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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

동석산





























































































































































































































동행사진첩 (향기인숙님)












기다리던 눈은 오지 않았다.

큰 눈이 오면 설악산이나 지리산으로 떠날 거라던 나와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이 겨울은 칼바람과 하늘 가득 춤추는 눈 뿐 아니라 그녀에 대한 가슴앓이와 뜨거운 사랑마저 거두어 갔다.

그렇게 그녀는 말없이 떠나갔다.

사랑뿐 아니라 미움도 증오도 남지 않은 아주 낯설고 이상한 겨울….

난 새해 벽두 남덕유산의 차가운 태양 아래서 단 한 번의 뜨거운 포옹으로 그렇게 그녀를 떠나 보냈다.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봄처녀가 조용히 내게로 다가왔다.

푸른 보리와 생강나무 맑은 웃음으로 ….

도솔길 진달래의 수줍은 연분홍 연정으,….

그렇게 설레는 한 주를 보냈다.

이번에는 어디에서 그녀를 만날까?

 

귀연마차는 덕룡의 잔등으로 떠난다.

마땅한 곳이 없으면 그 곳으로 다시 가려했는데

이 봄엔 웬지 아무도 모르게 혼자 그녀를 만나고 싶다.

그녀를 만나러 가는 길

무심했던 나와도 조곤조곤 이야기 나누고 싶다.

 

 

충일에서 진도 동석산에 간단다.

Call

그 옛날 허리를 다친 시절 그 곳으로 떠나는 산친구들을 멀뚱멀뚱 바라보아야 했던 그 산

험한 바위 릿지 길이라 후련한 남해 바다의 조망을 가슴에 담을 겨를도 없이 벌렁벌렁한 가슴으로

노심초사 기어 올라야 한다는 그 길

 

아마 놀랠걸

산귀신 무릉객이 아직 동석산에 올라보지 못했다는 걸 알면?

 

충일까페에 닉네임을 바꾸어 걸었다.

창천(蒼天)

푸를 창 , 하늘 천  푸른하늘

즉흥적으로 지었어도 이 봄에 잘 어울리는 이름이다.

 

내 닉으로 걸어 놓으면 덕룡으로 떠나는 산 친구들이 날 미워할까봐

 

어머님 집에서 고추장을 담그는 비법을 동생과 같이 전수 받았다.

내년부터는 노쇠한 어머님 대신 내가 직접 만들 것이라고

 

새벽 520분에 일어나 이것 저것 춘행을 준비한다.

밥을데워 도시락을 싸고 뜨거운 물을 보온통에 담고.

마눌이 끓여 놓은 미역국을 뎁혀 벅는다.

봄이 오긴 온 게다.

모처럼의 새벽 설레바리와 슬그머니 고개를 드는 여행길의 설레임

근데 미역국 먹고 동석산 암릉에서 미끄러지면 워쩌?

 

635분 시청역 출발이아 65분에 차를 몰고 나왓는데 15분에 둔산 경찰서 뒤 노변 파팅랏에 도착

청사역 집결지에서 홀로 아침체조를 하고 충일호에 탑승

 

와우~~~~!

근데 이건 38인승 완전 우등고속..

거의 럭셔리한 침대차 수준이다.

아침으로 밥한공기와 두유 그리고 빵 1개까지 제공한다.

 

역시 오길 잘했어!

여유롭고 편안한 춘행 길

아는 사람 한 명도 없으니 편안하게 나만 데리고 가면 되는 자유롭고 허허로운 길이다.

바람은 싸하지만 햇빛이 눈부신 봄날..

미세먼지 불청객도 찝적거리지 않는 맑고 청명한 일요일 아침이다.

 

정읍휴게소에 들러 잠시 휴식하고 남으로 가는데 반쯤 드러누워 바라보는 창 밖의 봄 풍경이 정겹기

그지 없다.

 

오랜 칩거였다..

대청호 언저리만 떠돌며 오지 않는 눈을 기다리고 있었던….

봄은 어느 날 갑자기 내 가슴으로 뛰어들었고

나는 부랴부랴 남도로 길을 잡았다….

 

진달래 수줍은 미소로 다가 온 그녀에게 물었다?

떠나면 진짜 출래?

달래면 진짜 다 줄래?

너의 설레이는 가슴과 겨우내 보듬었던 따뜻한 사랑

 

4시간이 넘어서자 배가 고파지는데

갑자기 자다가 일어난 옆사람이 빵을 먹자 배가 더 고파진다.

어디선가 진한 커피향이 날려오고 잠든 차 안은 고요하다.

 

차는 눈부신 봄을 자꾸 뒤로 밀어내며 남도로 달린다.

1020분경 바다를 바라보며 빵을 먹었다.

바다와 도로변에 머무는 봄을 물끄러미 바라 보다가 11시 경이 다 되어 진도에 도착하다.

 

 

산 행 일 : 2019324일 일요일

산 행 지 : 동석산

산행코스 : 하심동동석산 입구- 동석산-석적막산-가학재-작은애기봉-큰애기봉-세방낙조

소요시간 : 4시간

   : 바람시원하고 맑고 화창하다.

   : 나홀로 (충일 28)

 

동석산는 진도 들녘 한가운데 우두커니 서 있는 바위 산이다.

바람은 다소 강했지만 그 결은 이미 봄빛에 부드러워졌다.

산세를 척 보아하니 암릉의 날등이 꽤 거칠어 얼마가지 못해 더워질 것 같아 미리 자켓을 벗어버리고

가벼운 행장으로 바윗길을 차고 오른다.

 

오를수록 시야는 넓어지고 진도의 초록 들판과 바다의 모습이 후련하게 가슴으로 뛰어든다.

맑은 하늘과 시원한 바람

그리고 사위 어느 곳을 둘러보아도 막힘없이 펼쳐지는 대자연의 아름다운 그림들

 

근데 이게 동석산이여?

그 옛날 그 날 등에서 오금이저려 오도가지 못한 처자들이 오줌을 지렸다는 그 산 맞어?

아쉽게도 동석은 야성을 거세당하고 손 발이 포박된 채 고개를 떨구고 말이 없다.

 

어허라

못말리는 세월이고

못말리는 인간들이다.

 

우리의 조급함

그리고 미에 대한 경박한 조예와 안목으로 우린 대자연의 아름다운 그림에 또 그렇게 개칠을 해대고야

말았다.

 

풍류를 모르는 사슴이 메마른 인사들 때문에 우리의 후손들은 성형한 동석과 미세먼지 자욱한 봄을

노래해야 하니 참으로 개탄스럽기 그지없는 일이다.

 

어쨌든 겨울여자를 그리 떠나 보내고 외롭고 울적하던 차

남도의 바다 물길을 따라 올라 헤살거리는 미소로 다가오는 봄처녀와의 1년만의 해후는 설레이고 감미로웠다.

난 동석의 능선에서 변함없는 화사한 미소와 어여뿐 자태로 다가 온 그녀와 히히덕거리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세상은 시도 때도 없이 속삭이며 세뇌할 것이다.

넌 이제 늙었어….

넌 이제 힘이 빠질거야…!”

하지만 개의치 말아라.

너는 아직 짱짱하고 다시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무엇이든 될 수 있다.

단지 세월과 세상의 소리에 신경쓰지 않고 네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면

 

욕심과 욕망의 계단에서 내려오게 한 건 세월이지만

그건 더 늦기 전에 세상에서 잃어버린 것을 찾아보라는 신의 배려

삶이 여유로워 진 건 열심히 살았던 지난 세월의 보상이다.

자유는 확대 되고

삶에 대한 운신의 폭은 이미 줄어들었으니 해골 복잡할 일도 없지 않은가?

 

늙어가면서도 잘 사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자연과 도시를 잘 절충하는 거

따날 때를 잊지 않는 거

 

도시가 갑갑하거나 답답하다는 건 영혼이 자유롭지 못하고 삶의 재미를 잃어 간다는 거

일을 하지 않건 하건 도시는 삶의 단조로음을 보정할 수 있는 많은 유익들이 있다.

그 유익을 활용하지 못하는 건 무언가에 쫒기고 있는 것이다.

 

삶에

세월에

아니면 건강에

 

늙어가는 이들을 위해 도시가 주는 편익이란

가족과 친구

도서관과 책,

영화와 TV, 문화

맛 있는 음식점과 물리지 않는 집밥

 

그 외의 모든 것은 도시를 떠난 자연 속에 있다.

자유

낭만과 황홀한 고독

명상과 사색

건강과 활력

변화와 일탈

감동과 힐링까지

 

도시는 적당한 일과 사람들과의 교감을 통해 심리적인 안정감을 유지케 하고 문명의 이기를 통해

편안함과 안락함을 누라게 한다.

하지만 영혼은 자연에게 맡겨라.

일단 그 곳에 데려다 주기만 하면 내이쳐란 심령술사가 삶의 나머지 것은 다 알아서 해 줄 것이다.

떠나라!   봄이다.

어디라도 !  어디로라도!

 

거친 바위 능선 위에서 갑갑한 가슴이 후련하게 터지고 도시에서 메마른 가슴을 촉촉히 적셔주는

그 무엇이 있었다.

힘들지도 않았고 발걸음은 오히려 가볍고 경쾌해졌다.

봄날의 마법이었다.

나는 동석의 능선에서 거칠 것 없는 시원한 바람처럼 자유로웠다.

 

무수한 봄날의 아름다운 기억들이 나의 발길을 남도로 이끌고 오랜 세월 그 여행길에서 누렸던 삶의

기쁨은 흐르는 세월에도 무뎌지거나 탈색되지 않았다.

마음에 빈 노트 한 장 펼치고 홀로 떠나는 그 단순한 여정이 나를 가장 나답게 만든다.

그것은 내 삶의 빛깔이고 마음의 상태이고 영혼의 자유로움 이다.

어쩌면 아름다운 과거의 기억과 연동된 그 특별한 하루가 나의 삶 전체를 포괄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건강과 행복은 그 작은 것들이 쌓여 이루어 진다.

스스로 행복하다고 느끼는 한 삶은 평화롭고 영혼은 늙지 않을 것이다.

 

동석의 날등에서 구성진 목청으로 봄을 노래했다.

봄을 요리할 수 있는 자유와 시간은 내 수중에 있어서 갈래길에서 갈 수 있는 봉우리는 죄 올라

보았다.

눈에 익숙한 산하의 풍경이지만 처음 대하는 또 하나의 풍경에 대한 호기심은 절절해서 걸어 온

길을 다시 돌아보기도 하고 달라지는 풍경마다 사진을 찍으라 부산했다.

.

지도를 꺼내 보기가 귀찮아 애기봉으로 휘어지는 능선에서 누군가에게 물었다.

여긔가 애기봉 갔다가 돌아와야 하는 갈림길인가?

그 친구는 아무 망설임 없이 그렇다고 애기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돌아 올 길이라 나는 길을 가다가 배낭을 길 옆에 내려 두었다.

그러고 내쳐 길을 가는데 부부산님이 내게 길을 묻는다.

이 길이 하산 길 맞아요?”

아이고 아닌데요. 아까 갈림길 봉우리에서 하산해야 하고 이 길은 애기봉 갔다가 돌아와야 하는

길인데요.”

산길을 훤히 꿰고 있는 것처럼 아는체하는 나.

그리고 하산 시간이 얼마 남지 안았다며 낭패한 얼굴로 되돌아 가는 부부산님!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갈림길과 이정표가 나타났다.

 

에그머니!”

그 곳이 바로 애기봉 분기점이다.

마침 그 곳을 지나는 산님에게 물어 보았다.

우리가 지나 온 앞 봉우리에도 하산로가 있냐고?

거긴 길이 없는데요.”

 

지도를 꺼내 보았다.

무식한 길치가 보더라도 이 지점이 명확한 하산로 갈림길이다.

정확히 말하면 앞 전 봉우리가 작은 애기봉이고 이곳이 큰애기봉 분기점이다.

오 마이 갓!   제대로 난리가 난 거이다.”

시방 내가 무슨 짓을 한 것이여 ?

내 배낭은 그렇다 치고 우야꼬 그 부부산님

 

도찐 개찐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체 하던 그 산님이나

확인도 안하고 그 말을 믿고 다른 사람한테 전해 준 나나

 

별 뾰족한 수가 없어서 내려오는 무리의 사람들을 제치고 숨도 안 쉬고 광속으로 내달렸다.

그리고 작은 애기봉 바로 아래에서 사람들을 헤치고 연어처럼 거술러 올라가던 부부 산님을 따라

잡았다.

죄송하다고 이야기 하고 거기 길이 없으니 오던 길로 다시 가야 한다고 이야기 했다.

두 분은 그 것 때문에 여기까지 다시 돌아왔느냐고 놀란 표정을 짓는다.

 

~~워쩔 수 있나요?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입을 놀린 입방아가 초래한 환란이니 내가 책임을 질 수 밖에

동석 산신령님의 얼차려고 봄날의 한풀이 체조였다...

되돌아 내리는 길에 나의 배낭을 회수하고 갈림길로 다시 돌아왔다.

갈림길 한 켠에 다시 배낭을 내리고 휘적거리며 큰애기봉에 올라 다도해의 낭만에 젖는다.

언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능선은 뱀처럼 급이쳐 다다홰를 향해 흘러 내리고 나는 한 마리 나비처럼 눈부신 봄날을 활공했다.

하산 길에는 낭만적인 시가 바위에 새겨져 있고 운치 있는 팬션에서 감미로운 음악이 흘러 나왔다.

 

한국의 하롱베이로 내려섰다. 홍어 두 점과 두그릇의 순두부를 안주로 바다를 바라보며 막걸리

한 잔을 치면서 즐거운 봄 소풍을 자축했다.

 

안녕 내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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