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49제 (45) 썸네일형 리스트형 천붕 14일 째 - 아버지 일기 2009년 4월 25일 (토) 주은 병원을 가는 길은 늘 우울하다. 잘 드시는 삼계탕과 죽을 쑤어서 아버님을 뵈러 다녀왔다. 아버님은 이젠 내게도 존대말을 하신다. 어머니는 몰라볼 때도 마지막 까지 난 알아봐 주시더니 지난 번 면회 때부터 존대말을 하시기 시작하셨다. 그래도 중간에 이러저런 말을 걸면 조금 기억이 살아 나시는 듯 반말로 돌아오시더니 이번에 처음부터 끝까지 존대말을 쓰신다. 복지과장이 날 보며 이사람 누구냐고 물으니 망설이듯 ‘우리아들’ 이라고 하시는데 주야장창 존대말을 쓰던 은비엄마한테도 ‘딸’이라 하신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기억력 마저 바람에 날린다. 드시는 건 여전히 잘드신다. 간간히 정신이 돌아오면 입버릇처럼 하시던 “이래 살아 뭐하나? 니들 고생 안 시키려면 내가 빨리 죽어야지.. 천붕 13일 째 - 예지몽 예지몽 흉몽과 길몽이 있다. 깊은 잠을 자는 것이 가장 좋긴 하지만 잠이란 여러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데다 특히 심리 적인 상황에 따라 그 심도나 시간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가끔은 꿈을 꾸게 된다. 어느 날은 정말 기분 좋은 꿈이라 꿈에서 깨어난 것이 아쉽기도 하고 또 어느 날엔 가는 뒷 맛이 영 개운치 않거나 꿈이었음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경우도 있다. 태어남에 관한 꿈이 존재하듯이 세상과의 작별을 암시하는 꿈도 존재하는 지 모르겠다. 어쨌든 꿈이란 심리적인 상황의 반영 임은 그동안 꾸어 온 꿈을 통해 분명히 느끼고 있지만 그 꿈이 영적인 세상과 연결되거나 또 다른 힘에 의해 미래의 상황을 암시할 수 있는 영혼의 창이 될 수 았는 지 여부는 분명치 않다. 하지만 인생을 살아가면서 그런 느낌의 꿈.. 천붕 12일 째 - 어머니가 씌워 준 효자 탈 엄마가 씌워 준 효자 탈 아픈 산양의 새끼가 이동하는 무리를 따라 가다가 주저 앉았다.…. 무리들은 다 떠나 버리고 남아서 슬프게 바라보고 핥아 주는 건 그 산양의 어미다. 포식자가 나타나면 산양은 숲에서 나와 다리를 절뚝 거리며 다른 쪽으로 걸어간다. 어미는 그렇게 아픈 새끼를 위해 생명을 내던진다. 빗 속을 모자가 걸어간다. 한 손에는 우산을 들고 한 손에는 아이의 가방을 들었다. 비는 점점 억수같이 쏟아지고 어머님의 우산은 자꾸 아이에게 기울어 진다. 비 오는 날 아이는 사탕을 먹으며 걷고 어머니는 그렇게 조금씩 우산 밖으로 밀려난다. 어머니는 그렇게 우산 밖으로 밀려가는데 아이는 사탕만 먹고 있다. 세월은 그 때부터 어머니를 밖으로 떠밀고 세상의 아들들은 세월의 파도에 밀려가는 어머니를 물끄러미 .. 천붕 11일째 - 봄비 약속해요 이 순간이 다 지나고 다시 보게 되는 그 날 모든 걸 버리고 그대 곁에 서서 남은 길을 가리란 걸 인연이라고 하죠 거부할 수가 없죠 내 생애 이처럼 아름다운 날 또 다시 올 수 있을까요 고달픈 삶의 길에 당신은 선물인 걸 이 사랑이 녹슬지 않도록 늘 닦아 비출게요 취한 듯 만남은 짧았지만 빗장 열어 자리했죠 맺지 못한대도 후회하진 않죠 영원한 건 없으니까 운명이라고 하죠 거부 할 수가 없죠 내 생애 이처럼 아름다운 날 또 다시 올 수 있을까요 하고픈 말 많지만 당신은 아실 테죠 먼 길 돌아 만나게 되는 날 다신 놓지 말아요 이 생에 못한 사랑 이 생에 못한 인연 먼 길 돌아 다시 만나는 날 나를 놓지 말아요 봄비가 내리네 엄마 자다가 일어 나니 밖은 캄캄한데 들창을 두드리는 봄비 소리가 잠자던 .. 천붕 10일 째 - 맑은 슬픔에 관하여 맑은 슬픔에 관하여 …. 우리 삶에는 기쁨 뿐이 아니라 한 줌의 슬픔과 눈물 또한 필요하다. 그 서러움의 바다에 잠겨보아야 비로소 행복과 기쁨의 가치를 알게 된다. 어머님 댁에서 자고 아침에 일어나서 친숙한 아침프로 그램을 보면서 눈물이 났다. 오랫동안 잊었던 눈물이…. 모정의 뱃길 1956년 이야기다 . 여수 앞바다 외딴섬 가장도에 사는 박승이 여사(당시 35세)는 자신의 딸을 여수에 있는 초등학교에. 보내기 위해 6년간 하루도 빠짐 없이 노를 저어 학교에 보냈다. 파도가 잔잔한 날은 1시간 파도가 거센 날은 1간 30분 노를 저어 딸을 등교 시키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 시부 모와 시할부모를 봉양하며 살림을 하고 밭일을 하다가 다시 딸을 데리러 갔다. 딸은 선착장에서 또 한 시간을 걸어 학교에 갔다. 뱃.. 천붕 9일째 - 엄마 오늘은 나 보러 오셨나요? 엄마 오늘 나보러 오셨나요? 오늘은 동강에 갔네 엄마 젊을 때. 자주 갔던 곳 요즘 가는. 산악회. 고문인 백두대간 친구기 산행대장을 한다구 하고 마음도 둘데 없이 허전해서 그 산에 가기로 했네. 엄마는 늘 입버릇처럼 말했지 이젠 힘든 산은 그만 가라고… 그리고 친구랑 같이 가고 혼자 가지 말라고 …. 나이 들어 위험하고 살 너무 빼면 보기 싫다고.. 엄마가 아픈 때에도 그리 빠대고 댕겼는데 청개구리처럼 엄마가 가시고 나서야 3주를 산에 가지 않았네… 맞아 엄마! 세상의 자식들은 다 불효자고 청개구리야 …. 엄마 오늘은 나 한테 왔지? 보라색 동강 할미 꽃을 처음 보았는데 엄마를 만난 것 같았어 절벽가에 무리지어 피어난 몇 송이 꽃 그. 절벽 난간 한 켠에서 고개도 숙이지 않고 당당하게 피어난 그 꽃의 .. 천붕8일째 -어머니의 숙제 인생은 허무하다 ㆍ 그 숱한. 죽음들이 내 곁을 지나갔다ㆍ 내가 죽은자의 빈소를 찾는 건 죽은 자를 애도함이 이니었다 ㆍ 살아 있는 상주를. 위로하기 위한 것도 이니었다 ㆍ 사실 친구의 슬픔이 어땠는지도 알지 못한다 ㆍ 아니 상관 없었다 단지 내가 친구를 이렇게 생각하고 또. 마음 쓰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우리는 좋은 친구고 앞으로도 좋은 친구여야 한다 ." 나는 상투적으로 물었을 뿐이다 어떤 병이었는지 ? 병석에 오래. 계셨는지 ? 고생은 많이 안하셨는지 ? 장례식장에서 짧은 시간 대화를 할 수 있거나 아니면. 장례식이 끝나고 나중에 안부를 교환할 때 인사치레로 물었을 뿐이다ㆍ 돌아가신분이 회사동료나. 거래처면. 얘기는 더 달라진다 ㆍ 그건 이렇게 말하는. 거다 "나 오늘 왔어요 내가 이렇.. 천붕 7일째 - 아름다운 시절 아름다운시절 부엌에서 아궁이 불 때는 냄새가 좋았다. 한 여름 호롱불 아래 밥을 먹을 때 마당에서 태우는 모깃불 덤불 향을 아직 기억한다. 어머니가 대전으로 올라 가기 전 5살 이전 시골에서의 기억이 어렴풋이 남아 있는 게 있다. 외할머니 돌아가셨을 때 누구의 등 엔가 업혀서 상여를 따라 산길을 오르던 기억 할머니 등에 업혀 마실 댕기던 기억. 그리고 다섯 살 때 까지 젖을 먹었는데 어느 날 하루 놀다가 돌아 오니 어머니가 젖에다가 빨강 물감을 칠해 놓고 이젠 젖을 먹을 수가 없다고 하시는 통에 마당을 구르며 울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열차를 타던 기억이 있다. 배웅하던 할머니를 떨어지지 않으려고 울던 기억 어머니한테 가면서 할머니 보고 울다가 막상 할머니 한테 가서 어머니가 손을 흔들면 또 머니한테 .. 이전 1 2 3 4 5 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