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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

봄길 -치악산 홀로 아리랑 (부곡탐방센터-비로봉-곧은재-향로봉-원점)

 

 

 

비가 온댄다 ㆍ
오늘근로자의날
마감작업 같이 출근해야 하는데
혜윤이 혼자해도 괜찮다고
쉬시라 한다ㆍ

실버 근로자에게 그동안의 객지 근로 수고에 대해 보상을 해야지ㆍ

별거있나?
산을 좋아하니 이 봄에 홀로 심산에 드는게 최고의 힐링이고 행복이지ㆍ
그리고 이 봄에 친구들과 너무 많은 나들이 계획을 잡는 통에 내 마음은 오히려 허하다ㆍ

은퇴 후를 생각해서 친구들과의 계절여행을 지속적으로 해나가고는 있지만
정작 상대적으로 모험과 재미가 빠진 나의 봄은 한구석 어딘가 허전하고 닝닝하다ㆍ

좀 줄이면 좋겠지만  한 번 건너뛰려면 난리들이니
이번 여름이라도 폭염의 건강을 빙자해 회동을  삼가고  심산유곡  산행과  알탕이나 즐겨야겄다
 
4.5월 하루도 빠끔한 날이 없는데

근로자의 날 귀한 하루를 얻었으니 헛되이 낭비해서는 안될 일이다ㆍ

오랫만에 결이 다른 황홀한 고독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이다ㆍ

원래는 오대산이나 백덕산을 염두에 두었었는데 12시 부터 비 예보다ㆍ
아랫지방에서 올라오는전국비라 빼도 박도 못한다ㆍ

그랴서 비가 오기전에 일찍 마무리 하려면 가까운 산을 가야한다ㆍ

치악산이네ㆍ!
ㅎㅎ
치악 산신령님 본지 오래되었는데 내가가믄 또 쌩난리 피시며 골탕 먹이실  궁리를 하시것지 ?

근데 어쩌유 ?
난 대략난감 했어두  오히려 즐거운 추억이었으니 ㆍㆍ


그 옛날 홀망친 네비처자 땜시 들머리를 잘못찾아 달밤에 체조했는데 그 때 가고자한
부곡 탐방센터를 기점으로 잡았다ㆍㆍ
그 곳에서 비로봉찍고 향로봉으로 휘도는 능선을 따라 곧은재,향로봉을 거쳐 회귀하면
15km거리에 6시간 반 정도 소요될 것이다ㆍ

예상대로라면 6시에 산행을 시작하면 두 봉우리찍고 하산하는 길에
잠시 비를 만날 것이다ㆍ

치악산이지만 안흥쪽에 있는 부곡마을 들머리는 문막집에서 1시간 가량 걸린다ㆍ
5시에는  출발해야 하지만 비님이
좀늦어질 수 있으니 일어나는 대로 가자고 하고

저녁에 간편식 두꾸러미를 준비했다ㆍ

하나는 들머리에서 아침으로 먹고 또하나는 산위에서 점심으로 먹을 것

왕두부 1/4모 두통
호박고구마 작은거 8
계란 2
두유 2

알람을 셋팅안했는데 4 30분에 깼다 ㆍ
준비를 하고 출발  부곡탐방센터 주차장에 도착하니 6시였다
아침을 먹고 계곡에서 양치를하고 6 30분 출발

등로에는 아무도 없고
날씨가 차서  가을용 티셔츠를 입었는데 40 여분 산길을 타다가 등에 땀이 날 때쯤

가벼운 긴팔옷으로 갈아 입었다ㆍ

고도가 높아지면서 치악의 봄은 아직 풋풋한 애기 얼굴이다ㆍ
주작산의 섬머슴아 같은 씩씩한 진달래를 본지도 벌써 몇 주가 흘렀는데 치악산의

진달래는  이제 막 피어나거나 꽃몽오리를 맺고 있다ㆍ
산길에는 초록의 풀이 파릇하게 피어날 뿐 대부분의  나무는자세히 보지  얂으면

아직 겨울잠에  빠져 있다ㆍ

능선에 올라서면서 싸늘한 바람이 너무 시원하고 가슴이 후련해 졌다ㆍ
이제 봄은 막 치악을 능선을 따라 비로봉으로 오르는 중이다ㆍ

봄이 짧다고 ?
정말 참인 그 명제는 내게만은 참이 아니다 ㆍ

아직 아득한 봄이다
3월 둘째주. 복수초 마중으로 시작한 봄처녀와 밀회는 두달이나 계속되고 있는데

아직 한달을 더 남겨놓고 봄은 이렇게 더 여리고 어린 모습이다ㆍ

오늘 코스는 처음 가보는 길이다
2016년에 처음 개방되었는데

문막에 온지 4년이 넘었지만 기회가 닿지 않았다ㆍ

시실 은퇴전에 조사장과 한 번 오를 생각으로 남겨둔  탓도 있다ㆍ

누가 치악산을 거칠고 힘든 바위산길이라고 했는가 ?
굽이치는  능선을 따라 비로봉으로 이어지는 육산 길은 발만 편한게 아니다ㆍ
거침없는 시원한 바람과 풍경으로 가슴이 후련해지고 마음도 절로 편안해진다ㆍ
비로봉에서 곧은재로 이어지는 능선길 또한 부드러운 흙길이라
계곡 하산길이그리 거칠일 없다면 치악의 이름은 구룡사에서 오른 어느 호산자의
성급한 작명일수도 있다ㆍ

어쨋든 치악산의 재발견 이다
겨울에 늘 치열하게 조우하던 치악과는 전혀 다른 구도의 그림
호젓한 자유 !
치악의 봄바람과 함께 유유자적 혼자 가는 길에는 황홀한 고독이 쟘자는 야성을 일깨웠다ㆍ

왼쪽다리의 내상이 몰고온 세상의 소란함과 군중속의 외로움은 오랫동안 그 막막함을

떨쳐내지 못했다ㆍ
우리는 혼자일 수 있을 때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고 비로소 그 가슴을 들여다 볼 수 있다ㆍ

비로봉까지 감미로운 여정이었다ㆍ
치악산신령님의 따뜻한 사랑이 느껴져 기분이 좋았다ㆍ
아직 남은 시간 어떤 반전을 준비하고 계실지 모르지만ᆢ

"내사랑그대에게 드려요 "

치악 신령님
지난주 만난 하얀민들레의 꽃말입니다ㆍ

그 마음 다압니다 .

오늘은 비도 오고하니 부드럽게 끝내주시기로 마음먹으신거 .

 

오늘은  지금까지 치악의 통념과는 다른 부드러운 치악의 따뜻한 속내가 느껴지는

아름다운 봄날의 산행으로 기억에 남을 것이다ㆍ

비로봉에서는 몸이밀리는 거센 바람이 불어 갔지만 바람결은 차지 않았다ㆍ
비오기전 흐리다던 날은 화창하게 개이고 태양은 본격적으로 구름밖으로 나왔다ㆍ
거기에 서 있는 몇안되는 산님들과 일일이 인사하며 덕담을 나누었다ㆍ

그 능선에서 5월의 가야산 신록이 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불현듯 덕유의 연두빛 봄이 그리워 졌다ㆍ
발목의 부상도 좋아지고  깊어질 수 없는 한계에 봉착한 군중속의 고독이 그렇게
 다시

나의 역마살을 깨우고 있었다ㆍ


흐린 하늘에서는 가끔 태양이 구름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ㆍ

곧은재로 가는 길에는 무수한 노랑 야생활이 손을 흔들었다ㆍ
양지꽃
달맞이꽃

늘 겨울에 많이 올랐다
특히 새해 일출산행으로ㆍㆍ

참 고달프긴 했어도 그래도 즐거운 추억들이다ㆍ
이기자와 함께할 때 비로봉정상에 가방을 두고 내려왔다가 바닥에서 다시 올라간 왕복

등정을 했고
황골 탐방센터 옆에  주차하고  산에 올랐다가 창고 물품 못뺀다고 계속 차빼달라고
전화하는 통에 할수 없이 마음먹은 종주는 못하고  중도에 내려갔다ㆍ
그랴도 올라온 길로 바로 내려가지 않고  갈만큼 진행한 배째라 산행이었다 ㆍ

그뿐인가 ?
신년 해맞이 산행에 엉뚱한 들머리로 올라가 차가 빙판에 빠져서 야간에 새벽별 보기

노동을 하지 않나 ?
비로봉 남대봉 성공적인 종주를 마무리한 후  뿌듯함과 기분 좋은 성취감에 젖고 나서는

코로나에 걸려 일주일을 개고생했다ㆍ
그러고 보니 한번도 순조롭게 산행을 마무리한 적이 없었다ㆍ

비로봉에서 눈덮힌 곧은재 길은 벌써 몇번 째 인지 모르겠다ㆍ
막 겨울잠에서 깨어나고   작은 야생화들의 해맑은 미소가 사랑스러운 그 길의 느낌은
지나간 겨울들과 너무도 달랐다

화사한 태양은 구름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는데 곧은재 를 코앞에 두고 부터는 갑자기

흐려지기 시작했다ㆍ

 

곧은재 삼거리에서 휴식하던 산님을 만났다ㆍ
곧은재 탐방센터에서 올라왔다던 사람 좋아보이는 산님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가 향로봉

길을 잡았다ㆍ
왕복 2.2km
그냥 내려가면 비님이 오시기 전에 도착할수도 있겠지만 어디 욕심이 또 그런가 ?

향로봉에 올라  주변 조망을 감상하는데 하늘이 점점 어두워지고 멀리서 천둥소리가
계속되었다ㆍ
내려오다가 전망좋은 바위에 앉아 준비해간 간식으로 점심을 먹는데 빗방울이 한두 방울

떨어지기 시작한다ㆍ

시계를 보니 12
정말 귀신이 따로 없다ㆍ
대한민국 기상청 정말 쥑이네 !
치악의 빗님은 햇빛까지 앞세운 채 결코  서두르지 않더니 점심을 다먹고 배낭을 꾸릴때 쯤

내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안면을 180도  바꾸고 본격적으로 빗방울을 떨구기 시작했다ㆍ

대포카메라는 배낭에 넣고 방수포를 씌운다음 우산을 받쳐들고 하산하는데 마음이 오히려

차분해진다 ㆍ

이젠 마음대로 하셔두 좋아유
오를 데 다 오르고

아직 투박하고 풋풋한 강원 산골 봄처녀도 만나고 

그녀와 함게 보고 싶은 풍경 다보고
점심까지 함께하고  마무리 하산 길이니 걱정할 일이 없다ㆍ

다시 돌아내려온 곧은재에서 빗방울은 세자지고 거세젔다ㆍ
출발지인 부곡탐방센터 까지는 4.2 km 계곡 하산 길이다ㆍ

저녁때처럼 어두워진 계곡길을 혼자 내려가는데 시끄러운 빗소리만 가득찬  계곡과는 

달리 마음은 오히려 고요했다ㆍ

봄볕과 신록에 물들고  봄비에까지 축축히 젖는 날이다ㆍ

처음 접하는 곧은재 계곡은 생각보다 규모가 크고 계곡 군데군데 풍경이 출중했다
계곡은 경계에 로프가 쳐지고
여러 곳에  출입금지와 과태료 표지판이 붙어 있었지만
나는 많은 비가 내리는 중에도
출중한 풍경을 만나면 계곡으로 내려가 풍경을 카메라에 담았다ㆍ

 

견물생심
내심 알탕소를 가늠해보는 목적도 있었는데 올여름에는 조사장과 산행 후 이곳에서

알탕하고 문막에서 하루 유하는 일정을 한번 잡아야겠다ㆍ
문막을 떠날 날도 머지 않았을 터이니 떠나기 전에 치악산 기념산행  한번 해야지ㆍ
문막에 호텔도 재오픈 했으니 뒤풀이로 성대한 주연을 하고 다음날 내려오는 계획을

잡아도 좋을 것이다ㆍ
조사장은 알탕 안하겠지만 문막 내 숙소 옆에는 찜질방도 있고 치악산 아래에는

불가마도 있다ㆍ

 

우산을 썼지만 어깨며 다리며 흠뻑 젖었다ㆍ
몸이 젖은게 대수랴 ?
내 마음은 많이 웃었고  아름다운 봄날과 낭만적인 봄비로 또한 축축히 젖어들었다.
그렇게 무사히 하산했다ㆍ
7시간 30분 만이었다ㆍ


유유자적한 길이었지만 그렇다고 대놓고 게으름피는 산행은 아니었는데

홀로가는 명상길에 발길이 다소 밀렸다ㆍ

오후 2
내려와서 점심을 먹을 수 있겠다 싶었는데 역시 아무리 편안한 산길이라도 15km

넘는 산길에 비까지 내리니 시간이 지연될 수 밖에 ...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하리ㆍ
근로자인 내가 보낸  최고의 근로자의 날이고 내가 받은  치악의 멋진 봄 선물이었다ㆍ

원주로 돌아와 사우나에 갔는데 그동안 가보지 않은 웰빙 24시 사우나로 갔다ㆍ
새로운 등산로를 탐험했으니 새로운 사우나를 가보는것도 좋은 일이지ㆍ

2시간 몸을 풀고 새옷을 갈아입었다.

문막으로 돌아와 김치찌게로 저녁식사를 마무리 하고 집에 도착하니 6시쯤 되었다.
여유로우면서 꽉찬 하루였다ㆍ

인생 창창하다고 ?
돈벌어 나중에 어떻게 할 것이라는
네 인생 청사진은 계획대로 잘 진행되고 있는가 ?

세계일주가 나의 꿈이 었지
미완의 꿈은 아직 폐기되지 않았고 여전히 진행중이라 얘기하지ㆍㆍ

그래
66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ᆢ
요즘 66살은 예전 나이로 46살이라고들 하지

물론 나이가 중한 건 아니지ㆍ

짧은 봄도 누리지 못하면서 무슨 대사를 논할 수 있는가?

짧은 봄을 길게 누리며 건강을 유지하다 보면 분명 기회가 다시 찾아 올 것이다.

회사를 그만두고 몽블랑과 안나푸르나로 떠났던 그 때 처럼.....

 

 

하지만 짧은 봄이 내겐 그렇게 길 듯이
내 남은 팔팔한 시간도  그렇게 길어야 하지ㆍㆍ
팔팔한 시간이 길기만하믄 또 뮈하나  ?
그 시간이 재미 있고 행복해야지ᆢ
세상의 재미와  내가 좋아하는 세상을 누리며 살아야지ㆍㆍ

여전히 꿈을 꾸고
그 꿈을 읺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젠 그 꿈에 한발짝 더 다가서야 할 때 ㆍㆍ

 

더이상 어리석지 않기를 !

 

빛나는 내일을 위해
더 이상 나의 꿈을 유보하지 말고
그렇게 애타게 기다리던  자유에  더이상 질식하지 말기를 !

오래 살고 보면  내일 보다 오늘이 더 아름다운 날이야ㆍ
그렇게 허리띠 졸라메고 준비한 내일은  그다지 빛나지 않는 다네.
그렇게 애타게 원하던 자유는  막상  너무 쉽게 쟁취되고

그러고 나면 
또 다시 내일에 대한 구체적인 두려움이 더 큰 먹구름을 몰고 온다네

오늘이 떠나기 좋은 날이고
사랑하기 좋은 날이네ㆍ

너무 빨리 세월에게 내어주기 말기를!

튼튼한 두다리ㅣ
더 넓은 세상을 향한 호기심!
여리고 섬세한감성

 

세상살이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그것들을

사람들은 이 각박한 세상에 적응할 수 없는 유전자 변이고 감정의 사치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건 삶의 축복이었다

 

                              2025년 5월 1일 근로자의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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