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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영화

한국영화 리메이크 - 레이크하우스 (이동진영화평)

할리우드는 한국영화를 어떻게 리메이크했나-레이크하우스

 

‘레이크 하우스’가 국내 관객 관심을 끄는 가장 큰 이유는

키아누 리브스와 샌드라 불럭이

‘스피드’ 이후 12년 만에 공연한 작품이라서가 아니다.

할리우드가 한국영화의 리메이크 판권을 사들인 뒤

처음 내놓은 작품이기 때문이다.

 

시카고 시내로 이사간 의사 케이트(샌드라 불럭)는

이전에 살던 호숫가 집에 새로 올 사람에게

자신의 우편물을 챙겨달라는 편지를 남긴다.

그 집에 이사온 건축가 알렉스(키아누 리브스)는

그 편지가 미래로부터 온 것이란 사실을 알고 놀란다.

2006년의 케이트와 2004년의 알렉스는

호숫가 집의 낡은 우체통을 통해

시간을 뛰어넘어 편지를 교환하며 사랑을 느껴간다.

 

알레한드로 아그레스티 감독은

이현승 감독의 ‘시월애’를 존중하며

무난하고 우아한 리메이크 영화를 연출했다.

남자 주인공의 직업이나 전체적 구성이 같고,

어떤 장면은 카메라워크까지 유사하다.

반면 ‘시월애’에 비할 때

두 남녀의 직접적 교류에 좀더 비중을 뒀다.

느슨하고 탄력이 약한 느낌이 없지 않지만,

시카고 도심과 주변 호수 분위기를

잘 살려낸 영상이 안온함을 준다.

 

키아누 리브스는 멜로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듯한 이력을 지녔지만,

일단 등장하면 과묵하면서 낭만적인 캐릭터로

상당한 매력을 발휘해왔다.

친근함을 최대 장점으로 삼아온 샌드라 불럭은

멕 라이언 이후 할리우드 로맨틱 코미디의 한 축을

단단히 지탱해온 배우이다.

‘레이크 하우스’에서 두 사람은

서로를 살려주는 연기를 부드럽게 했다.

편안하다.

 

 

★원작 '시월애'를 만든 이현승 감독님이

‘레이크 하우스’를 보고난 뒤 말한 소감을 따로 붙입니다.

 

"두 영화가 비슷하다고 느낀 사람이 많던데

내겐 다른 점이 많이 보였다.

내가 자연과의 교감 속에서 고독을 그리고 싶었다면,

이 영화는 남녀의 운명적 사랑에 더 큰 비중을 둔 것 같다.

원작에 비해 주인공들 연령이 높아,

미국 대도시에 사는 전문직 남녀가 꿈꾸는

“내 짝은 누굴까”에 대한 멜로적 관심에

중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두 배우는 현실적 캐릭터를 차분하게 연기했다.

이후 계속될 할리우드의 리메이크 작업이

미국에서 한국영화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데

일정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