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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

개도 - 봄이 오는 길목

 

 

 

개도


삼월은 다 비워 놓았다 ㆍ
남도의 바다에서 올라온 봄처녀가 잰걸음으로 남도의 들녁을 걸어가는 때다ㆍ
가슴은 앞으로 쭉내고 엉덩이를 씰룩거리면서ᆢ

하지만 누구를 데리고 여행을 떠니기에는 아직 바람결이 차고 그들은 아직 겨울잠에서

채 깨어나지 않은 대지에  실망스러울지도 모른다 ㆍ
뭍에서 막오르거나 이제막 코맹맹이 소리로 남도의 들판에서 어깨춤을 추고 있을 그녀를 

마중가는 길은 혼자가 차라리 홀가분하다ㆍ

셋째 주는 해남 추억산행차 두륜산에가서 그녀의 기별을 받았으니 넷째 주에는 만패

불청 개도에서 그녀에게  정중히 봄의 왈츠를 청할 생각이다ㆍ

개도는 몇번의 기회가 있었고 또 가고 싶은 섬이었지만 인연이 닿지 않았다ㆍ
여수백야도에서 20여분 걸린댜
여수의 아침 바람은 부드러웠다ㆍ
뱃전을 스치는 바림은 지난 시절의 상념을 떠올리게 해주었다 ㆍ

정말 멋진 봄날씨ㆍ
일말의 아쉬움이라면 오늘 미세먼지가 강하다 ㆍ
그래도 코에 그녀의 입김을 불어넣으니 기분은 날아갈 것처럼 가볍다ㆍ

봄의 섬길의 느낌은 늘 감미롭고 기대감으로 가득 찬댜 .
경이로움 !
도시가 아직 겨울잠에서 깨서나지 못했는데 이곳 들판은 벌써 초록의 새순이 무리지어

솟아나고
성급한 꽃들은 꽃망울을 터뜨린다ㆍ
비람에 서걱거리며 황량한 겨울의 갈색잠에서 아직 깨서나지 못한 억새조차 자신의

그늘 아래서 초록의 잎새를 발아하고 있다ㆍ

수많은 평범한 날 속의 어느 비범한 하루가 살아가는 날의 기쁨과 감동을 불러내고 그

향기와 여운이 삶의 의미를 일깨운다ㆍ

우리를 취하게 하는 그런 것들이 있어 우리 삶에는 비탄의 그늘보다 낙관의 햇살이 더

오래 드리운다 ㆍ

재미 있게 보내는 시간은 더 빨리 흘러 가는 법이다ㆍ
향기에  취해 헤롱거리는 어느 날 깨어니니 무수한 세월이 흘러갔다ㆍ

그러고 보면 인생 참 별거 이니다ㆍ
똥폼 잡고 어깨 후까시 넣어도 한철 매미 노래고
삑사리 나는 노래 더 잘 부르려고 목청만 가다듬다 보면 좋은시절 다 지나간다ㆍ

돼지 멱따는 소리일 망정  목젖이 다 보이도록 목을 뒤로 젖히고 부르는 거다ㆍ
박자와 리듬 안 맞아도 부르다 보면 내 흥에 겨워   나와 세상에 취하는 거지ㆍ

흐르는 세월이 나만 비켜 갈까?
영고성세의 엄혹한 대자연의 섭리에 시간 차가 있다 한들 인생자체가 찰라인데ᆢ
경로우대 공식 인증에 아직은 아니라고 큰소리쳐도 산길에서 무수한 인파를 뒤로

하며 늘 앞으로 치고 나가던 무릉객은 없다ㆍ
개도의 전위봉과 봉황산을 독수리처럼 차고 올랐지만 헐떡거리고 갈팡거리다가

많은 사람들에게 길을 비켜주어야 했다ㆍ
일단 가쁜 숨을 몰아 쉬며 선두그룹을 유지했던 건 혹여 시간이 되면 B코스 까지

욕심 내보자는 생각 때문이었다ㆍ

봉황산 아래에서 조망이 터졌다 .
정작 표지석은 봉우리 너머 바다가 보이지 않는 곳에 서 있다ㆍ
바다와 섬을 굽어보는 조망은 후련했지만 그렇게 수려하고 아름다운 섬 이라고

동의를 구하기에는 다소 멋적은 선이 굵은 남정네의 모습과 무뚝뚝함이 있었다ㆍ

시간이 1!
11
20분에 출발했으니 1시간 40여분 만에 도착 했다ㆍ
허기가 느껴져서 나는 표석에서 사진을 찍고 그 아래 공터에서 홀로 준비해간

식사를 했다 ㆍ

함께 온 일행들에 낄 수도 있지만 나는 이 봄의 축복을 오롯이 혼자 느끼고 싶다ㆍ
매일두유 1
군계란 1  메추리얄 3
토마토 1
바나나 1
군고구마 1
거의 수도자의 식단 이었다ㆍ

봉황산 오르는 길에  하양거나  연분홍 색갈을 띤 이쁜 노루귀가 손을 흔들더니

천제봉 오르는 길에는 아얘 떼로 도열하여 하늘과 맞닿은 봉우리 등정을 축하해

주었다ㆍ

갑자기 따뜻한 날씨에 가파른 오름길이리 땀이 많이 나고 무더웠다.

가지고 간 여름용 얇은 긴 팔 옷으로 갈아입을까 했는데 봉황산과 천제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길에 올라서자 시원한 바람이 많이 불어주어 땀도 날려주고 달아

오른 체온을 식혀주어 그대로 산행을 계속했다ㆍ
다음주 남도 갈 때는 필히 얇은 옷을 갈아 입어야 할 것 같다.

일부 추격자들에게 길을 내주긴 했지만  두개의 걸출한 봉우리를 쉼없이 올라

개도를 굽어보니 이젠 더 이상의 오름길은 없다ㆍ
시간이 많이 남을 것 같아서 템포를  줄이고 그녀와  좀더 여유로운 시간을 위해

아얘 퍼즐러 앉았다ㆍ
천제봉 능선을 따라 가다가 급격히 고도를 낮추는 능선 끝단 전망바위에 앉아

오래도록  바다와 건너편 산을 바라보고 개도의 마을을 내려다 보았다 ㆍ

가파르게 하산하면서 청석금을 지나고  솔어리산 갈림길에 섰다
그곳에서 직진하면 방파제 쪽으로 내려가고 우측으로 가면 솖니리산을 너머 해안

길을 따라 방조제 쪽으로 진행한다ㆍ

갈등이 생겼다
2
시간 30이나 남았으니 B코스도 돌아 보자는 생각과. 그냥 내려 가자는 생각
일단 오른 쪽으로 진행하여. 산세의 흐름을 보니 부드럽게 넘을 수 있는 산이 아니

고 표시된 시간도 2시간 30이 넘어서 일단 자제하기로 했다 ㆍ
"
이 좋은 봄날에 너무 무리하게 나대지 말자"
봄 처녀와의 데이트는 부드럽고 여유로워야 하거늘 ᆢ

대신 개도의 마을로 내려와 마을 구경을 하며 선착장으로 가기로 했다ㆍ
마을 어귀 교회에는 탐스런 동백이 피어있고 매화꽃도 활짝피었다 ㆍ.

뒤이어 하산한 일행 두 명과  제법 먼 거리에 있는 선착장으로 가면서 개도에서

피어나는 무수한 꽃을 보았다 ㆍ

노루귀 - 믿음,인내

 

동백꽃의 꽃말은 색깔에 따라 다르다ㆍ
붉은동백 ㅡ불타는 사랑
분홍동뱍ㅡ조심스러운 사랑
흰동백ㅡ비밀스러운 사랑
차가운 겨울 눈 속에서 간직해온  소중한 사랑인가?

산자고 꽃말 봄처녀
영춘화  희망.기대
명자꽃 겸손

이번 개도 여행에서 대지에 가득 피어나는 봄날의 사랑과 기대를 만났다ㆍ
그리고 명자는 겸손하지 않았다ㆍ

느릿느릿 걸었음에도 2시간여 시간이 남았고 나는  개도 해변을 거닐며 다음 번

작품을 만들 돌도 고르고 선착장 우측의 전망대 까지 돌아보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ㆍ
눈부신 그녀와 울려퍼지는 전원교향곡의 리듬에 맞춰 멋진 봄의 왈츠를 추었던

행복한 날이었다ㆍ

 

산행일: 2025년 3월 22일
산행지: 개도
코스: 화산선착장ㅡ봉황산ㅡ천제봉ㅡ개도마을
소요시간: 약 3시간 30분
날 씨: 바람 부드럽고 맑음
동행: 충일산우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