바탕 꿈같은 몽롱한 세월 이었다.
세월이 많이도 흘러갔다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아보이지만 착시 아닌가 ?
차 떼고 포 떼면 활개칠 수 있는 나의 날은 터무니 없이 적을 지도 모른다.
채우는 것보다 비워내고 내려놓아야 하는 시간이 더 많은 세월
온전히 내 것이라고 할 수 없는 세월ㆍ
기쁨과 성취보다는 상심과 상실이 더 많은 세월이다ㆍ
세월의 비람이 점점 더 차지고 그 바람이 어깨와 가슴을 시리게 할 것이다.ㆍ
“별로 시간이 없어 !”
우린 맞바람 속에서 그렇게 영성쇠의 숙명에서 벗어날 수 없는 슬픈 날개짓의
아름다움을 절절한 가슴으로 느껴야 한다ㆍ
우리가 세월에 항변하고 삶에 항거하는 방법은 멈추지 않고 전진하는 것이다 ㆍ
궁극에는 받아들이고 내려놓는 수 밖에 없지만 이직 그래서는 안되는 것이다ㆍ
아직 살아갈 날이 많은 나는 이 신 새벽에 배낭을 둘러매고 다시 덕유로 떠난다ㆍ
왜?
이쯤에서 닻을 내리고 싶지는 않다ㆍ
나의 정신은 세상의 험한 파도에 쉽사리 휩쓸려서는 안되고
내 의지는 세월의 바람에 깃발처럼 나부 끼어서는 안된다 ㆍ
삶의 무게에 가위 눌리지 않아야 하고 또한 세상의 건조한 바람에 내 가슴을
메말라 가지 않게 내가 챙겨야 한다ㆍ
쓰지 않으면 퇴보한다ㆍ
육체도 정신도 마음도 ᆢ
따뜻한 아랫목을 차고 웅크리고 싶은 나약한 정신의 날을 다시 벼려야하고
상실과 조락의 세월 앞에서 흔들리는 마음을 바로 세워야 한다ㆍ
단지 몇 달간의 칩거와 은둔에 내 몸은 그렇게 적응 해가고 있다ㆍ
그렇게 허약한 우리 육체이고 노화된 정신이다ㆍ
불편함과 힘겨움을 기꺼이 감수하려는 마음이 사라지고
무료함과 안일함의 타성에 젖을 때 우린 비자발인 노화의 가속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ㆍ
세월이란 넘을 잘 아는가?
온화한 얼굴의 포식자!
그넘은 은근하고 집요하고 그리고 잔혹하다.
절대 타협과 만족을 모른다.
하나씩 내주다 보면 결국 나의 가슴 모두를 내주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죽음을 알고 있지만 죽음이 우리의 삶을 어지럽히지 않는 것처럼
서둘러 먼저 허리춤을 내어 줄 필요가 있을까 ?
그렇지 않아도 뜻대로 살아지지 않는 세상인데 그렇게 쉽사리 세월이란 넘의
술수에 말려 먼저 타올을 던져 게임을 포기할 수는 없다.
그러니 소리질러!
"난 아직 아니야ㆍㆍ!"
이직 주저앉을 때가 아니야 !
난 호락호락한 넘이 절대 아니라네 !
난 아직 내 사는 재미를 녀석에게 내주고 싶지 않다.
그래서 세상에 가득한 좋은 기운을 나의 우군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이 얼어붙은
산으로 다시 돌아왔다.
어쨋든 내 젊음을 되돌려 받기 위한 과정은 순조로웠다ㆍ
속리에서 잠시 난관에 봉착 했지만 크게 문제될 만한 상황은 아니었댜 .
처음부터 시종 눈밭인 동엽령 능선으로 올라서기 까지는 조사장과 10여분정도
차이가 났다 ㆍ
신체리듬이 회복중이긴 해도 막걸리와 뜨거운 물 무게에다 대포카메라와 고사 제물
까지 짊어지고 눈길을 오르니 다른 때보다는 힘들 수 밖에 없지만 동엽령 날맹이
바람길에 조사장을 오래 기다리게 하지 않으려 부단히 움직인 탓이기도 했다 ㆍ
예상대로 동엽령은 거친 눈바람이 일고 있었다ㆍ
그래도 다행인건 쉼터 데크에 계룡산 관음봉과 같은 대피부스가 설치되어 있었다
사위의 매서운 바람이 바람이 차단되는 안은 꽤 훈훈했다ㆍ
조사장은 그곳에서 뜨거운 물을 마시며 여유롭게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부스 안에는 몇몇 여자 산님들이 있었다ㆍ
그들은 50줄은 되어 보였다.
어제 삿갓재 대피소에서 1박한 여자들이다 ㆍ
광주 여성산악회라는데 회원 모두가 여자란다ㆍ
아마조네스 여전사들.
"그 큰 배낭을 지고 대단들 하십니다." 내가 진심어린 감탄의 말을 내자
오늘은 겉보기만 큰 거구 먹을게 많이 든 어제의 무게가 하이라이트였다고 한다ㆍ
아줌씨들이 떼로 모여 제대로 고원 산상 산장파티를 벌인 모양이다.
"한국 아지매들 무서버 !"
서슬시퍼런 덕유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그녀들의들의 카리스마와 포스가 장난이
아니다ㆍ
“근데 이 뇨자들 독신주의 남성 혐오자들 아니여?”
체력하면 어디 내놓아도 째이지 않는 조강쇠도 혀를 내두른다
그녀 일행 중 한명은 이 대피 박스에서 자고 새벽에 향적봉으로 넘어 갔단다 ㆍ
헐~~~ 이추운날
우린 뜨거운 물을 마시며 몸을 녹인 디음 향적봉을 향해서 출발했다.
2차 회동지는 행적봉 대피소였다 ㆍ
안에 있으면 바람이 들이치지 않으니 그나마 먼저 도착한 조사장이 기다리는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 속도에 대한 부담은 덜어낸 셈이었다ㆍ
지 지난주 엄청난 폭설의 흔적은 여기저기 드러났댜
오늘 비교적 푸근한 날씨지만 1000고지의 매서운 비람은 눈발이 날러 간 나뭇가지
들을 빙결시키며 화려한 상고대를 피워내고 있다.
파란 하늘이 열리지 않은 무채색 능선은 쇳소리 내는 바람과 함께 시종 고압적인
태도로 덕유세상의 위계와 서열을 일 깨우고 있다.
체력은 백암봉을 얼마 남겨 놓지 않은 곳에서 급속히 떨어졌다 ㆍ
예전에 허기질 때 나타나는 증상처럼 순식간에 체력이 저하되어 숨이 차고 속도가
현저히 떨어 졌다ㆍ
새벽 5시 30분에 오징어국으로 간단히 아침 식사를 하고 따뜻한 물 외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ㆍ
그래도 약간 아리송한 대목이었다 .
그간 진짜 체력이 많이 떨어진 건지 아니면 당떨어지 듯 허기질 때 나타나는 현상인지ᆢ
백두대간 때도 허기로인한 탈진의 경험이 있고
고부기와 당일 천왕봉 해맞이 산행 때도 그런 적이 있었다
시종일관 계속 이어지는 오름 길.
어쩌면 이 길의 특성 때문인지도 모는다ㆍ
예전 젊은 날 갑성이와 성수와 오늘과 동일 코스 산행을 하면서 엄청 힘들었던
기억이 남아 있다ㆍ
하여간 초컬릿이나 사탕류는 가져오지 않았다
빵과 떡은 있지만 산신제를 지내기도 전에 먼저 먹을 수는 없다 ㆍ
자주 서서 쉬거나 속도를 줄이며 오른 백암봉에서 산악구조대 2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광주 여성 산액회의 일행 중 누가 다쳤는지 구조요청을 한 모양이다ㆍ
나와 같이 대피부스에 있던 광주 여전사들은 백암봉 표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구조
대원들과 커피를 나누며 휴식을 취하고 나는 한 켠에서 뜨거운 물을 마시며 조용히
호흡을 가다듬었다ㆍ
출발하고 나서 중봉 오름길이 많이 힘들어 가다 서다를 반복했는데 믹스 커피라도
한 잔 마실 걸 잘못 했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멈추어 사진을 찍는 것도 힘들었다.
하여간 시작점에서 향적봉 대피소까지는 계속 오르막이라 체력 소모가 많은 상태
에서 허기까지 참으면서 산행을 지속하다 보니 피로가 누적되었고 속도는 눈에 뛰게
느려졌다ㆍ
오늘이 아니라 해도 어젠가 이런 날이 불현듯 내게 다가 올 것이다.
그리고 내가 사용하지 않은 젊음은 유보되거나 이월되지 않을 것이다.
조사장은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시퍼래진 입술을 한 채 초췌한 몰골로…
왜 들어가지 않았냐고 묻자 안에 시람이 너무 많고 취사하는 사람이 많아서 냄새도
별루 좋지 않아서 였다고 했다ㆍ
헐~ 나는 속으로 ”아주 뼈저리게 춥지는 않은 모양이네 “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조사장은 시종 몸을 떨고 있었다.
오늘 같은 날은 조사장이 땀을 많이 흘리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특이체질
조사장은 이 추위에도 계속 땀을 흘려 옷이 다 젖었다ㆍ
그러니 손과 발이 아리고 이빨을 부다닥 거릴 만큼 추울 수 밖에....ㆍ
안은 그래도 사람들과 버너의 열기로 제법 훈훈한 데 아무리 냄새가 고상하지
않다해도 그런 상태로 밖에서 떨고 있다니 참 조사장 스럽다..
나는 조사장과 같이 안으로 들어가 배낭을 벗고 잠시 휴식했다ㆍ
물이 모자랄 것 같아 생수 한 병을 사서 보온 물병을 채우고 나머지는 다 마셨다ㆍ
사람이 빠져나가서 안에서 식사를 하기에 좋은 상황이고 조사장도 식사했으면
하는 마음 이었지만 내가 좀 쉬었다가 향적봉에서 산신제를 지내고 내려가는 길에
숼터를 치고 식사를 하자고 했다ㆍ
ㅎㅎ
내가 생각해도 너무했다
지난번 속리산 천왕봉에서 그 몸으로 40분 기다리고 오늘은 30분을 기디렸다ㆍ
그리고 내가 도착해서 상황이 끝난 게 아니라 덕유산 최고봉 향적봉에서 땀에 젖은 채
차가운 바람에 고스란히 노출된 상태로 또 고사가 끝나길 기다려야 한다ㆍ
산장을 두고 허기를 면하지도 못한 채 .....
조사장 수난의 연속이다.
친구따라 가다가 북망산천 구경 가게 생겼다ㆍ
당사자인 나 역시 탈진 상태 ...
요기도 못한 채 주섬주섬 여장을 꾸려서 1500고지 날바람 속을 나서는데
허기기 최고조에 달해서 고작 150미터 정상에 가는 길이 그렇게 힘이 들었다ㆍ
향적봉에는 곤도라로 올라온 무수한 인파가 흥청이고 있었다ㆍ
비람은 냉기 머금은 눈밭을 휩쓸어 올리며 시퍼렇게 날 선 서슬로 위협하는데 나는
비장한 결의로 향적봉 한 켠에 제단을 차리고 혼자만의 시산제를 올렸다 ㆍ
제단이 꾸려진 남쪽으로 3배
그리고 각 방향으로 1번씩 6배를 올렸다 ㆍ
모든 건 신의 뜻대로 하소서
다만 저는 오늘 이 자리에 엎드려
저의 아까운 젊음과 남아 있는 삶에 신의 가호와 축복이 함께하길 간구합니다 ㆍ
올해도 제 목청과 신명으로 제가 좋아하는 삶의 노래를 즐겁게 부르게 하소서 !
얼어붙는 덕유의 능선 위에서 사실은 기가 꺾였다ㆍ
덕유 산신령님은 계속 경고를 보내시고 있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ㆍ
아무리 힘든 길이라 해도 다친 발목 때문이 아니라 체력이 고갈 되리라고는 생각치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겨울이고 다시 봄이 돌아 올 것이다ㆍ
봄바람이 불어오면 모든 상황이 다시 좋아지고 덕유신령님이 마음도 누그러지실 거다.
목마르고 허기가 쳐서 올린 잔을 뿌리지 않고 마시려하자 조사장이 그러지 말라고 해서
향적봉에 한 잔을 다 뿌리고 조사장 반 컵, 나 한 잔 가득 그 차가운 막걸리를 음복했다 ㆍ
배가 찌르르 하면서 허기가 해갈되고 힘이 되살아나는 건 막걸리가 덕유의 기운을 그
잔에 담아 전해주고 있음이다ㆍ
내 인생의 가장 힘겨운 산행으로 기록된 영남알프스 9산 11봉 산행 때와 비슷한 상황의
재현이었다ㆍ
방전되어 달캉거리던 체력은 막걸리를 마시면 다시 밧데리가 재충전 되어 그 만큼 다시
걸을 수 있었다ㆍ
그 날은 노가다 판에서 막걸리가 왜 대세인지 새삼 몸으로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ㆍ
막걸리의 에너지가 소진될 때 쯤 조사장이 내림길 능선 상에 숼터를 오픈했다
바람이 차단된 비닐막 안은 태양의 열기와 불기가 없음에도 아늑하고 따뜻했다ㆍ
가파르게 하강하는 등산로에서 어렵게 찾아낸 그곳에서 우리는 허기진 배를 채우며
충분히 휴식한 다음 하산의 길을 잡았다ㆍ
백련사에서 구천동계곡을 따라 삼공리로 내려가는 길은 6키로에 달하는 길고도
지루한 길이지만 눈덮힌 계곡의 풍경을 감상하며 여유롭게 내려가는 길이고 원기가
업되고 난 후의 가벼운 발길이라 별로 힘들지 않았다ㆍ
나는 거리를 줄이기 위해 설천봉에서 칠봉능선길로의 하산을제안하기도 했지만 예상
대로 안전지킴이 조사장은 상대적으로 거칠고 위험한 그 길에 난색을 표했다 ㆍ
안성에서 시작하여 삼공리 상가까지 내려오는데 정확히 7시간 걸렸다.
그래서 눈밭에서 발길은 다소 어지러웠지만 우리는 24년 8월 2째주 여름에 기획한
육구종주 이어가기를 25년 1월 겨울에 비로소 완성할 수 있었다.
한치의 오차도 없이 5개월 2주가 걸린 덕유 대장정은 한 해와 계절을 넘나들며 그렇게
마무리 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모험 가득한 25년 새로운 시작을 의미했다.
우리는 택시기사를 호출하여 안성에 가서 차량을 회수 했다ㆍ
돌아오는 길에 고속도로 화물차 휴게시설에 들려 샤워를 했다 ㆍ
조사장이 빠듯한 시간에 목욕탕 가서 탕 안에서 피로를 풀 시간 여유도 없이 사우나비
내는게 아깝다고 골머리를 쓰다가 찾아낸 방법이었다ㆍ
전국의 많은 휴게소에 화물차 기사들을 위한 휴게실이 설치되어 있는데 이곳에서 샤워도
하고 쾌적한 수면을 취할 수도 있다는 거다ㆍ
중요한 건 화물차 기사뿐만 아니라 일반 사람들도 앱을 설치하고 자기 차량을 등록하면
사용이 가능하다는 사실이었다..ㆍ
ㅎㅎ
대단한 조사장 !
나는 처음에 별로 신뢰를 하지 않았는데 신탄진휴게소에 내려 화물차 휴게소를 찾아냈다.
그 리고 굳게 닫힌 그 문 앞에서 핸드폰을 몇 번 주물럭 거리더니 잠겨진 문을 따고 안으로
들어가는 거다ㆍ
근데 그 안이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곳이 었다 ..
규모는 다소 작지만 일상적인 사우나 실내 풍경이었다.
아니 심리적으로는 벽난로가 타는 따뜻하고 아늑한 별장의 느낌이었다.
거실은 목욕탕 실내처럼 붉은 난로가 피워져 있고 그 앞에는 넓은 들마루가 있다ㆍ
벽에는 옷을 보관하는 붙박이 옷장이 있고 한 켠에는 샴푸와 비누도 있다ㆍ
수건과 때 타올만 가져가면 만사 오케이 이다ㆍ
조사장이야 나랑 같이 산에 갈 때나 가끔 들리겠지만
내 경우는 친구들과 차 몇 대로 움직일 때 단체로 샤워하고 나올 수 있으니 얼마나
유용한 정보인가 ?
기술쟁이가 회사를 만든 건 결코 우연이 아니었어 !
가히 얼리어답타 신할배이자 기술 친화적 오스트랄로 테크쿠스의 원조 조사장이다ㆍ
조사장은 직원들 복지는 아끼지 않으면서도 속리산에 가면 절대 공용주차장에는 절대
파킹하지 않는다.
왜냐구?
돈을 내야 하니까….
그런 헝그리 정신이 창업으로 이어지고 또 성공한 지금이지만 배고픈 그 시절을 잊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몸을 깨끗이 씻고 나서 날개옷을 갈아입은 다음 신탄진의 유일한 영양탕집
청담골로 갔다 ㆍ
가이전골과 가이무침!
오랜 친구가 함께 나누는 역사와 전통의 식단이었다ㆍ
7시간의 거친 산행길
무슨 음식인들 맛이 없을 수 있을까 ?
우린 맥주 1병에 소주 3병
그리고 무침 한접시와 전골에 마지막 밥까지 뽂아서 맛있는 만찬을 즐겼다 ㆍ
오늘은 택시비 식사비 모두를 내가 부담했다ㆍ
조사장이 만류했지만 오늘은 나를 위한 시간이었다.
조사장은 그 여행의 동행을 자처해서 그 어려운 여건을 감내하며 여름의 숙원을
함께 풀고 한해의 무사산행을 기원하는 나만의 시산제를 도와 주었다.
그게 아니라도 1년에 한 번은 내가 밥을 사야하지 않겠는감 ?
포류지자 송백지질
체력은 타고 나는 것이지만 또한 괸라하는 것이다.
의지의 박약과 나약한 정신력 문제가 개입되는 순간
우리는 전혀 의도하지 않은 다른 세상을 살아가야 한다ㆍ
2025년 1월 25일 설날 연휴 첫날 토요일 덕유산 시산제
'산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속리산 새해 산행 - 내 가까운 친구들..... (0) | 2025.01.14 |
---|---|
대둔산 새해 일출 산행 (0) | 2025.01.07 |
선자령 새해 일출 (0) | 2025.01.02 |
계룡산 새벽 명상 (0) | 2024.12.21 |
계족산의 만추 (0) | 2024.12.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