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륜산 오메가 포인트에서 바라 본 풍경







오심재

노승봉 오름길에서 바라 본 오심재








































가련하다 무릉객 !
























만일재










난 구름다리가 새로 생긴줄 알았더이 이것이 구름다리 였어 .



















































































































IC 인근을 두어 바퀴 돌고 나서야 가까스로 주차했다.
바람이 많이 분다ㆍ
버스를 기다리며. 다리운동을 하는데 비가 흩뿌린다ㆍ
요 몇일 날씨가 그리 좋았는데 비가 예보 되었던 건가!
해남의 눈부신 하늘과 바다를 예상했는데 다소 맥 빠지는 일이다ㆍ
모처럼 멀리 떠나기로 한 봄 마중인데 …
해남의 봄비가 먼저 내 마음을 적시려나?
늘 그렇듯이 두륜산 신령님이 알아서 해결해 주시것지ㆍ
아침으로 김밥을 나누어 주었는데 너무 작다.
손바닥 만한 꼬마김밥 !
흐미 ~~ 이걸 먹구 어떻게 해남의 바위 벽을 활공 한다냐?
휴게소에서 라면을 하나 시켜 같이 먹기로 했다.
여산 휴게소는 아침부터 인산인해다.
식당 안 키오스크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서 있는데 주문 했다가는 먹어보지도
못하고 떠나야 할 판이다.
할 수 없이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하나 구매해서 번개불에 콩 튀겨 먹듯 아침
을 해결 했다ㆍ
출정 준비 끝 !
비방울이 조금씩 굵어 진다.
봄비와 더불어 올해 첫 우중 산행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낙차 큰 바위벽이 비에 젖으면 싑지 않은 산행이 될 것이다.
옆자리 산님과 이러저런 얘기를 나누기도 하고 친구들이 보내준 톡을 보기도
하면서 편안하게 남도로 가는 길….
3시간 걸려 오소재 주차장에 도착했다.
하늘은 흐리지만 비는 오지 않는다ㆍ
봄비 맞으며 산행할 각오까지 했는데 다행이다ㆍ
그래도 잔뜩 흐린 하늘이 언제 비를 쏟아낼 지 몰라 우산을 하나 챙기고
다소 강한 바람이지만 그 결이 그리 차갑지는 않아 오리털 자켓은 배낭에
집어 넣고 잠자리 날개 바람막이로 바꾸어 입었다.
아니라고 소리쳐도 남도의 비람에는 봄의 입김이 서려 있다 ㆍ
오심재 가는 길 무수한 동백 숲 길에
홀로 꽃망울을 터뜨린 동백 꽃 한송이가 나를 보고 손을 흔든다ㆍ
“안뇽!”
두륜산이 전해준 봄소식이고 환영 인사였다ㆍ
좋은 출발 이다.
흔들바위에서 잠시 일대를 조망하고 내쳐 노승봉을 향해 올라간다ㆍ
한 아줌마 바위에 기대 고개를 숙이고 있다ㆍ
“어디 아프세요 ?”
내가 물었다 ㆍ
"아니요 너무 힘들어서요ㆍ"
아주머니도 나처럼 이 겨울이 답답했던 모양이다 ㆍ
쳬력도 감안 안하고, 이직 노승봉길 동백이 꽃망울을 맺기도 전에 성급하게
두륜산의 봄을 만나러 나선 걸 보면ㆍㆍ
본 게임은 시작도 안했는데…
그녀는 봄이 오고 있다는 작은 희망의 실마리라도 필요 했을지도 모른다ㆍ
"하산로가 많으니 너무 무리하지 말고 천천히 올라오세요 " 라는 말을 남
기고 떠난다.
힘들면 산이 재미 없어 진다.
아침 일찍 집을 나설 수 있다는 것은 아직 삶의 의욕이 충만하다는 거구
즐겁게 산을 탈 수 있음은 아름다운 풍경을 누릴 체력이 있고 또한 마음에
큰 걱정거리가 없다는 뜻이니 산의 좋은 기운으로 심신을 운기조식함에
막힘이 없다는 것이다..
전체적인 윤곽은 남아 있지만 노승봉에 대한 기억은 선명하지 않다ㆍ
노승봉을 돌아 오름길 능선에 서자 휘몰아 치는 해풍이 서슬이 살기등등
하다.
난간이 없으면 밀려 굴러 떨어질 정도의 강한 비람이다.
빰과 얼굴이 다 얼얼하고 손이 얼어붙을 지경이다ㆍ
철계단을 오르고 쇠사슬 로프를 잡고 바위 사이로 올랐는데 신비로운 광경이
펼쳐졌다.ㆍ
햇빛은 구름 밖을 기웃거리고 사위는 고요하다.
언제 큰 바람이 불었냐는 듯 발아래 멀리 대흥사를 애워씨는 광활한 산릉이
한 폭의 그림으로 다가오고 잿빛 하늘아래 표효하던 거센 바람은 자취없이
사라졌다.ㆍ
정말 멋진 풍경 ! 그리고 아무 소리 들리지 않는 고요함.
여기기 오메가 포인트다.
내가 태풍의 눈 속에 들어 그 혼란과 혼돈의 중심에서 역설적인 고요와
평화를 누리고 있다ㆍ
방금까지 한바탕 골바람으로 소용돌이 치던 마음이 고요해졌다 ㆍ
부처님의 자비가 머무는 불국의 수미산.
바로 위가 노승봉이지만 고요하고 평화로운 이곳에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ㆍ
오리털파카를 꺼내어 걸치고 바위 한 켠에 걸터앉아 홀로 준비해간 점심을
먹는다ㆍ
오늘은 구도와 순례의 길이다
도솔천 건너 수미산에 들어 조화로운 세상의 기운 속에서 마음 한 구석
잔잔한 기쁨이 일렁인다ㆍ
쇳소리나는 해풍이 해일처럼 몰아치는 곳에서 고요와 법열을 느끼고 그
바람이 품은 봄을 기운을 알아차릴 수 있으니 이 또한 한줄기 깨우침의
빛이 아닌가 ?
흔들바위를 시끌 벅적하게 했던 부산 아줌씨들이 들이 닥쳤다 ㆍ
모두들 내게 죄송하다면서 사진을 찍는다고 난리다ㆍ
애석타 ㆍ
불국에 난입한 마귀의 무리들 !!
바라공양과 수도를 방해하는 그들이 대략 난감 하였지만 뒤집어 보면 관광길
포토존을 고리타분 한 할배 하나 점거하고 앉아 그 맑은 공기 속으로 세속의 악취를
풍기며 탈속의 기쁨과 행복을 방해하고 있다ㆍ
내가 여유롭게 식사를 마무리 할 때 까지 그녀들의 개별 인생샷 기념촬영은
끝나지 않아서 ㆍ
“나 때문에 구도가 꼬이지요 ?”
내가 배낭을 꾸리고 자리를 비켜주면서 한마디 던지자 '"식사 하시는데 소란
피워서 죄송하다”는 인사가 돌아온다ㆍ
그래도 이 아줌씨들은 이 멋진 풍경과 살아가는 날의 기쁨을 충분히 누릴 수
있는 자격이 있다 ㆍ
멋진 전망의 아름다운 바라식당 이었다ㆍ
노승봉과 가련봉 두륜봉으로 이어지는 암릉길은 두튠 순례길의 하이라이트
였다ㆍ
장쾌하고 수려한 조망
가슴까지 후련해지는 남해 바다의 해풍
대흥사 도량을 가운데 두고 방사선으로 힘차게 굽이치는 능선 ㆍ
그리고 한 마리 독수리가 되어 영겁의 바위벽을 날아 오르는 짜릿한 스릴!
이 길을 걸어 보아야 안다ㆍ
왜 두륜산이 대한민국 명산의 반열에 들 수 밖에 없는지ㆍㆍ
왜 대흥사가 대한민국 조계종의 본찰이 될 정도로 사세가 확장되고 그 터가
천하 명당에 속하는지ㆍ
광포한 바람이 몰아치는 두륜봉 표석에서 젊은 두 아가씨가 사진을 찍어 달란다ㆍ
시진을 찍는데 한 아가씨가 마스크를 벗지 않는다 ㆍ
"얘 좀 아파요 !''
아픈 몸으로 두륜 여행을 함께하는 두 부산 친구.
그래도 멋진 오늘과 함꺠 한 친구를 위해 마스크를 벗으라고 했다ㆍ
같이 두륜봉을 내려가며 내가 말했다ㆍ
“감기는 낳을 거야
올라오면서 보았듯이 여기는 부처님 자비가 넘치는 불국이야
아픈 몸으로 두륜산에 올라 왔는데 부처님과 두륜산 신령님이 가만히 계시겠어 ?
대흥사 모퉁이를 돌아 내려갈 때쯤 기분이 좋아지고 감기는 많이 나아 있을 거야 ㆍ
젊은 나이에 두륜산 정상에 오른 거 축하하네.
오래 살다 보면 젊음 보다 더 빛나고 소중한 건 없다는 걸 알게 되지.
앞으로도 산과 더 많은 사랑을 나눌 수 있다면 사는게 더 즐거워 질거야 ㆍ
그리고 서로를 잃지마ㆍ
여기까지 함께 올 수 있는 친구라면 정말 좋은 친구일 테니까 ㆍ"
그들에게 만일재로 돌아가서 대흥사로 하산하라고 알려주었다ㆍ
능선 길은 낙차가 크고 위험 구간이 많아 더 힘들다고ㆍ
그들은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가던 길을 되돌아갔다.
해발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바람은 자즈러지고 아직 물기가 남아 있는 능선 길은
미끄러웠다.
나는 편치 않은 좌측 발목에 무리가 있을 세라 조심조심 하면서 천천히 그 길을
걸어 내렸다.
내려가는 길에 산행대장과 길동무를 하게 되었다 ㆍ
펄펄 나는 산행공력이라 나이를 물어 보니 69세란다 ㆍ
흐미 ~
먼넘의 리얼 경로 우대자가 혼자 북치고 장구치는 산행대장을 한다냐 ?
요즘 나대는 산꾼들 웬만하면 60은 훌쩍 넘었다.
내 옆자리 산님은 76세 란다.
요즘 친구들 톡방에 산사진 올리면 약올린다고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난 산대장이 59세쯤 되는 걸루 생각했다ㆍ
지금도 아파트 관리 소장을' 하고 있다고 한다 ㆍ
예전에 비해 버스 안의 풍경이 칙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다 이유가 있다 ㆍ
산대장이 69년 묵은 이무기인데 그 휘하의 장졸들이야 …
그 말은 대한 민국 젊은 이들은 씨가 마르고 그들은 힘든 거 싫어한다는 거
그래서 산악회도 옛날 같지 않단다.
젊은 피는 수혈이 안되고 늙은이들 끼리 모여 춤추고 노래하다 힘에 부치면
소라없이 낙향하는 거지.
매주 토요일 충일에서 산대장를 한다고 했다ㆍ
황광복회장 한테 가이드피는 좀 받냐고 물으니 회비만 면제 받고 경비 조금
반는다고 한다ㆍ
대단한 양반 !
돈도 많이 버는데 그런 성가신 일을 맡아 하면서 신경 써가며 산엘 가다니ㆍ
천천히 산을 탔지만 시간이 많이 남았다 ㆍ
만만치는 않은 코스지만 아마도 계단과 데크 등 안전 시설이 많이 보강되어
예전보다 쉽게 내려온 탓 일게다ㆍ
덕분에 표충사와 대흥사 경내를 야지리 돌아보았다ㆍ
아직도 대흥사는 보수중이다
대한민국의 대부분 큰 절은 내가 갈 때마다 거의 “보수중” 이었다
그건 늘 새롭게 사찰의 부지를 늘리고 시설물을 증축한다는 것이니 큰 절은
돈이 넘쳐난다는 얘기다ㆍ
산을 오른다는 건 어쩌면 한줄기 도의 깨우침과 같다ㆍ
누군가는 산으로 떠나고
시간이 아깝거나 더 소중한 무엇인가를 해야하는 사람은 산에 가지 않는다.
산에 가건 산에 가지 않건 시간은 흘러 간다.
산에는 가고 싶은 데 더 중요한 무엇을 하지 못할 까봐 선뜻 집을 나서지 못하고
어제와 다름없는 답답한 하루를 보냈다면 삶은 낭비된 것이다.
늘 계획만 세우고 자신만 쥐어 짜다가 좋은 시절 아까운 시간 다 흘려 보내고
한가해진 어느 날 산에 오르려니 힘들고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바람 길에 누군가 서 있다.
후회와 더불어 늙어가는 늙은이 하나.
비단 산 뿐이랴!
세상 모든 일이 다 마찬가지다.
원래 모든 세상일이란 게 순풍에 돛단 듯 순조로운 것 만은 아니다.
계획은 빗나가기 일수다,
머리를 쥐어 뜯으며 자책하지만 그건 너의 잘못이 아니다.
계획은 완벽했고 노력은 정당했다.
단지 수 많은 변수들이 개입하지만 않았더라면…
운이 좀 더 좋았더라면…
그러면 우리는 목표를 이루었을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행복했을까?
알프스 너머 또 알프스가 솟아 오르고
우린 또 더 큰 목표에 허기져 다시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았을까?
나의 목표가 아닌 세상의 세뇌하고 주입한 목표에 허덕이지 않았으면 한다.
내일 크게 웃기 위해 오늘의 미소를 억누르지 말고 내일의 행복을 위해
오늘의 기쁨을 질식시키지 않기를 바란다.
어쩌면 애초에 삶이란 여행길에서 목표란 무의미 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의 시간은 오래 기다려 주지 않는다
앞만 보고 열심히 노력한다고 세상 일이 다 성공하는 게 아니듯
오늘 하루 더 웃고 즐거웠다고 내일의 계획이 다 틀어지는 것 또한 아니다.
내가 더 맑아지고 밝아지면 세상의 좋은 기가 내게로 몰려와 나의 부족함을
채워 더 높은 성과를 내게 할 수도 있다.
.
대흥사 옆 유선관에는 2년 전에 묵었다.
반가움에 내부를 한 번 둘러 보렸더니 못 들어 가게 제지한다.
손님들이 계시다고……
지금쯤은 손님들이 다 나가서 청소나 정비 중일 텐데……
유선관 근처 숲 산책길 일부는 2년 전 마눌과 여행에서 돌아 보았다.
나머지 걸어 보지 못한 구간을 오늘 비로소 걸었는데 산책로는 잘 정비되어
있고 수림이 울창하고 호젓하여 4월의 봄에 걸으면 저절로 힐링이 될 듯하다..
30여분 남기고 집결지 버스에 도착했다.
7~8명의 산님들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버스 한 켠에 막걸리와 편육이 있어서 출출한 차에 기사님이 따라주는 대로 몇 잔을
들이 켰는데 막걸리와 어우러지는 편육의 맛이 입에 쩍쩍 달라 붙는다.
역시 시장이 반찬이다.
나는 알아봤는데 원타이정은 날 알아보지 못했다ㆍ
" 원타이정님 오랫만이우 !"
누구신지 ?
나 무릉객 !
원타이정이 회들짝 놀랐다ㆍ
"정말요 ?"
전혀 생각도 못했단다ㆍ
헤어스탈도 바뀌고 너무 젊어서…
그와 함께 귀연에서 젊음을 노래하던 시절이 15년은 훌쩍 넘었다ㆍ
그 때하고 변한 게 하나도 없이 똑 같단다ㆍ
듣기 좋으란 거짓말이지 ㆍ
진짜 그 때하고 똑 같았으면 몰라 보았을까 ?
원타이정은 대전에서 내노라하는 암벽등반 전문가였고 오지 산행꾼 이었다ㆍ
재야의 고수들 사이에 그의 명성이 회자되었고 비뇨기과 원장이던 강문수씨가
귀연 회장을 맡고 내가 부회장을 하던 시절 귀연에서 그를 초빙했다ㆍ
백두대간 완주 이후 거칠 것이 없었던 우리는 시시껍절한 일반 산행에 만족하지
못하던 차에 그를 귀연의 산대장으로 특별 영입하여 대한 민국의 금지구역과 오지
비경의 목마름을 해갈코자 했다ㆍ
결과는 고무적이었다ㆍ
일부 산우들은 그의 무자비한 산행 방식에 혀를 내두르며 나가 떨어졌지만 그를
따르던 매니아들과 모험을 즐기려는 귀연의 기존 멤버들로 귀연 마차는 늘 문전
성시를 이루었다ㆍ
급기야 대전벌에서 귀연은 가장 빡센 산악회로 악명을 드높였다ㆍ
나는 그의 다이나믹한 모험 산행과 내 눈앞에 펼쳐지는 새로운 세상의 풍경에
흠뻑 매료 되었다
내가 사랑하는 대한 민국의 산수를 넘어서는 치명적인 매혹이 있었다ㆍ
나는 스스로 제어할 수 없는 폭주 기관차였다ㆍㆍ
그리고 어느 날 나는 산에서 떨어지고 허리를 다쳐 2년 반을 내가 사랑하던 그
세상에서 격리되었다ㆍ
아마도 그 때 다치지 않았으면 그 때 대한 민국 웬만한 비등과 오지 산은 다
휩쓸고 다녔을 것이다.
윈타이정은 귀연의 중흥을 이끌다 퇴진한 이후에도 암벽등반과 대한민국의 오지
산행을 계속 이어 갔고 궁극에는 본격적인 해외 산행을 위해 공무원직도 때려 치웠
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ㆍ
그리고 15년의 세월이 흘렀다.
코로나 이후 귀연은 다시 심기일전하여 서해랑길에서 다시 삶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원타이정이 내게 물었던 말 중 하나가 "지금도 책을 많이 읽으세요 ?"
그 시절 나는 오가는 귀연 마차에서 책을 읽었다ㆍ
남들은 대부분 잠을 자지만 나는 낮잠은 취미가 없으니 책을 읽은 게 남들 눈에는
마치 독서광처럼 보였던 모양이다 ㆍ
시실 일부러 시간을 내서 책을 읽는 것보다 그런 때가 오히려 독서 효과가 더 높았다 ㆍ
그렇다고 주말에 도서에 틀여 박혀 책을 읽기보다 자연이라는 도서관에서 땀 흘리
면서 정신수양하는 걸 더 좋아 했으니 대단한 독서가도 아니었다
행복한 시절이었다.
흔들리는 버스에서 독서의 즐거움을 누리고 산을 오르며 아름다운 풍경에 취하고
산을 내려와서는 산사람들의 끈끈한 어울림과 한잔의 술에 취했다.
취기가 오른 채 어두운 하늘을 밝히며 따라오는 달을 바라보며 그 낭만과 상념에
젖다가 잠이 들면 어느새 집으로 돌아 왔다.
여하튼 반가웠다 ㆍ
우리는 반가움에 떠들면서 아직 내려오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남겨둔 막걸리 까지
다 비웠다ㆍ
내가 후미를 위해 한 병은 남겨야 한다고 했는데 기사님이 “괜찮아유 ! 인자 오시면
바로 떠나냐쥬!”라고 얘기하는 바람에….
원래 술보다 안주빨이 더 쎈 나는 돼지 머리 편육도 엄청 먹어 댔다ㆍ
원타이정은 해외 오지 비경산행을 제안했다ㆍ
노플러브럼 !
다만 다시 은퇴한 다음에…
그리고 단지 해내는 산행이 아니라면 ᆢ
이제 공명심으로 떠나기에는 너무 늙은 나이다 ㆍ
내 체력으로 즐길 수 없는 빡센 여행은 사절이다ㆍ
원타이정은 물론이라고 얘기했지만 제 버릇 개 주겠나 ?
그에게 내 번호를 알려주고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ㆍ
멋진 봄 나들이었다.
어김없이 오고 있는 봄을 확인했고 젊은 날의 두륜산과도 다시 인사를 나누었다.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장성 길에서 후련한 바람을 맞으며 답답한 가슴을 풀어헤쳤다.
한 잔의 막걸리와 더불어 옛 친구와 추억을 나누는 반가움도 누렸다.
산 행 일 : 2025년 3월 15일
산 행 지 : 해남 두륜산
산행코스 : 오소재 – 오심재-노승봉-가련봉-만일재 –두륜봉-진불암-표충사-
대흥사-주차장
소요시간 : 약 4시간
날 씨 : 흐리고 가끔 태양 그리고 쎈 바람
동 행 : 충일과 나홀로
마눌과 두륜산에 오른 것이 14년 전 3월이다.
손에 잡힐 것 같은 그날인데
말없는 그 세월이 질풍노도와 같이 흘러 갔다.
그 만큼 세월이 더가면
우린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고
두륜산 봄바람이 내 가슴을 다시 적실 수 있으려나?
마눌과 백대명산 제 52산 두륜산 - 2011년 3월 26일 (14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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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눌과 추는 춤 - 두륜산 (100대 명산 제 52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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