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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가는 대로

나이들수록 왜 시간은 빨리흐르는가?

 

 

인생의 초입에 서 있는 사람은
강물보다 빠른 속도로 강둑을 달릴 수 있다.
중년에 이르면 속도가 조금 느려지기는 하지만,
아직 강물과 보조를 맞출 수 있다.
그러나 노년에 이르러 몸이 지쳐버리면
강물의 속도보다 뒤처지기 시작한다.


- 다우베 드라이스마의《나이들수록 왜 시간은 빨리 흐르는가》에서 -

 

 

 



점점 세월이 왜 빨리 흐르는지 몰랐다.

세월은 같은 속도로 흘러가고

예전처럼 빨리 달리지 못하는 내가 바라보는 세월의 상대적인 속도감인  모양이다.

내게 남겨져 있을 세월이 자꾸 줄어들고 있으니...

그래 맞다

젊은 시절에는 별로 뒤돌아 보는 일이 없었다.

그때도 그냥 바쁘게 살았을 것이고 나를 취하게한 많은 것들이 있었을 터이다.

연애니 사랑이니 혹은 젊은날의 고뇌와 불안 따위 등 

그 시절에도 나의 마음과 혼을 빼앗고 흔들었던 열정과 시대의 향기가 있었을 터이다.

 

돌아보고 의식할  겨를이 없이 세월은 똑 같은 빠르기로 흘렀을  테고

나는 아주 많이 남겨진 세월을 돌아보고 의식할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나의 시간과 미래는 물 흐르 듯 내 주위에 넘쳐 흘러서 그 수량이 줄어드는 날을

생각조차 하지 못했을 터이니 세월이란 내 관심 밖이었을 것이다.

거기엔 세월을 무시한 나와 나의 삶만 있었을 것이다.

어쩌면 나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서 느리게 가는 세월을 한탄했을 것이다.

 

나이들수록 지난날을 돌아보는 시간이 많아지는 법이다.

삶의 풍랑에 휩쓸려가는 어느날 문득 삶의 무상함이 느껴질 것이다. 

뒤돌아 보는 시간이 많아지기 때문에 지난 시간이 빨리 느껴지고

또 남아 있는 시간이 더 줄어들었다는 생각에  

세월은 더 빨리 흐르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부모님이 돌아 가시고 가까운 누군가가 훌쩍 떠나가면 우린 더 조급해질 것이다.

소리 없이 어느날 내곁을 떠나간 청춘이 서글퍼지고

흐르는 세월이 아쉬워 질 것이다.

어느날 거친 산길을 가다 힘이 턱턱 막힐 때

수년전 그 길을 스치듯 가벼운 발길로 지나간 기억이 살아오면

이젠 늙어 간다는 생각

인생의 좋은 시절이 다 지나가고 있다는 초조감이 산길 내내 따라 올지도 모를 것이다. 

 

 

무릉객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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