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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영화

제11회 부산국제 영화제 - 이래도 안가실래요? (이동진)

五ㆍ感ㆍ滿ㆍ足(오감만족)!

가을의 한 가운데,

10월에 부산을 찾으면

몸의 모든 감각이 일거에 되살아난다.

지쳐 누운 솜털이 한 올 한 올 일어서고,

묵어 퍼진 세포가 하나하나 부푼다.

 

11회 부산국제영화제가

12일부터 20일까지 열린다.

해를 거듭할수록 아시아 최고의 영화제로서

위상을 확고히 하고 있는 부산국제영화제는

영화의 도시로 부산의 이미지를

새롭게 빚어낸 풍성한 잔치가 됐다.

영화제를 계기 삼아

볼거리 많은 이 아름다운 도시의

949.17㎢를 샅샅이 누벼보자.

당신의 오감은 아직 생생하다.

 

◆시각

63개국에서 온 245편의 영화가 당신을 기다린다.

개막작 가을로에서부터 폐막작 크레이지 스톤까지,

저마다의 이야기를 소중히 품고 있는 한 편 한 편이

아홉 밤 여덟 낮을 꼬박 지새며

당신에게 발견되길 고대한다.

금련산에 오르면 해운대에서 저 멀리 서면과 동래까지

한 눈에 들어오는 부산 최고 야경을 볼 수 있다.

몇 해 전 완공된 광안대교 조명이

시시각각 색깔을 바꾸며 자극한다.

감천2동 좁은 골목길을 누비면

원색 페인트를 곱게 칠한 집들이

이국적 풍경을 빚으며 빛깔로 말한다.

 

◆청각

수영만 야외상영관에 가면

부산영화제 로고를 새긴 깃발들이

거센 해풍에 몸을 날리며 아우성친다.

이기대의 소나무 숲길을 걸을 때

바람에 숲 전체가 흔들리는 소리를 듣는다.

송도 해안 절벽에 놓인 철제 다리에 서면

까마득한 절벽 아래로 파도가 철썩이며 부서진다.

토요일 밤엔 요트경기장 내에서 열리는

레이브 파티 행사 시네마틱 러브에 참석한다.

귀청을 찢을 듯 요란한 리듬 속에 맞춰 춤을 출 때

축제의 주말이 깊어간다.

 

◆미각

부산에 간다고 회만 먹을 수 있나.

부산역 근처 상해 거리에서 갖가지 만두를 맛본다.

부평동에선 새콤달콤한 냉채족발을 시킨다.

청사포에 가서 휘영청 밝은 달 아래

조개구이를 씹는다.

범천동에서 먹는 돼지족발은 가볍고 발랄한 맛이다.

가을이 입에서 녹아간다.

 

◆촉각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첫 장면에서

인상적으로 등장한 중앙동 40계단을 오른다.

달맞이고개의 온천 찜질방에서는

황토방 불가마방 아이스방을 번갈아 드나든다.

등줄기에서 기분 좋은 땀방울이 주르륵 미끄러진다.

태종대 유람선을 탈 때는

선장이 따스한 손을 내밀어 일일이 잡아준다.

우레탄 고무로 마무리한

동백섬 산책로는 탄력도 좋다.

다대포 몰운대의 곱고 가는 모래만큼

부드러운 감촉이 있을까.

 

◆후각

해운대역에서 송정역까지 가는

7㎞ 해안철로를 즐기러 기차를 탄뒤 창문을 연다.

한 쪽에선 싱그런 바다 내음이,

다른 쪽에선 소나무 숲의 솔향이

바람을 타고 당신의 코를 간지럽힌다.

보수동 책방 골목을 기웃거릴 때

당신은 묵은 책 냄새를 맡는다.

영화 친구에 등장했던 범일동 삼일극장의 낡은 좌석에 앉으면

퀴퀴한 세월의 냄새가 추억을 불러낸다.

후각이 뇌에서 끌어내는 갖가지 상념들.

 

이래도, 안 가실래요, 부산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