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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

계룡의 선물 - 황홀한 설경

 

 

 

 

 

 

 

 

 

 

 

 

 

 

 

 

 

 

 

 

 

 

 

 

 

 

 

 

 

 

 

 

 

 

 

 

 

 

 

 

 

 

 

 

 

 

 

 

 

 

 

 

 

 

 

 

 

 

 

 

 

 

 

 

 

 

 

 

 

 

 

 

 

 

 

 

 

 

 

 

 

 

 

 

 

 

 

 

 

 

 

 

 

 

 

 

 

 

 

 

 

 

 

 

 

 

 

 

 

 

 

 

 

 

 

 

 

 

 

 

 

 

 

 

 

 

 

 

 

 

 

 

 

 

 

 

 

 

 

 

 

 

 

 

 

 

 

 

 

 

 

 

 

 

 

 

 

 

 

 

 

 

 

 

 

 

 

 

 

 

 

 

 

 

 

 

 

 

 

 

 

 

 

 

 

 

 

 

 

 

 

 

 

 

 

 

 

 

 

 

 

 

 

 

 

 

 

 

 

 

 

 

 

 

 

 

 

 

 

 

 

 

 

 

 

 

 

 

 

 

 

 

 

 

 

 

 

 

 

 

 

 

 

 

 

 

 

 

 

 

 

 

 

 

 

 

 

 

 

 

 

 

 

 

 

 

 

 

 

 

 

 

 

 

 

 

 

 

 

 

 

 

 

 

 

 

 

 

 

 

 

 

 

 

 

 

 

 

 

 

 

 

 

 

 

 

 

 

 

 

 

 

 

 

 

 

 

 

 

 

 

 

 

 

 

 

 

 

 

 

 

 

 

 

 

 

 

 

 

 

 

 

 

 

 

 

 

 

 

 

 

 

 

 

 

 

 

 

 

 

 

 

 

 

 

 

 

 

 

 

 

 

 

 

 

 

 

 

 

 

 

 

 

 

 

 

 

 

 

 

 

 

 

 

 

 

 

 

 

 

 

 

 

 

 

 

 

 

 

 

 

 

 

 

 

 

 

 

 

 

 

 

 

 

 

 

 

 

 

 

 

 

 

 

 

 

 

 

 

 

 

 

 

 

 

 

 

 

 

 

 

 

 

 

 

 

 

 

 

 

 

 

 

 

 

 

 

 

 

 

 

 

 

 

 

 

 

 

 

 

 

 

 

 

 

 

 

 

 

 

 

 

 

 

 

 

 

 

 

 

 

 

 

 

 

 

 

 

 

 

 

 

 

 

 

 

 

 

 

 

집에서 모처럼 책을 보고 빈둥거리는데 눈이 펄펄 내린다.

~~

눈다운 눈이 안 온다고 불평했드만 입춘이 지나고 봄이 오는 길목에서 난데없이 눈이 내린다.

완전 해갈이다.

11월에 고부기하고 응봉산에서 눈보고

겨울 내내 눈발 한 번 구경 못하다가 운장산에서 겨우 목을 축이나 했는데

지난 주 바람이 세차게 일던 지리산 천왕봉에서 새해의 태양을 마주하고 두껍게 쌓인 눈 위를

거닐고 나서 이젠 미련없이 겨울을 보낼 수 있다고 했는데

오늘은 작심한 듯 눈이 장하게 내린다.

 

 

오후에 들어

날은 더 차가워 지고

눈발은 더 거세진다.

내일은 멋진 눈 세상을 보게 되겠군.”

저녁에 눈을 맞으며 옛추억이라도 들춰보려 했다가

아마도 밤에도 계속 내릴 듯 한 눈이라

내일 출근 전에 계룡산이나 가는 것이 낫겠다.

 

 

다음날 아침

아침 510분에 알람 셋팅

볼일보고, 라면 끓여 먹고

고구마 1개 계란2개 뜨거운 물 1병과 1회용 커피를 준비해서 심설산행을 떠나다.

 

서두른다 했는데도 6시가 넘었다.

길이 미끄럽다.

대둔산도 좋겠다 싶지만 가는 길 시간이 많이 걸리고

3년 전에는 대설 속의 대둔산 눈밭을 원 없이 거닐고 그 시린 설경을 가슴에 오롯이 담았었다.

물론 장대한 눈밭의 사진도 고스란히 블로그에 표구되어 있다.

그 눈 밭의 기억은 처연하고 쓸쓸했다.

마음 한 구석에 쾡한 바람구멍이 나고

퇴직한 후 처음 마주하는 시린 눈이었음으로

 

그러고 보니 퇴직하고 나서는 계룡산 설경을 제대로 본 적이 없네

등잔 밑이 어둡기도 하고 대전에 눈이 눈에 띠게 줄었기도 하고….

 

이 정도 눈이면 교통대란이니 어쩌니 시끄럽고 국립공원들은 또 다투어 통제하겠다.

상관없다.

계룡은 내 안방이고

무릉객 가는 길을 계룡 신령님 말고는 막을 자 아무도 없다.

설마 이 번 겨울엔 다리 몽둥이 부러 뜨리시는 건 아니겠지

 

날이 새고부터 산행이다.

들머리에서부터 멋진 눈밭의 필이 팍팍 온다.

 

발자국 하나 나 있다.

나보다 더 부지런한 사람.

지킴센터에는 사람이 없고 기상특보 출입통제라는 붉은 글씨가 전광판에 디스틀레이 된다.

잠시 주저하다가 바리케이트를 넘어간 흔적이 있다.

 

와우!

엊그제 신들의 세상에 다녀오고

오늘 나는 동화의 나라에 들어가고 있다.

 

누가 이 멋을 알까?

나 말고 누가 또 이 맛을 알까?

 

중간에 한 할머니가 내려 온다.

절에서 자고 내려 오시는 모양이다.

눈밭의 풍경이 하도 화려해서 인사도 건성으로 하는 나 ….

 

잔뜩 흐린 날에 눕발마저 날리더니 배재 코 앞에서

해가 구름 밖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눈 덮힌 나뭇가지 사이로 새로 떠오르는 해를 찍는데

한 아주머니가 내려온다.

 

발자국의 주인공이다.

남매탐까지 다녀 오는데 정말 눈이 장관 이라고….

녹기 전에 빨리 올라 가라 채근한다.

 

나와 동색의 아줌마다.

부지런하고

낭만적이고

소녀 같은 감성을 가지고 있는…..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쌓인 눈만으로 이렇게 황홀해지는 계룡나라.

 

남매탑 암자로 내려가 여장을 풀고 뜨거운 물과 커피 한 잔을 마셨다.

아무도 없는 눈 덮힌 산사에서 혼자 마시는 커피.

 

삼불봉 가는 길

길 위에 아무런 발자국이 없다.

하늘에서 눈발이 날리고 바람은 길 위의 눈을 솟구쳐 눈보라를 만든다.

계룡산의 설화는 삼불봉이 으뜸이라더니 괜한 말이 아니다.

사방에서 들이치고 소용돌이치는 차가운 바람이 피워내는 눈 꽃은 처연하고

장엄하다.

 

가는 내내 가슴이 벅차 올랐다

익숙한 그 길 위에 내린 눈이 새로운 세상으로 가는 비밀의 문을 열어 주고 세상에서 잃어버린

감동을 고스란히 되찾게 한다.

내 가슴은 축축히 젖어 들고 있다.  계룡에서….

 

삼불봉에서 눈 덮인 사위를 조망하고

아무도 없는 나 혼자만의 자연성릉을 또 걷는다.

 

한참 지난 일이기는 하지만

2년동안 계룡산을 쳐다보지 않았다.

어느 겨울날 내 뒷통수를 벽돌로 내리치신 분이 계룡 산신령님이고 내가 나가 떨어진 곳이 내 안

방이라던 계룡산이었다는 어처구니 없는 사실 때문에………

마이크 타이슨이 그랬지

누군나 한 방 쳐맞기 전 까지는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계룡 산신령님의 그 한방으로 꿈에 부풀었던 나의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 갔고 난 악몽 같은

그 날을 견뎌내기 너무 힘들었다.

 

그리고 세월은 바람처럼 흘러 갔다.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 세월은 비로소 소맷부리에 감추어 둔 패를 내게 보여 주었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그 고뇌와 아픔의 시간이 성찰과 성숙의 시간이었음을 깨닫게 되고

 인생만사가 새옹지마임에 고개를 끄덕인다.

폭주기관차는 어느 날 멈추어 섰고 비 자발적인 칩거는 나를 돌아보고 내 주변을 돌아보게 만들있다.

지나고 나니 그 불의의 사고가 다른 소중한 것들의 가치를 일깨우고 내 삶의 균형을 잡아주었다.

나의 허리는 멀쩡해졌고 내 도가니는 여전히 싱싱하다

내 가슴은 여전히 뜨겁고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경이롭고 모험 가득한 세상을 다시 만나고 있다.

 

바람이 휘몰아치는 자연성릉에 서서 온 세상이 백설로 뒤덮힌 계룡나라를 내려다 본다.

팔을 다쳤던 곳에 올라 사위를 돌며 절을 올렸다.

 

언제 또 떠나지 못하게 될지 모른다.

난 이젠 그날이 온다 해도 다시 후회하지 않도록 오늘을 더 잘 살기로 했다.

난 안다

세상이 떠들어 대고 세뇌하는 중요한 가치들이 모두 부질 없는 거란 걸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누리는 많은 것들과 평범한 일상이 행복이란 걸

세상의 희로애락이 모두 작은 가슴에 다 들어 있고

정말 소중한 것은 내 가슴이 느끼고 말하는 것들 이란 걸..

 

 

관음봉 오르는 철게단 아래서 반대편에서 오는 사람을 만났다.

신원사에서 올라 연천봉 관음봉을 거쳐 오는 길이라고 했다.

덕분에 시린 계룡 눈밭에서 내 사진을 남길 수 있었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사이 내 발자국을 따라온 산님 한 분을 또 만났다.

주차장에서 들어가는 나의 모습을 보았고 내 발자국을 따라 왔다고 했다..

청주에서 온 또 한 분의 산님 덕분에 생각지도 못했던 관음봉 인증샸 까지 남기니

오늘 계룡 신령님의 깜짝 이벤트는 놀라움과 감동의 연속이다.

병 주고 약은 벌써 다 주셨는데

오늘 나 혼자만을 위한 특별 공연과 기념촬영까지 준비해 주시니 그 과분한 선물에

몸둘 바를 모르겠다.

 

 

청주 산님은 나를 따라 동학사로 같이 내려가려 한다.

시간이 촉박한 것 같지 않아서 여기서 연천봉이 1km밖에 안되니 그 곳과  등운암 까지 돌아보고

가시라 자세히 길을 안내해 주었다.

정말 운수대통한 사람.

처음 계룡에 들었다는데 오늘 같은 날의 풍경을 만나다니....

하지만 그 역시 제대로 물 때를 아는 사람이다.

 

 

은선폭포에는 제법 굵은 물줄기가 흘러 내렸다.

주변의 얼룩말의 갈기처럼 주변의 거벽에 휘갈겨진 눈위 자취가 자못 웅장하다.

나는 그렇게 신의 정원을 거닐고 다시 인간들의 세상으로 돌아 왔다.

한편의 아름다운 영화를 감상한 듯 진한 감동이 오랫동안 여운으로 남았다..

 

 

동학사

날머리에서 누군가 잡는다

입산통제인데 어떻게 들어가신 거냐고?

올라 갈려다 위험할 것 같아 되돌아 나오는 길이라고 했다.

예 정말 오늘 같은 날은 너무 위험해요

 

동학사에서 부처님께 다시 삼배를 올렸다.

고맙습니다. ”

오늘은 계룡산 신령님이 주신 최고의 선물이었다.

 

 

내게 남겨진 시간과 자유는 망자의 유작처럼 점점 가치와 가격이 올라 갈 것이다.

이젠 무엇을 할 것 인가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신이 가르쳐 주고 자연이 가르쳐 준다.

 

네 안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가슴 뛰고 네 영혼이 춤추게 하는 그것이 바로 네가 할 일이다.”

 

신의 초대장을 받으면 망설이지 말아라

내가 그 날의 제주도 눈을 다시 보기 어려운 것처럼

그 날 인생의 황홀경과 삶의 오르가즘을 느끼게 하는 최고의 풍경과 최고의 순간을 만날지도 모른다.

그것이 평생 보기 어려운 신들의 걸작을 감상할 수 있는 전람회의 초대장 인지도 모른다.!

 

아직 내 인생의 가장 최고의 날은 오지 않았고

가장 멋진 풍경은 아직 만나지 못했다.

네 가슴이 우는 오늘이 바로 그 날 인지도 모른다.

 

2020217 눈 오는 계룡산에서..

 

 


 

대둔산    설경    http://blog.daum.net/goslow/17940318

민주지산 설경    http://blog.daum.net/goslow/17940183

덕유산    설경    http://blog.daum.net/goslow/17940492

남덕유산 설경    http://blog.daum.net/goslow/17940596  

월출산    설경    http://blog.daum.net/goslow/17940498

소백산    설경    http://blog.daum.net/goslow/17940328

속리산    설경    http://blog.daum.net/goslow/17940327

계방산    설경    http://blog.daum.net/goslow/17939886

한라산    설경    http://blog.daum.net/goslow/179396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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