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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울릉도 기행

 

먼 심해선 밖의 한 점 섬 울릉도로 갈꺼나?

 

바다를 타고 멀리 흘러갈 일도 없고 쓰나미가 휩쓸어 흔적 없이 사라질 일도 없다.

눈꼽 끼고 다리심 빠질 때 조차 물건너 해외나들이 하는 기분까정 내면서 댓바람에 댕겨올 수 있는 곳!

반도의 구비구비 흘러가는 심산의 비경이 하도 많아 한살이라도 젊은날 가쁜 숨을 몰아쉬며 부지런히 다리품 팔아야 될 곳들이 즐비한 마당에 제주도나 울릉도를 시퍼러 둥둥한 나이에 왜 가나?

 

야자나무 밑에 비치파라솔이 떠오르는 제주도나 고독한 울릉도는 좀더 나이 먹은 훗날을 위해 남겨진 섬이었다.

봄이 먼저 오는 남해의 섬들이야 춘삼월이오면 그리움으로 다가와 바닷바람에 실려오는 봄향기의 유혹을 떨치기 어렵지만 대한민국 대표섬을 향한 기대를 부질없는 봄바람에 쉽게 날려버릴 수는 없는 일

아직 디리심 짱짱한 날 일부러 돈 들여 가기엔 아까워 신혼 때 한 번 그리고 한라산 한 번 오르고 오랜세월 비장을 해둔 곳인데 그 비밀의 휘장이 너무 빨리 젖혀지고 만다.

지난 2년동안 제주도에 갈 일이 세번이나 생겨 본의(?)아니게 섬을 샅샅히 훝고 소문난 맛집에 특산음식까지 죄 섭렵하게 되더니 올해는 창졸간에 울릉도까정 손 안대고 갈 일이 생길 줄이야?

원래 산행과 여행 초대라면 사족을 못쓰는데 마누라와 새끼 대동하고 몸만 오라니?

나는 복도 많은 넘이여

그래 늙어서 가는 게 좋다는 건 비용을 대비한 한계효용의 극대화 논리에 따른 것일 뿐  멍석 깔아 주는데 왜 돌아 누울겨?

 

그래서 생각지도 않은 오월의 하늘을 걸구 울릉도로 가는 배에 몸을 실기로 했다.

사전 정보 조사를 토대로 만들었던 야무진 내 여행계획을 한번 리뷰 해 볼까?

돈은 내지도 않을 사람이 여행계획을 세우기란 얼마나 쉬운 일인가?

 

한번 흘깃 훝어 본 모든 관광의 기점은 도동이라 숙소는 당근 도동이어야 하고 8명의 여행자에 두끼는 숙소에서 해결하려면 콘도가 좋은데 울릉도에서 콘도 검색으로 걸리는 곳은 울릉콘도 하나뿐이다.

게다가 성인봉 최단 등산로인 KBS 중계탑 부근이라 새벽 3시 30분에 올라가서 선인봉 해돋이 감상하고 나리분지로 하산하기에 안성맞춤의 요충이라 볼 것 없이 예약완료

나머지는 인터넷을 적절히 검색해서 다음의 일정표를 작성했다.

  

 

 

 

 

 

내 마음대로 작성한 울릉도 여행 일정표

 

1일차

05:00 대전 출발

      중간  휴게소에서 아침 식사

09:30 포항도착

10:00 ~13:00 포항 에서 울릉도로 뱃길 여행

13:00 ~14:30 보배 식당에서 점심식사  (054-791-2683)

              메뉴: 홍합밥, 홍합죽 + 각종 산채반찬

14:30 ~15:30 숙소이동 (울릉콘도)  콘도에서 차량제공

15:30 ~17:30 도동 약수공원 관광

              약수터 ,향토사료관,독도박물관, 케이블카 타고 독도전망대

               관광

18;00 ~19:30 향우촌에서 저녁식사 (054-791-0686)

암소한마리(054-791-4898)

메뉴: 약소불고기

19:30~       숙소이동  하루일정 종료

 

2일차

08:00~09:00 콘도에서 식사

09:00~13:00 택시 육로관광    4시간: 10만    6시간 :15만

              개인택시 사무실 054~791~2612   울릉택시 사무실

                                             054~791~2315

13:00~14:00  중식  99식당

              엉겅퀴 약초해장국 , 따개비밥 ,산채비빔밥

14:00~16:00 해상일주 관광    2시간 소요

              054~791~0123  

18:00~19:30 석식  바다회센터나 성창회식당

 

3일차

05:00~06:30 내수전 일출 전망대  : 희망자

08:00~09:00 콘도에서 아침 식사

09:00~11:00 죽도관광

12:00~13:00 중식 두꺼비식당

                오징어 내장탕 , 오징어 불고기

13:00~14:30 해안도로 산책 , 해안에서 오징어 회 와 소주 한 잔

15:00~18:00 을릉<-> 포항

22:00        대전도착

 

울릉도 여행 예산표     (8명 기준)

 

대전-포항간 차량이동     :  2대  15만

배 운임 (선플라워호)     :       85만 (우등기준)

    입항                                출항

58,300 x 4 = 233,200                  59,800 x 4 = 239,200

52,500 x 2 = 105,000                  54,000 x 2 = 108,000

29,150 x 1 = 29,150                   29,900 x 1 =  29,900

46,650 x 1 = 46,650                   48,150 x 1 =  48,150

             413,900                               425,200

 

합  계  =   839,100

 

숙박 (콘도2일)          :     20만

식대                    :     110만

            가는날 아침 :     5만

가는날 점심 :       10만

            가는날 저녁 :     30만 (약소 불고기)

            다음날 아침 :      2만 (콘도 취사)

            다음날 점심 :     10만

            다음날 저녁 :     20만 (회)

            오늘날 아침 :     2만 (콘도취사)

            오는날 점심 :     10만

            오는날 저녁 :     20만

택시관광                :     20만

유람선관광              :     10만

            13,000 x 7명  =  91,000

            6,500  x 1명  =   6,500

죽도관광                :     10만

약수공원케이블카        :     5만  (성인 1명 6500원)

기타시내교통비          :     10만

특산품                  :     20만 (오징어 ,엿,나물 ,더덕,기타)

준비금 (과일 기타)      ;     10만

간식 오징어회 기타      :     10만 (콘도에서 먹을간식 오징어회 음료

                                  기타)

총비용                  :    325만원

 

 

 

기타 조사한 특기 사항

 

오징어는 저동항이 싸다

도동에서는 도동항근처 수협직판장이 가장 싸다 수협(054-791-2905)

호박엿은 엿공장에서 사면 20%가 싸다.

      울릉도 군청밑 둥글호박엿 공장 (054-791-2406)

나물은 천부동가서 주민에게 물어보면 싸게 살 수 있다.

자연산 돌미역은 가게에서 구입하면 된다.

섬백리향 묘목이 유명하다.

유람선 승차건 반드시 새우깡 구입 갈매기

대아리조트 지나면 사동리 울릉도 특산 호박빵 파는

옥천식품 있다. (054~791-7714)

도동의식당 

오징어불고기,오징어내장탕 두꺼비식당  99식당-약초해장국,산채비빔밥

홍합밥 보배식당,정일품식당  횟집-성창회식당 ,바다회식당

약소불고기-향우촌,암소한마리

성게비빔밥은 케이블카 스카이라운지

따개비 칼국수는 천부동 신애분식 강추

저동에서 홍합밥 유명한데는 홍일점 식당 054~791~0880

나리분지에서 산채비빔밥은 산마을 식당 유명 (053-791-4643)

버스 1일권은 1만 5천원 우산버스 (054-791-2179)

일주버스는 5시 30분부터 1시간 간격으로 운행

          기본요금은 900원 거리에 따라 달라 진다.

택시 기본요금은 2400원

개인택시 사무실 : 054)791-2612

울릉택시 사무실 : 054~791~2315

유람선   사무실  054~791-0123

대아고속해운    : daea.com   울릉도 여객선  정보 및 운임

포항 여객선터미날  : 054~242-5111~5

울릉 여객선터미날  : 054~791-0801~3

울릉콘도        : 054-791-1020

                 016-508-9962

렌터카 : 삼지렌트운수 ; 054-791-2240

 한진렌트카 : 054-791-5337

 

 

 

선플라워호 우등실

 

 

여행의 큰틀은

가는 날 가볍게 약수공원과 박물관을 둘러보고 독도전망대를케이블카로 오르는 것으로 간단한 일정을 마무리하고 울릉도 특산 약소불고기 먹는 것

둘째 날은 오전에 육로관광 오후에는 해상관광으로 일정을 잡았다.

대신 여기까지 와서 성인봉일출을 보지 않고 갈 수 없으니 나 혼자 새벽에 성인봉에 올라 일출감상하고 나리분지로 하산 용출소를 거쳐 천부까지 트래킹 그리고 육로관광하는 일행들과 오전 10시 천부에서 합류하여 오후에는 유람선으로 해상관광을 한다. 

그리고 그날 저녁은 싱싱한 회로 안주발 세운다.

마지막 날은 오전에 죽도관광하고 오후에는 도동 해안도로 산책과 쇼핑을 한다.

 

일정은 잡히고 계획은 완성되어 물주에게 제출되었는데 예기치 않은 곳에서 차질이 생겼다.

배편 예약을 8일을 남겨놓고 포항여객터미날에 전화하니 불친절하고 시큰둥한 목소리의 아가씨왈 금요일 배편은 있는데 일요일 나오는 배가 매진입니다.

월요일 나오는 배는 있는데 토요일 들어가는 배표가 없습니다.

이박삼일 계획에 금요일 출발도 안되고 토요일 출발도 안되니 어떻하란 말인가?

비수기에도 이런 정도라니 내 기억의 휴지통에 잠시 버려진 울릉도가 이렇게 인기가 좋은줄 예전에 미쳐 몰랐다.

후포는 한달에 1번 부정기적으로 운항해서 어렵고 묵호로 예약하자니 차량 이동거리가 너무 멀다.

여행사하는 친구와 포항의 모 여행사에 연락을 하니 월요일까지 기다려 보라고 한다.

이미 계획은 정해진 상태인데 모처럼 날빈대 여행 찬스가 날아갈 까봐 노심초사  월요일 날

까지 연락이 없으면 묵호에서라도 출발한다는 배수진을을 쳤다.

 

역시 방랑의 신은 나의편

가까스로 월요일날 배표를 구했다는 연락이 왔다.

 

묵호는 씨플라워가 운항되고 포항은 선플라워가 운항된다.

선플라워호는 승선인원이 920명 씨플라워호는 403명으로 배의 규모에서 현저한 차이를 보인다.

사실 돌아오는 날 바람과 파도 때문에 묵호에서 배가 뜨지 못해서 그날 묵호로 들어갈 사람들이 발이 묶여 울릉도 여객터미날이 아우성이었다.

이박삼일 체류하니 볼거리도 바닥났는데 하루를 더 머물러야 했다면 휴가연장에 아이들 결석등 후유증이 대단할 뻔 했던 아찔한 상황이었다.

고마운 포항 여행사 아자씨

 

5시에 대전에서 출발했다.

포항에는 8시인근에 도착  근처 식당에서 해장국 한그릇 씩 비우고나서 9시쯤 연락이 닿았던 여행사 직원으로부터 표를 건네 받았다.

다소 긴장한 채(3시간을 바다 위에 있는건 처음이다)  10시 출발 울릉도행 여객선 탑승 우등석이 아니라 일등석이었다.

선플라워는 1등석과 우등석만 있는데 2층이 우등석이다.

배가 딥다 크기는 한데  일등선실에서는 퀴퀴한 냄새가 난다.

우등과 이등을 가르는 차이는 이 냄새와 다리를 뻗을 수 있는 공간의 길이였다..

1시간쯤 가다가 우등선실을 구경한다고 아들 데리고 술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리며 우등실로올라 갔더니 가운데 빈자리가 많이 남아 있다.

매진이라더니…”

하여간 마누라가 걱정하며 기다릴 1등석을 포기한 채 아들과 앉아서 기분 좋게 설을 푸는데 중간에 왔다 갔다하는 거며 수상한 행동에 낌새가 이상했던지 승무원이 슬며시 다가와 묻는다.

 

승무원: 우등석 끊으신 것 맞아요?

    나:     맞는데요 (당연하다는 듯)

승무원: ……잠시 말이 없다가 아 그러세요?

 

똑바로 눈을 쳐다보면서 단호한 소리로(약간의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맞다고 했더니 표를 보여달라고도 하지 않아 싱겁게 상황이 종료된다.

결국 우리는 무지하게 편안한 자세로 산타루치아를 부르며 동해바다를 항해했다.

내 배는 살같이 바다를 지난다

 

가는 길에 아들놈이 엉긴다.

F1   : 아빠 일등석 끊어놓고 왜 거짓말해?

나   : 야 이눔아 빈자리로 가면 그만큼 낭비여

F1  : 그럼 그 아저씨가 표 보여 달라 그러면 어떻게 할라고?

나   :그때는 엄마가 표를 가지고 있는데 멀미가 나서 아래 선실에 누워

      있다고 하면 되는 거야 임마!  좀 있다가 보여 준다구 하구

F1   :

 

시방 내가 아들에게 무얼 가르키는 거지?

하여간 발을 뻗을 공간이 넓고 의자가 확 젖혀져 있는 우등석에서 반쯤은 누은 채로 도동에 입항했다.

 

 

 

울릉도 도동항에 입항한 선플라워호

 

여기가 머리 털나고 처음 온 울릉도라는 사실만으로 마음은 들뜨고 호기심의 안테나는 벌써 주파수를 날린다.

도동은 도때기 시장이다.

양쪽으로 거대한 산이 서있는 선착장 위로  좁은 분지를 따라 건물들이 빼곡이 들어 차  있고 그 작은 길 위로 배에서 토해진 관광객들이 아우성치며 쏟아져 들어간다.

울릉콘도 측에서 피켓을 들고 서있다.

그래도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다니 물 건너 온 기분이 난다.

콘도의 젊은 사장이 직접 봉고차로 콘도까지 데려다 준다는데 점심식사를 하고 가겠다고 했다.

원래는 보배식당에 예약하고 홍합밥을 먹으려고 했는데 배를 세시간 타고 보니 얼큰한 국물이 먹고 싶어져서 3일차에 예정하였던 두꺼비 식당을 먼저 찾았다..

두꺼비 식당은 부두에서 얼마 되지 않는데 여러가지 메뉴를 다양하게 준비하고 있지만 오징어 불고기와 오징어 내장탕을 잘한다고 추천한 사람이 있었다.

8000원짜리 내장탕은 그런대로 괜찮았는데 오징어 불고기는 별로였다.

울릉도 호박 막걸리 맛은 띵호와 그리고 복잡하지만 젊은친구의 서비스는 좋다

 

콘도로 갔다.

약도를 보면 얼마 거리가 안되는 걸로 보이는데 나선형으로 산허리를 감아 산 중턱까지 올라가는 위치에 있어서 도동이라도 시내쪽과는 거리나 고도차이가 상당하다.

게다가 어느정도 예상은 했지만 섬의 콘도란 뭍의 오래된 민박과 동급이어서 낡은 건물에 퀴퀴한 냄새가 나는 통에 첫인상이 과히 좋지는 않다.

부엌 달린 거실1개와 방 두개

8명이 쓰기에는 별 문제는 없겠는데 이동간 콜택시를 부르려면 그 비용도 만만해 보이진 않는다.

그래도 숙소에 투숙한 사람이 많지가 않아 콘도사장이 직접 봉고로 목적지

이동을 도와주어 별다른 불편은 없었다.

내륙은 오늘부터 흐리고 비가 온다고 했는데 울릉도는 햇빛이 내리 쬐고

있다.

 

콘도에 여장을 풀고 쥔아저씨의 도움을 받아 우선 계획대로 약수공원으로 이동했다.

해안산책로와 더불어 도동에서 내세울 수 있는 유일한 관광지로 독도박물관과 향토사료관이 위치한다.

먼저 케이블카를 타고 독도전망대에 올라 바다를 굽어 본다.

여기가 독도를 빼구 우리나라에서 제일 먼 곳이다.

도동시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고 태양빛이 눈부신 푸른 바다가 가슴으로 뛰어 든다..

크크크

아침에 조금 일찍 눈떠서 부지런을 좀 떨고 나니 이렇게 울릉도 산 위에서 푸른 동해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내가 멀고먼 동해안의 한 점 섬 위에 떠있다는 사실이 신기하다.

죄측의 전망대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첩첩이 흘러가는 울릉도의 산릉을 보며 수치의 개념을 벗어난 울릉도 섬의 크기를 실감한다.

 

 

 

 

독도전망대에서 바라본 도동항과 바다 풍경

 

무공해 망망대해 공기를 가슴 깊이 들이키며 도동시내를 내려다보다가 섬이 끝자락이 바다로 빠져드는 돌출 전망대에 까지 내려가 푸른 바다를 좀더 가까이에서 바라본다.

더 나이가 든 다음 설레임으로 벗겨 내려 했던 비밀의 베일을 창졸간에  들추고 동해의 파도가 곱게  씻어낸 신비의 섬을 그렇게 만났다.

 

 

 

 

 

약수공원 해안전망대

 

약수는 오색약수와 같은 물맛인데 더 강렬하다.

철분을 엄마나 함유하고 있는지 내려오는 작은 물길이 온통 녹슨 쇳물 빛이다.

내가 먹으면서도 이게 먹는 물이 맞는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 아들은 얼굴을 찡그리더니 이내 품어내고 만다.

 

 

 

 

 

약수공원 약수터

 

향토사료관과 독도박물관은 울릉도와 독도에 관한 많은 정보를 담고 있어서 교육적인 차원에서 유익한 곳인데 규모는 그다지 큰 편이 아니다.

약수공원을 돌아보고 천천히 걸어서 도동시내에 향우촌으로 갔다.(약 20분)

인터넷에서 찾아낸 추천 맛 집으로 약소불고기 전문점인데 주인장이 직접 농장을 운영하며 질 좋은 고기를 공급하고 있다고 했다.

식당이 제법 깔끔하고 SBS 맛코너에 소개된 집이라는 명패가 붙어 있다.

약초를 먹여 기른 울릉도특산 소고기는 좀 질긴 듯 하면서도 맛이 괜찮았다.

(1인분 250g  15,000원)

중국에서 저기압이 몰려와 전국에 비소식이 있는 터라 둘째날 일정을 조금 조정하기로  했다.

오전에 해상관광을 하고 오후에 육로관광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덕분에 성인봉 홀로 등반은 마지막 날로 미루어야 했다.

그리고 콘도에 들어와 월드컵 평가전을 관람하고 하루의 일과를 마무리 했다.

 

 

둘째날

새벽 4시 30분에 밖으로 나왔다.

혼자 저동 내수전 전망대에 올라 일출을 한번 볼 생각으로.

흐린 날씨라 해가 뜨긴 틀린 것 같아 택시를 부를 생각은 접고 나선형으로 돌아 내려가는 길을 걸어 내려서 저동항 까지 갔다.

아침 일찍부터 술렁이는 저동항에는 촛대바위 뒤로 붉은 빛이 은은해 감돌더니 이내 자즈러진다.

 

 

 

 

저동항의 아침

 

 내수전 저망대 가는 길을 물었는데 걸어서는 꽤 멀어 두어 시간 걸린다고 한다.

비릿한 저동항만 좀더 구경하고 택시를 타고 돌아가려는데 울릉콘도 마크가 선명한 봉고가 보인다.

우짜이런일이.

길 가운데로 뛰어들어 손을 들면서 다짜고짜 차를 세우니 콘도사장도 얼굴을 알아보고 깜짝 놀란다.

여기까지 구경삼아 슬슬 걸어왔다고 하니 정말 부지런하단다.

새벽 길에 만나는 이향의 풍광은 맑고 호젓한 설레임이다.

그래서 새벽에 여행 길을 나서면 얻는 게 너무 많다.

막히지 않는 교통

 

푸른 새벽의 빗장을 열고 조용히 다가오는 낯 설은 물상들과 새로운 날의

기쁨.

저동이 원래 집이라 콘도에서 내려와 잠을 자고 다시 콘도로 가는 길이란다.

덕분에 이런저런 궁금한 사항을 물어볼 수 있었다.

엿공장에서 호박엿을 사도 그렇게 싸지 않단다.

주변의 상점들이 공장에서 떼다 파는데 싸게 팔면 가만히 있겠냐는 것이다.

오늘 횟집에서 저녁식사 하려는데 좋은데 소개해 달라고 하니 회는 저동이 싸다고 한다.

그러면서 육지에서 먹는 것 만 못할 것이란 말을 보탠다.

도동으로 가는 산길이 있느냐고 물으니 있긴 한데 토박이 아니면 찾기가 어렵단다.

다음 번에 기회가 되면 그 길을 한 번 찾아 나서고 싶다.

집으로 돌아와 일행들과 아침을 지어먹고 갈매기 나르는 여객선 터미날로 갔다.

새우깡 하나씩 사주니 아들과 조카는 갈매기 떼에게 새우깡을 먹이는 재미에 푹 빠져 버린다.

 

 

 

 

 

도동항의 아침

 

 

 

 

갈매기와 함께 떠나는 해상관광 유람선

 

승선하면서 조금씩 뿌린다.

세찬 바람이 불면서 비가 뿌리는 갑판에 서서 구름이 감도는 울릉도 해안의 경치를 감상하며 바다 위를 떠간다.

먹이가 있다는 것을 아는 갈매기들이 무리를 지어 뒤따르는 찌푸린 울릉도의 풍광은 신비하고 장엄하다.

생각보다 더 큰 섬 위로 솟구친 산과 기암들은 목에 구름을 걸고 원시의 모습을 한 채 물 위에 조용히 떠 있었다.

웅장한 울릉도 섬을 돌아 보며 배와 같은 속도로 떠가는 갈매기를 카메라에 담기도 하고 또 새우깡을 쥔 손을 뻗어 갈매기가 새우깡을 채가는 재미에 빠지기고 하다 보니 두시간이 훌쩍 지나고 어느새 비가 그치고 고요히 가라 앉은 하늘아래 수채화처럼 맑게 씻기운 도동항이 기다리고 있다.

 

 

 

 

 

 

 

 

 

 

 

바다에서 바라보는 울릉도

 

유람선에서 보배식당으로 홍합밥 예약을 했다.

식도락 동호회에서 유일하게 울릉도 맛집으로 소개한 홍합밥 전문점이다.

1인분에 만원인데 주문을 받아서 만들기 때문에 미리 주문하지 않으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자리를 잡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홍합을 넣어 만든 밥에 울릉도특산 산나물 명이김치나 부지깽이 나물을 걸쳐 먹는 것이다

글쎄 홍합은 별루 많이 들어 가지 않아서 홍합의 특미를 느끼기 어렵고 맛이 영락없이 복어집에서 복탕이나 해물탕먹고 나면 볶아 주던 뽁음밥 맛이다.

제주도의 오분작이나 전복뚝배기처럼 감칠 맛나는 독특한 향미를 느끼지 못한 채 그저 울릉도 토속음식 한번 맛본다는 생각으로 해결한 점심이었다.

 

오후에는 육로관광 코스

당초 콘도사장님이 봉고를 가진 친구분을 소개해 준다고 하셨는데 일정이 안 맞아 렉스턴 개인 관광택시를 소개해 주었다.

4시간에 10만원   그리고 저동방면 봉래폭포와 내수전 일출전망대 광광코스는 별도로 관광하면 5만원이고 묶어서 함께하면 2만원만 추가로 받겠다고 한다..

그래서 두 곳을 함께 하기로 하고 육로 관광을 시작했다.

기사가 입심이 좋고 서글서글해서 편안하게 여행을 했는데 해상에서 본 곳들

을 해안도로를 따라 둘러보는 코스라 별다른 감동을 느낄 수 없었다.

먼저 도동에서 좌측 해안도를 따라 통구미에서 내려 사진 한 장 찍고 해안의 거북바위를 감상한다.

그리고 나서 굴이 좁아 교행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굴 앞에 신호등이 설치되어 있는 굴을 몇 개 통과하고 나서 사자암과 만물상등 해안절경을 둘러보구 태하리의 성하신당에 도착했다.

해신에게 제물로 바쳐진 동암동녀의 고혼을 달래기 위한 사당으로 해마다 풍어의 기원제를 지내는 곳이다.

 

 

 

성하신당

 

 

푸르고 깨끗한 모습으로 솟아 있는 산릉의 싱그러움과는 대조적으로 지난 9월 태풍 나비에 휩쓸려 아직 복구되지 않은 하천의 모습이 을씨년스럽고 산만하다.

우리나라는 나비나 매미 땜시 살기가 어렵다.(루사도 곤충인가?)

 

기사말로는 이곳이 오징어가 싸다고 하는데 잘 모르겠고 아무튼 속초의 오징어에 비해 울릉오징어가 무척이나 비싼 편이다

 

현포쪽으로 갈 때  태양이 구름 밖으로 나와서 푸른 바다를 눈부시게 만든다.

현포 해양박물관이라고 거창하게 써 붙인 곳에 내려 놓는다.

세상의 희귀한 조개류를 모아 전시해 놓기는 했는데 중국관광 길에 중국넘들하는 짓거리를 몇 번 보고 난 터라 이건 아주 아이들 소꿉장난 수준이다.

그런 전시를 빌미로 또 상품을 팔고 있으니 울릉도의 빈약한 관광마인드와 스케일에 가슴이 쓰라리다.

울릉도는 내국의 할아버지 할머니 쌈짓돈 말고 외국넘들 큰 주머니 털기는 영글러 먹었다.

어쨋거나 다시 출발

 

 

 

현포 해양 박물관

 

 

 

 

현포 해안가 풍경

 

추산근처에서 바다에서 보았던 공암을 둘러보고 섬목근처에서 삼선암을 바라보면서 기념 사진을 한 장 때린다.

그리고 다시 천부로 되돌아가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나리분지로 올라간다.

나리분지는 인상적이다.

높은 고원의 넓은 분지는 고원이 느껴지지 않는 마치 평화스런 농촌마을 같다.

드넓은 초록밭이 모두 더덕밭이다.

저게 모두 그 비싼 더덕이라면 전부 돈이 월매여?

 

 

 

 

분지 더덕밭

 

너와집을 구경하는데 가랑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눈에 보이는 음식점에 들어가 산나물부침개와 더덕무침 안주에 더덕동동주 한 병을 시켜 놓고 울릉 감회에 젖는다.

내 머리 속의 상상이 구체화 되는 시간 속에서 새롭게 다가오는 이향의 풍경들이 정겹게 가슴으로 들어온다.

우리나라라는 제한된 영역을 놓고 볼 때도 만나볼 새로운 풍경들이 이렇게 많고 아직 올라보지 않은 산들조차 그리 많은데 온 세상의 아름다운 자연들을 언제 다 둘러 볼 수 있을까?

세월은 이리 빠르고.

한세상 태어나서 먹고 살기 위해 전정긍긍하다 아까운 세월 다 보내고 열정이 사라진 가슴과 힘 빠진 다리로 돌아보아야 하는 세상이란 얼마나 허망할까?  

허옇게 센 머리를 한 채 갈 수 없는 나라의 추억조차 떠올릴 수 없는 팩팩한 삶이란 또 얼마나 안타까운가?

 

그래서 이세상을 살아 가는 지혜란

감동을 잃어버리고 세상에 무뎌져가는 가슴을 잘 감싸고 상처받지 않도록 잘 추스리는 것

젊을 때 많은 산에 오르고 많은 먼 나라를 여행 하는 것

(아버지는 말하셨지 인생을 즐겨라…”  그리고 할머님도 말하셨다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그래서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따뜻한 감성으로 작은 일에도 감사하고 감동

하고 예전만은 못하지만 여전히 쓸만한 다리로 가벼운 여행을 즐길 수

있는 것

그 옛날 노년을 위해 남겨둔 해발이 높지 않은 곳이나

젊은 날의 빛 바랜 추억을 만날 수 있는 곳

그리고 가까운 나라들

 

살아가다 보면 가슴이 아플 때가 있다.

고민이 상처를 감싸준다면 목구멍으로 쓸개즙이 솟구칠 만큼 고민하라

아니면 부둥켜 안지 말고 훌훌 털어야 한다..

거친 산릉에 땀으로 쏟아내고   

해결되지 않는 고민과 번민은 먼 산 바람 부는 소나무 그루터기에 걸어 놓고 돌아오는 버릇을 키워야 한다.

가득한 적들 앞에서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상처와 아픔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 미소 짓고 통곡소리는 혼자 남은 산길에서 남길 줄 알아야 하는 법

도시에서 가슴에 담겨진 앙금과 서러움은 자연 속에서 자꾸 비워 내고 대자연의 감동으로 채울 수 있다면  

내 가슴 한구석에 동심을 간직할 수 있다면 

부는 바람처럼 흘러가는 구름처럼 허허롭게 인생을 가벼운 수필처럼 살아갈 수 있는 내공을 쌓을 수 있지 않을까?

 

좌안 육로관광을 마치고 나니 비가 본격적으로 내린다.

우안 저동쪽 관광은 내일 오전에 날씨가 좋으면 하기로 했다.

콘도로 가서 휴식을 취하다가 콘도 사장님의 가이드를 받아 비가 드세게 추실거리는 저동길을 열어 횟집에 가서 앉는다.

비오는 날의 생선회

비오는 날 더 강렬해지는 갯가의 비릿한 냄새가 횟집에 배인 비린내와 어울어져  낡은 부둣가에서 꼭지점 댄스를 춘다.

냄새란 신이 내린 먹성의 척후병일 뿐 암살자란 가당치도 않다..

우리밖에 없다.

그만하면 깨끗한 편이구 그저 대전처럼 풍성한 스끼의 기대만 접으면 그런대로 회맛은 괜찮은 편이데 비용대비 만족도가 썩 높지 않은걸 보면 보이는 것이 온통 바다이니 삼천포나 통영항처럼 풍성한 회식자리가 될 거란 기대가 먼저 한몫을 하는 것 같다.

가덕도 횟집이던가 무슨 섬이름 이었는데.

하여간 자칭 타칭 울릉도에서 가장 싸고 좋은 횟집이었다니 그 말을 믿을 수 밖에.

 

 

셋째날

알람없이 눈이 떠졌다.

마누라에게만 혼자만의 성인봉 일정을 미리 이야기해두었고 아직 일행들에겐 비밀이다.

괜히 무단이탈로 다음부터 공짜 여행표 국물도 없을지도 모르니 최대한 조신하게 처신해야한다.

일출은 물 건너 갔지만 성인봉을 거쳐 나리분지로 하산 천부까지 트래킹한다음 버스를 타고 도동에 돌아와 점심시간에 합류하기로 했다.

 

인기척에 깨는 마누라 얼굴 한 번 쓰다듬어 주고 미리 물과 빵을 넣어둔 배낭을 메고 길을 나선다.

비는 언제 멎었는지 차가운 바람결은 상쾌한데 풀잎은 아직 물기를 머금고 있다.

사위가 고요하다

 

 

 

 

 

성인봉 이정표

 

4시 20분 

일출을 보기 위해서는 좀 늦은 시간이지만 오늘도 흐려서 일출을 만나기 어려울 것 같다.

조금 오르니 선인봉 등산로 안내도가 나오고 정상까지 3.6km란 이정표가 나온다.

혼자 새벽길을 떠나는 것이야 이미 이골이 난 터이지만 멀리 떨어진 섬에서 신 새벽을 여는 느낌은 여느 때와는 사뭇 다르게 느껴진다.

조용히 가라앉아 있는 시간

오름 길에 푸른새벽이 내달리고 수림사이로 보이는 도동 앞 바다의 모습이 평화롭다.

 

 

 

 

성인봉 오름길에 바라 본 도동 앞바다

 

바람이 휘몰아치면 후두둑거리며 빗물이 머리로 떨어진다.

섬이 가진 고립의 의미와 새벽에 혼자라는 사실이 좀더 처절한 고독감을 일깨운다.

그건 일말의 경건함 가운데서 생뚱맞게 느껴지는 야릇한 설레임의 느낌과도 닮았다.

고도를 높여 가면서 조용히 새벽은 깨어나는데 산 안개는 더 자욱하게 흘러 다니며 활엽이 많은 섬의 수림에 몽롱한 신비감을 걸고 있다.

 

 

 

 

 

성인봉 정상부근 안부 풍경

 

정상에 가까이 갈수록 바람이 세차지는데 바람에 몸이 밀려날 지경이다.

안개와 나뭇잎에서 떨어진 물에 등산화며 옷이 조금씩 젖어 든다.

새벽 6시

가는 길에선 아무도 만나지 못한 채 1시간 30분정도 숲길의 이슬을 털어 그렇게 성인봉과 대면했다.

가슴을 싸늘하게 저미는 숨막히는 차가운 바람이 불어가는 성인봉

이곳은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 내 발자국을 남기는 곳이다.

경외감 마저 일으키는 고적한 섬마루에는 표효하는 바람과 무심히 소용돌이 치는 안개만 그렇게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비와 안개에 젖은 성인봉

 

 

 

성인봉 전망대에 흐르는 바람과 안개

 

울릉신령님은 노여우신 모양이다.

내륙의 수 많은 산을 넘어선 발로 야수처럼 청정의 울릉에 불경을 범하는 것을 나무라는 것일까?

날 선 바람이 불고 자욱한 안개가 막아선 동해 쪽을 향하여 삼배를 드리고 조용히 물러섰다.

나리분지 쪽으로 하산하는데 바람은 더 광포하게 불고 간헐적으로 빗방울이 떨어진다.

신의 경고장이라도 받아 든 것처럼 나는 가던 발길을 되돌려 다시 성인봉으로 올라선다.

분명 울릉 신령님이 나의 발길을 막고 있다.

붉게 깨어나는 동해의 아침을 만나지도 못했고 멀리 동해의 그림 같은 풍광을 바라보며 나리분지로 하산할 수도 없다.

눈부신 태양빛 아래 황홀한 고독감을 느끼며 중산간 초원을 걸어 천부까지 트래킹하는 대신 자욱한 안개와 빗속을 청승맞게 헤매야 한다.

그래서 다시 울릉도를 찾을 구실을 남기기로 했다.

일행들과 합류하여 일출전망대와 봉래폭포나 들리는 게 낫다는 판단으로 서둘러 간 길을 되돌아 간다.

하산 길에 우비를 걸치고 성인봉에 오르는 두 부부를 만나고 반 이상을 내려온 곳에서 단체 산행객들을 만나 반가운 인사를 나눈다.

길을 따라 계속 내려가다 보니 올라선 길이 아니다.

아마 대원사로 하산하는 길 같은데 산행로도 파악할겸 그냥 내처 흘러 내렸다.

대원사 언덕에서 그림 같은 도동항 풍경을 만나 잠시 감상을 하는데 비가 후드득 거린다.

 

 

 

 

대원사 언덕에서 바라본 도동항

 

우비를 챙겨 입고 콘도에 전화를 거니 오늘은 콘도에서 조리 안하고 식당에서 해결할 거라고 한다.

그래서 도동 구구식당에서 약초해장국이나 산나물 비빔밥을 먹자고 하고 도동으로 천천히 내려선다.

빗발이 거세진다

도동 우체국 앞에서 잠시 비를 긋다 해안도로를 돌아볼 생각으로 움직여 가는데 해안가에 도착하기도 전에 벌써 식당에 도착했다고 전갈이 온다.

99식당은 MBC에 방영된 맛집이다. 엉겅퀴로 만든 약초해장국으로 특허를 낸 음식점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애,어른 할거 없이 약초해장국을 시켰는데

글쎄 먹는데 큰 거부반응은 없어도 입에 착착 감기는 맛을 느낄 수 없으니 아무리 몸에 좋다 해도 미각의 줄거움이 아쉬워진다.

그래도 어디가서 울릉도 약초해장국 먹어 봤다는 말을 할 수는 있으니 그걸로 만족하자

 

밥을 먹고나니 거짓말처럼 비가 그쳤다.

식사를 끝내고 기사와 전화통화를 해서 저동 비단길을 개척한다.

내수전 전망대는 저동항을 지나 산길로 한 참을 꼬불꼬불 올라 간다.

기사는 대기하고 우리는 전망대에 오른다.

울릉신령님의 깊은 뜻은 바로 이것이었나 보다.

울릉도에서 만난 가장 멋진 풍광

온 몸이 떠밀리는 바람이 불고 비가 오락가락 하는 날이라 그 많은 변수들을 교묘히 조합

해서 맑은 날 보기 힘든 아름다운 울릉도와 바다를 미리 준비해 놓으셨다.

아들의 몸이 날아 갈 것 같은 거센 바람이 운무를 몰고 다니는 전망대에 마눌과 같이 올라 기념촬영을 하고 가슴시린 풍광을 눈에 담는다.

아마 이 전망대에서 일출을 만난다면 그 감동의 여운은 오랫동안 가슴에 남을 것 같았다.

다음에 다시 오면 반드시 이 길을 걸어 올라 석포동과 죽암해수욕장을 거쳐 천부까지 트래킹하며 멋진 울릉도의 풍광을 추억으로 가슴에 담아갈 것이다. 

 

 

 

 

 

내수전 일출 전망대에서 바라 본 풍경

 

다음코스는 봉래폭포

저동항쪽으로 온 길을 다시 돌아가다 포구 쪽에서 차가 계곡을 따라 산길로 올라 간다.

주사곡에서  계곡길을 따라 한참을 올라가야 한다.

중간에 바위틈에서 바람이 나오는 풍혈을 구경하고 1여분 이상을 더 올랐다.

한국 산하의 수 많은 숨은 비경을 섭렵하면서 사치스러워진 내 눈에

울릉도의 산수가 뼈저린 감동으로 다가올 수는 없었다.

비가 내린 뒤라 그래도 제법 큰 물줄기를 이루며 떨어지는 삼단 폭포는 그나마 빈약한 울릉도의 육로관광 코스 중에 볼만한 것이라고 하겠다..

도토리 묵과 호박주를 한잔 더 걸치고 나니 울릉도의 산천이 정겹게 내 가슴에 들어와 앉는다.

 

 

 

 

 

 

 

 

봉래폭포

 

묵호항 배가 뜨지 않고 원래의 4시 배편이 2시 30분으로 앞당겨져서 봉래폭포 관광 후에는 아침에 잠시 둘러 보았던 저동항에서 잠시 휴식하며 얼마남지 않은 울릉도의 아쉬움에 젖는다.

촛대바위 뒤로 바라다 보이는 죽도

부정기적으로 운항하는데 오늘은 오후 4시 배편 밖에 없다.

울릉도에서 죽도록 따라오는 섬 죽도도 다음을 위해 남겨두고 이제 두꺼비식당에서 따개비밥으로점심 식사를 하고 도동에서 잠시 쇼핑할 시간여유 밖에 없었다.

 

 

 

 

 

저동항 촛대바위

 

 

 

저동항 풍경

 

죽도행 유람선은 오후4시 출발이니 시간이 되지 않는다.

더덕도사고 호박엿도사고 더덕 제리도 사고..

불순한 일기 속에서도 섬신령님의 배려가 지극하셨던 울릉도의 3일은 꿈처럼 흘러갔다.

더 많은 것을 돌아 보지 않아 아쉬울 것도 없었다.

내게 관심이란 차를 타고 돌아보는 육로관광도 아니고 배를 타고 떠도는 해상관광도 아니었다.

등산과 트래킹으로 찾아 나설 비경탐험은 미련과 아쉬움이 아니라 다음을 기약하는 약속 이었다.

돌아 보지 않은 관광지는 미루어 충분히 유추할 수 있는 것이었고 걸어 다니며 만나야하는 새로운 풍경은 미완으로 추억의 책갈피에 접혔다.

울릉도는 성인봉을 중심으로 각 방향의 비경을 따라 거미줄 같은 트래킹 코스로 개발해야할 관광지였다.

일주도로 이외에 여하한 새로운 도로의 개설은 무의미 하고 인위적인 관광시설은 오히려 울릉도의 특성과 진면목을 가리게 만들 것이다.

 

 

 

여객선 대합실은 아수라장이었다.

우리는 모두 키미테 하나씩 붙이고 우등실에 승선하여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세를 잡았는데 그날 해상의 파도가 장난이 아니어서 마치 바이킹을 탄 것처럼 아랫배가 저리고 간담이 서늘해지는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물론 무서워하는 마눌을 옆에 두고 약한 모습을 보일 수 없어 대수롭지 않은 표정을 지으며 의연한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

영화 포세이돈이 울릉도 여행 전에 개봉되지 않기가 정말 다행이었다.

 

 

 

 

여행TIP

울릉도를 가려면 먼저 울릉군청에 무료 관광책자를 신청하라

인터넷의 어느 정보보다도 정확한 자료와 울룽도 독도 지도가 순식간에 집으로 날아 온다.

숙소는 도동시내 쪽이 가장 편하다.

호텔이나 모텔 펜션이 모두 있으나 그 질은 좀 떨어지는 편이라 생각하면 된다.

추산일가 펜션은 해안 경관이 수려하고 사동의 대아리조텔은 지은지 얼마 되지 않아 시설은 좋은데 차를 가져가지 않거나 랜탈할 생각이 아니라면 아얘 생각하지 않는 게 좋다.

울릉도에서는 육상관광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것이 좋다.

내가 다시 여행계획을 잡는다면 가을에 울릉도에 가고 싶다.

단풍이 물드는 나리 분지의 풍경이 너무 멋있다고 식당 아줌마가 자랑하니까

그리고 맑은 날 일출을 만나고 걸어서 울릉도를 돌아보기 가장 좋은 계절이니까

울릉도를 가려고 하는 누군가에게 추천한다면

도착 첫날은 도동 약수공원을 돌아보고 해안산책로를 거닐고 부두 좌판에서 오징어회 한사라 먹겠다.

그리고 그날 저녁은 약소 불고기로 저녁식사를 하고 일찍 취침

둘째 날은 하루일정을 등산 및  트래킹으로만 구성하겠다

새벽4시에 도동에서 택시를 대절해서 KBS중계소 근처 등산로 입구까지 가자고 한다.

구불구불 오름 길이긴 해도 가까운 거리이나 3000원이나 4000원이면 거래가 성사될 것이다.

입구에서 성인봉까지는 채 두시간이 안 걸릴 것이다.

해뜨는 시간에 맞춰 적절한 시간에 출발할 일이다.

나리분지로 하산하는데도 2시간이면 충분하다.

나리분지에서는 천부로 가는 버스가 있는데 15분정도 소요된다. 천부에서 도동까지는 버스로 한시간 정도 소요되는데 08:45분에 첫 버스가 있다.

나리분지에서 8시를 좀 넘어서 출발하는 두 번째 버스를 타면 천부에서 출발하는 도동행 첫 버스를 탈수는 있다.

하지만 도동까지 트래킹 계획을 세워보자

나리분지에서 더덕무침과 더덕주 한잔 걸치고  천부쪽으로 내려가지 말고 용출소를 거쳐 추산으로 내려선 다음 해안일주도로를 따라 천부 까지 간다.

이 트래킹루트를 따르면  선인봉을 내려서면서 멋진 바다의 풍광을 감상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천연기념물 189호 성인봉원시림과 천연기념물 52호 섬백리향 군락을 만날 수 있다

천부에서 다시 죽암해수욕장을 거쳐 해안도로가 끝나는 섬목 까지 간다.

멋진 해안의 풍광과 기암을 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섬목에서 저동인근 내수전까지는 해안도로가 연결되지 않았다.

설령 해안도로가 연결되었더라도 도로를 따르지 말고 죽암해수욕장으로 돌아와 내수전으로 연결되는 트래킹루트를 따를 일이다.

원주민들은 석포동을 거쳐 내수전망대에 이르는 트래킹 루트와 서면쪽 태하등대주변 풍광을 최고로 꼽았다.

내수전전망대를 거쳐 저동까지 내려와서 저동항과 촛대바위를 구경한 다음 울릉중학교가 있는 곳에서 주사곡을 따라 봉래폭포 까지 트래킹하고 돌아 나온다.

지금 공사중이니 머지않아 도동과 저동의 해안산책로가 이어지면 그 길을 따라 해안의 정취를 맛보면서 쉽게 도동으로 갈 수 있겠지만 아직은 미완이니 도동으로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 가거나 주민들에게 물어 산길을 따라 도동으로 되돌아 갈 수 있을 것이다.

도동-성인봉-나리분지-용출소-추산-천부-죽암해수욕장-섬목-죽암해수욕장회귀-석포동-내수전 일출전망대-저동-봉래폭포-도동

도동을 출발한 전체 트래킹 코스는 10시간 이상 소요되겠지만  다리심이 짱짱한 사람이라면 아마도 가장 멋진 추억을 담을 수 있는 울릉도의 실크로드가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셋째 날은 잠 좀 푹 자고 편안한 마음으로 해상관광을 하며 울릉도를 돌아보구 시간이 되면 버스편을 이용해서 태하 등대를 다녀온다.

차를 가지고 들어가는 사람들은 더 알차게 육로관광을 할 수 있겠지만 관광지의 볼거리가 그다지 화려하지 않기 때문에  몸소 트래킹을 하면서 땀으로 느끼는 만족감 만큼은 얻지 못할 것이다.

2일의 일정을 트래킹으로 채우는 것도 다리심 빵빠한 사람들에겐 탁월한 선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오후 한시 배에서 도착하자 마자 성인봉에 올랐다가 나리분지 용출소를 거쳐 추산일가 펜션에서 하룻밤을 보낸다.

둘째 날은 새벽부터 해안도로를 따라 천부-죽암해수욕장-섬목-죽암해수욕장회귀-석포동-내수전전망대를 거쳐 도동으로 돌아오고 오후에는 남양에서 비파산, 남서고분을 거쳐 태하령을 넘어 중리의 해안도로까지 트래킹하고 그곳에서 멀지 않은 성하신당과 항복령 너머의 절경 태하등대도 둘러 본다.

3일째 새벽에는 도동 독도 전망대에서 일출을 감상하고 유람선해상관광과 죽도관광을 함께 묶어서 하거나 해안도로를 산책하며 부두 좌판의 오징어회와 함께 소주한잔 걸친다.

하지만 이러한 트래킹 중심의 여행스타일은 걷는 즐거움과 산행의 즐거움에 빠져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만 유익한 정보가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여행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들이 너무 많다는 데 있다.

자신의 여행스타일에 충실하면서 울릉도를 즐기는 보다 많은 방법이 있을 것이다.

여행은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광속의 시대를 사는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여행지의 정보는 도처에 널려 있다.

클릭한 번으로 얻을 수 있는 무수한 정보의 옥석을 구별해서 자신만의 알찬 여행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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