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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

2월의 마이산

 

 

 

조사장과 마이산


설날 이브 스틱도 없는 상태에서 폭설이 내린  식장산을 4시간 휘돌아 내리면서

다친 발목에 무리가 갔다ㆍ
독수리봉 너머 계곡. 눈덮힌 돌밭길에서 발목이 많이 비틀렸다ㆍ
발에 무리가 가해져서 조사장과는 민주지산을 가려다 마이산으로 변경했다.

 

조사장이 7시에 집으로 픽업을 왔고 우리는 한 달 만에 만나 밀린 수다를 떨면서

진안으로 가다보니 마치 순간이동 이라도 한 것처럼 순식간에 남부 제1 주차장에

도착했다ㆍ

주변의 산들은 온통 얼룩말처럼 흑백의 줄 무늬가 선명해 지난 주  내린 많은 눈의

양을 실감할 수 있었다ㆍ
주변 도로에는 옆으로 밀쳐 낸 눈이 아직 녹지 않은 채 무더기로 쌓여 있다.

역시 이번 폭설의 대세는 전라도 !

 

남부주차장 ㅡ고금당ㅡ나봉암(비룡대)ㅡ봉두봉ㅡ화엄골 ㅡ은수사 ㅡ탑사

남부주차장에 차를 파킹하고 조금 올라가다 모면 고금당 갈림길이 선다.

요즘 금값이 완전 금값 이다.

나옹선사가 창건한 고금당은 지붕이 온통 황금색이다ㆍ

봄날 마눌과의 산행길에서 내려다본 풍경에 반했던 곳이다ㆍ
정말 멋진 곳에 지어진 아늑한 암자다ㆍ

고금당 위에 오르니 바워 위에서 커다란 토종 수탁 한 마리가 한가롭게 노닐고

있는데 이 넘이 조사장을 졸졸 따라 다닌다ㆍ
뭐 이런 녀석이 다 있지 ? “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고 이 녀석 사람 보는 눈이 전혀 없다ㆍ
! 임마 수탁아 !
너 조사장이 토종 닭 몇 마리나 잡아 먹은 줄 알기나 아냐 ?”
나랑 산타고 둘이 잡아 먹은 토종닭 만 해도 여나무 마리는 훌쩍 넘을 거이다.

이 녀석 내가 다가가도 마찬가지ㆍ

조사장과 나 사이를 어슬렁거리며 아얘 사진 찍으라고 포즈 까지 제대로 취해

준다 ㆍ
여유로운 행보에는 우리가 조물주가 만든 동격의 피조물이라고 확신에 찬 
주장이

담겨 있다.


누가 닭대가리라고 감히 닭님을 비하 하는가 ?”

영리한 이 녀석은 벌써 알고 있는 거다 .
여가가 부처님이 보호히는 불국의 영지라는 걸
그리고 이곳 스님이 설마 닭잡아 먹고 오리말 내밀지 않을 거구 이곳에 참배하러

오는 사람이나 등산객들이 자신에게 해코지 할 일이 없다는 걸 ᆢ

그래도 이눔아 설마가 사람도 잡는데  닭은 깜도 안된다는 걸 모르나?

21세기 대한민국 대통령이  계엄 선포하고 나라 절단내는 계엄령이 아니라 국민

계몽령이라고 구라 까고 오리발 내미는데

스님이 닭잡아 먹고 오리발 내밀면 워캐?

그래도 그렇지  명색이 사람인데 닭이 사람을 보면 일단 도망치는게 정상 이니여 ?

그래  내가 한 수 배운다.

그 삶의 자세가 좋다 ,

세상만사 다 규결대로 흐르거늘 미리 부터 겁먹을 거 없는 거지 

 

한술 더 떠서 이 녀석 우리가 내려서자 마치 아침 이별을 아쉬워하 듯 홰를 치며 운다ㆍ

그려 !  고맙구나

이번 봄에 친구들 끌고 한번 올 때까지 잘 지내그라. ! “
남다른 친근감을 보이는 녀석에게  에너지바 곡물이라도 부셔서 줄 걸 하는 

후회가 들었다.

내 이눔을 만나고  오늘  우짜  닭요리를 먹겠는가?

그랴서 오늘 토종 닭 백숙은 그렇게 물 건너 갔다.



날씨가 많이 풀렸다ㆍ

능선에 올라서서 우리는 여전히 쌓인 눈이 많이 남아 있는 길 위에서 아이젠을

차고 일대에 걸출한 이정목인 비룡대를 향해 출발했다.
비룡대 !

여기가 나봉암 정상이다.

봄이면 수 많은 사람들이 운집하여 일대를 조망하는 비룡대에는 바람 말고

아무도 없다.

햇빛은 구름밖으로 나와 힘없이 마이세상을 비추다가 이내 사라졌지만 거칠 것 없는

비룡대의 비람도 그다지 차지 않았다ㆍ

앞서가는 조사장은  벤치가 놓여 있는 조망처 봉두암도 지나쳤다 ㆍ

완존 독일 나치 전차군단이여 !

계속 사진을 찍는 한 난 조사장을 따라 갈 수 없다. 
암마이봉 갈림길에서 계속 내려가면 탑사 매표소 입구로 내려 간다ㆍ

좌측 화엄 계곡을 거쳐 암마이 봉을 휘돌아 가더라도 3000원 입장권을 끊어야

하고 직진하여 내려가도 탑사 매표소 입구로 떨어진다.

이래저래 돈을 내지 않고는 탑사를 돌아 볼 수 없다.


암마이봉 가는 화엄골  계곡 길에는  발자욱이 희미하고  아직 다져지지 않은

상당한 적설이 수북히 쌓여 있었다 ㆍ
3
년전 21 11월 가을 마눌이 많이 힘들어 했던 그 코스다ㆍ


암마이봉 능선에 올라 섰는데 암마이봉 오르는 코스는 굳건히 닫혀 있다 ㆍ

동절기 위험에 대비해서  3월 중순 까지는 통제라는 커다란 포고문 간판으로

입구를 막아 놓았다 .
포고문에 따르면 우리가 내려가야 할 천왕문에서 여기 암마이봉 입구 까지 150m

구간도 완전  폐쇄라 오가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우리가 서 있는 구간도 금지 구역이고 오늘 같은 날씨에  우리처럼 화엄계곡을

통해 올라 올 산객들이 없을 터니니 이곳이 적막강산 일 수 밖에 없다.

그 상황을 뒤집어 해석하면 신고나 적발의 위험이 전혀 없다는 거다.

 

그래도 암바위봉 오르는 등산로 눈 위에는 길을 오간 몇몇 발자욱이 선명히

남아 있다ㆍ

왕복 1.3키로
엄청난 낙차의 비탈과 계단 코스다ㆍ

여기도 안 올라 가면 오늘 산행  너무 싱겁지라 ㆍ
조심스레 나의 의견을 묻는 조사장에게 내가 던진 한 마디.
한 두 번도 아니지만 여전히 금지 산행이 부담스러운 조사장은 눈 위로 난

발자국에 다소 안도하는 눈치이긴 해도 여전히 우려하는 표정이다...

오늘도 새벽 빙판길 위험을 고려해서 밝은 7시에 출발한 안전지킴이 조사장

아닌가?


조사장이 단속에 걸렸을 때의 시나리오를 묻는다ㆍ

당근 시나리오는 항상 준비된 상태다.
삼년 만에 만난 친구와 젊은 시절  추억이 서린 마이산에 왔다 ㆍ
고금당에서 부터 걸었는데 암아봉이 통제 된 줄 몰랐다ㆍ
위험한 줄은 알지만 선답 발자국도 있고 또 멀리 사는 친구와 다시 오기 어려운 길

이라 의기 투합해서 조심조심 올랐다.

함 봐주라 !
조사장이  옛날 시나리오 보다 너무 약하다고 했다ㆍ

그 옛날 코로나 시절의 금지 구역 산행의  레파토리는 장사도 안되고 사는게 너무

힘들어 친구와 둘이 무작정 떠난 도피여행이다.
인생 막판 궁지에 몰려 실의에 빠진 상태에서 스스로를 벼랑에 세우는 심정으로

심기 일전을 위해  떠난 여행 길 !
이젠 가진 것도 남은 것도 아무 것도 없다ㆍ
더 이상 잃을 것도 없다 ㆍ
돈도 없고 인생에 미련도 없으니 배를 째든 죽이든 살리든 마음대로 해라 !

이쯤되면  금지산행을 남감아 달라는 애걸이 아니라 비장미 넘치는 성토와 협박 아닌가?


ㅎㅎ
근데 나는 도립공원 관리자의 마음을 이미 간파하고 있다.

CCTV가 설치되어 있지만 그들은 모니터링 하지도 않을 것이고 어짜피 적발하여

벌금을 물릴 생각도 없다 ㆍ

포고문에 벌금 항목이 명시되어 있지 않은 것도 어쩌면 그런 권한이 없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아마 벌금 부과를 위한 실갱이도 피곤할 것이다.

그들이 걱정하는 건 단지 통제하지 않은 위험등로에서 발생한 안전사고에 대한 자신

들의 책임이다.
일단 공고문을 붙였으니 사고가 나도 그들은 면피될 것이다ㆍ

하지만 우리 같은 할배는 이런데서 사고를 당하면 엄청난 비난과 사회적인 지탄을

받게 될 것이다.
다 늙은 할배들이 험한 겨울에 집구석에 쳐박혀 있지 않고 금지된 위험한 바위산에서

나대다가 사고를 당했느니 우쨌느니

즈덜이 사고치고 왜  많은 사람들 고생시키냐고 난리를 필 거이다.


그려 투자는 다 자기 책임이다.

그냥 다 지 좋아서 하는 것이니 경멸 받을 일도 비난 받을 일도 없다.

대책없이 나대는 게 아니라 산전 수전 공중전 다 겪고 이정도는 갈 만하니 가는 거다.

조사장 또한 가고 싶지는 않겠지만 내가 다녀올 40~50여분 정도를 바람 길에서 홀로

기다리는 것 또한 만만치 않은 일일 터이다.

 

 

암마이봉의 철계단 등산로는 상당히 위험했다.

큰 눈은 계단 위에 쌓인 채 빙결되어 빙판을 만들고 계단은 계단 원래의 기능을

상실했다.

아이젠을 했지만 경사가 급하고 등로가 미끄러워 철제 시종 난간을 부여 잡고

올라야 했다.

 

빙벽을 타는 착각이 일 정도로 녹은 눈이 바위를 뒤 덮은 난 코스도 있다.

그래도 오르면서 바라보는 숫마이봉과 주변의 풍경은 아름다웠다.

단지 눈 높이가 조금 높아졌을 뿐인데 평야 지대에 우뚝선 바위봉에서 바라보는

진안벌의 풍경은 상당한 고도감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발아래 내려다 보인다... 

하여간 마이봉이 제대로 바라다 보이는 전망대의 풍경이나 정상 전망대에서 내려다

보는 진안벌의 겨울 풍광은 압권이었다.

이 멋진 겨울 픙경을 보지 못했으면 두고 두고 후회스러웠을 것이다.

찜찜했던 조사장도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내 덕에 평생 보지 못하고 지나갈 풍경을

오늘 구경하는 거 아닌가? .

 

내려갈 때가 더 걱정이 많이 되었지만 올라가는 등로와 내려가는 등로가 구분이 되어

있었는데 내려오는 길이 한결 안전했다.

우리는 로프와 철 난간을 계속 잡아가며 안전하게 하산했다.

 

무사히 내려와 벤치에 앉아 간식을 먹고 뜨거운 물을 마셨다.

그래도 부여된  임부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뿌듯한 마음으로 여유롭게 휴식하고

있는데 화엄골 에서 젊은 부부산님이 올라 왔다.

체형이나 포스가 대단하다.  

우리에게 인사를 건네고 갑작스럽게 금지구역 표지판을 마주하자 당황하는 모습이다.

3월 까지 통제라고 이야기 하자 낙담한 채 벤치에 앉아 휴식을 취하는 데  내가 평소

산을 많이 타느냐고 물어 보니 웬만한 산은 다 가봤다고 한다.

등로의 상황을 개략 설명해 주면서 위험하고 다소 힘들긴 한데 조심하면 다녀올 수

있다고 힘을 북돋워 주었다.

가고 싶은 곳이라면 가 봐야지..”

고맙다고 인사하는 그들에게 조심히 다녀오란 인사를 건네고 우리는 하산의 길을

잡았다.

150미터 아래 천왕문 입구도 표지판과 함께 단단해 폐쇄 되었다.

우리는 많은 사람들이 바라보는 가운데 차단된 펜스를 넘어 천왕문을 내려섰는데

다른 사람들의  불편한 눈길을 의식한 조사장이 모여 있는 사람들에게 상황을

세세히 설명한다.

우리는 반대편 등산로 고금당에서 넘어 왔는데 그 쪽은 에서 오는 길은 통제가 아니다

라는 취지로 합법적인 산행임을 강조했다.

암마이봉 도둑산행에 대해서는 함구 하면서 ,,,

ㅎㅎ 누가 물어 봤냐구요?”

 

우리는 가벼운 마음으로 은수사를 거쳐 당당히 매표소를 향해 갔다.

성인 3000원!

내가 경로우대자 할인 되냐고 물으니 경로우대자 기준이 70이란다.

흐미 ~~국립공원과 도립공원은 노인 공경하는 태도 부터가 다르네

내가 매표원 아자씨 한테 우짜 진안 인심을 이리 야박하요?” 라고 항의하자 아자씨 왈

국립이 아닌 도립은 어디나 기준이 70세 란다.

 

조사장은 괜히 옆에서 입장료를 받으면 제설아나 제대로 좀 해 놓으시지 하고 퉁을

부린다.

그 말은 들은 매표원 아자씨가 나보고 어디서 오셨냐고 묻는다.

우리는 대전에서 왔다고 하니 눈 없는 동네에서 와서 사정을 모르시니 하는 말이지

계속 내리는 눈을 무슨 수로 다치우냐고 푸념을 한다.

내가 5백원만 깎아 줬으면 그런 말 안했을 거라고 얘기하니 웃는다.

 

따뜻한 봄날 초목과 꽃이 어우러진 탑사의 풍경은 수 많은 상춘객들과 어우러져

눈부시게  화려한데 오늘은 좀 칙칙한 분위기다.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리고 있다.

입구에서 먼발치 사진을 몇 컷 찍고 남부 주차장을 향해 출발했다.

사람들이 다니는 데크 통로는 쌓인 눈을 제설하지 못해 왕래를 하지 못하고 차도는

바퀴자국이 있는 곳의 눈이 다 녹아 모든 사람들이 차도 바퀴 길을 따라 걷다가 차가

오면 비켜 준다.

 

4월 벚꽃이 흐드러져 무수한 사람이 노니는  호수는 꽁꽁 얼어 붙었다.

근육을 동력으로 하는 오리배는 운행을 안한다고 친절히 써 붙여 놓았다.

"아줌마 이런 거 안써 붙여도 우리 다 알아요!" 

이런 날은 오리배 대신 썰매 대여를 해서 썰매를 타게 하면 큰 돈을 벌 수 있을 텐데

그렇게  까지 두껍게 얼지는 않은 모양이다.

 

우리는  탑사 투어를 생략했기에 약 4시간 만에 주차장으로 돌아 왔다.

이제 슬슬 배가 고파지는 타이밍이다.

내가 오늘 3개의 식당을 검색해서 미리 조사장에게 보냈었다.

남부 주차장 입구에 있는 마이산 풍경식당과 마이산 관광지구에 있는 조대감네

전주회관 그리고 대전 산내의 별천지 토종닭백숙 집을 제안 했는데 고금당의 도를

깨우친 수탁으로  인해 별천지는 제외하고 좀 내용이 있어 보이는 조대감네 전주

회관으로 이동했다.

10km 거리에 있는 관광지구에 위치한 음식점인데 주차장이 가깝다 보니 관광

버스 손님들이 많아 북새통이다.

먹고 난 음식을 치울 사람도 부족하여 테이블은 지저분하고 너무 혼란스러워

손님을 맞을 형편이 아니라 우리는 지구내 다른 음식점을 찾아 두리번 거리다가 좀

더 위쪽의 한국관으로 들어 갔다.

우리는 그 곳에서 더덕구이와 흑돼지 불고기 정식을 주문했는데 베가 고픈 터라 맛

있게 잘 먹었.

쌈채와 마늘은 무한 리필 !

이런 건 마음에 든다.

돌솥밥에 더덕과 어우러진 흑돼지 쌈밥 그리고 된장 찌게 등등

인당 22,000원 가성비는 괜찮은 편이다.

 

우리는 맥주 까지 한 병 마시고 배가 불끈 일어난 상태에서 대전으로 돌아 왔다.

즐거운 여행의 가뿐한 피날레 였다.

 

 

 

산행일 2025215

 :

남부주차장 -고금당 비룡대(나봉암)-봉두봉-화엄골-암마이봉-은수사 탑사 남부주차장

소요시간 : 4시간

 : 흐림

동  행  : 조사장 

뒤풀이 : 진안 관광단지 한국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