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

(5338)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이원규 )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이원규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천왕봉 일출을 보러 오시라삼대째 내리 적선한 사람만 볼 수 있으니아무나 오지 마시고노고단 구름 바다에 빠지려면원추리 꽃무리에 흑심을 품지 않는이슬의 눈으로 오시라 행여 반야봉 저녁노을을 품으려면여인의 둔부를 스치는 유장한 바람으로 오고피아골의 단풍을 만나려면먼저 온몸이 달아오른 절정으로 오시라 굳이 지리산에 오시려거든불일폭포의 물 방망이를 맞으러벌 받는 아이처럼 등짝 시퍼렇게..
2006년 7월 신선골주유기 ( 신선봉-금수산-망덕봉-소용아릉) 어느날 전혀 의도되지 않은 변화와 파격이 갑작스런 희열을 가져오기도 한다.그 희열은 전염성이 강하다.우중산행을 각오하고 나선 길에서 예기치 않은 기쁨과 아름다움을 만난다.지 지난주 장대한 비를 지리산에서 만났고지난주에는 계룡의 주 능선에서 비대신 이슬과 나뭇잎에 고인 빗물에 흠뻑 젖었다.안개가 오락가락하는 인적이 없는 능선을 거친 호흡으로 흐르다 황적능선의아래 계곡에서 비에 불어나 차가운 물에 몸을 내 맡기고 나서뼈에 사무치는 차가운 물이 시간이 흐르수록 따뜻하게 느껴짐이 놀라웠다.나혼자 남겨진 계곡에서육체의 땀을 씻어 내면서 정신까지 맑게 정화되는 느낌은 참으로 황홀한 경험이었다.마르기가 무섭게 비에 젖는 등산화를 보며 마눌은 중독이라 했고 나는 살아가는날의 새로운 변화와 기쁨이라고 했다. 산행지 ..
먼저 웃어라 내가 먼저 웃어 보인다고 상대방도 내게 웃어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는 세상에 우리가 산다.산길에서 내가 먼저 반가운 인사를 건네면 인사를 받아주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먼저 웃고 산길에서 먼저 인사를 한다. 이젠 지천명의 나이를 벌써 지났고 내 귀가 순해지는 이순도 훌쩍 넘었다.세월이 나를 낡아가게 했지만 또한 조금은 깊어 지게 한다.이젠 나의 호의에 대한 상대방의 반응으로 내 기분이 달라지지 않는다.아니 내가 먼저 웃고 먼저 인사하면 내 기분과 마음이 그들 보다 먼저 웃는다.상대방이 웃음과 인사로 답하면 그의 우호적이고 좋은 기운이 나의 기쁨을 더 고양시킨다.설령 그가 웃지 않고 인사를 받아주지 않아도 이해하고 그것이 세상에 던진 나의 기쁨을 철회하지 않는다.그가 나를 보고 웃지 ..
이순 이순 세상이 시끄러운 게 어디 못나고 못 배운 사람들이 많아서 인가?잘나고 잘못 배운 사람들이 많아서 이지 남 얘기 들을 생각도 안하고 자기 얘기만 목청 높이고 핏대 세우며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이지 말을 배우는 데는 2년 경청하는 걸 배우는 데는 60년 걸린다고 했다. 이순이란 타인의 어떤 말이 거슬리지 않고 어떤 말을 들어도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는 관용의 경지를 말함 인데 나의 이순은 오래 전에 벌써 지나버렸다.내 귀기 순해 졌는가? 아직도 듣기 보다는 먼저 말을 하려는 마음이 앞서고 사방의 거슬리는 소리가 여전히 마음을 어지럽히고 어느 날 내 안에 숨어든 간자는 날 선 비수로 나의 가슴을 찌른다. 귀는 나이와 더불어 순해지지 않고 세상사 도리와 이치에 가까이 다가 감이 그리 쉬운 일..
HIOF 여름 회동 고교친구들 여름모임HIOF카톡방에서 의견일치가 이루어지지 않아 과감히 여름 회동을 패싱했다ㆍ내 독단으로….날도 더운데 위기투합하지 않는 우정이란 별 재미 없을 거란 얘기 아닌가? 모임에 대한 애착이 가장 큰 황찬이 몇 번을 전화를 했다ㆍ그리고 7월초 번개 회동 제안친구들의 일정을 획인하고 내게제안 했다ㆍ내가 대전 내려가는 시간에 맞춘 금요일 회동 일정수원 평택 사는 친구들이 열차로 내려와서 저녁한끼하면서 술 한잔 치고 부랴부랴 올라가겠다는 건데 어짜피 대전 내려가는 내가 시간을 낼 수 없다고 할 수 있는가?대전역에서 6시에 만나 시원한 지하도를 따라 대전도심을 구경하고 대흥동 월산본가에서식사하는 일정을 공지 했다ㆍ나는 문막에서 시외버스로 내려와 으능정이 거리에서 합류 했다ㆍ봉규는 부인과 서울갔다가..
7월의 대청호 요즘 날씨가 너무 무더워 원거리 출정을 포기했다ㆍ큰 산의 계곡으로 떠나는 차편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가장 시원할 새벽을 패싱하고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는 시간대에 맞춰 도착해서 가장 뜨거운 시간에 산을 오르기 시작하는 것이 왠지 내키지 않았다 ㆍ조사장이 하나은행 현직 지점장 친구와 같이 수통골을 타자는 제안이 있었는데 일정이 있다고거절했다ㆍ충대 영문과 출신이고 나이도 7~8살 어리고 산행초짜라는데 인적 네트웍을 쌓아갈 필요가 있는 나이도 아니고 산꾼도 아닌 동행이 편안 할리가 없다 .“즐거운 시간 되세요 ㆍ”자다가 잠결에 추워서 선풍기를 너무 세게 틀었나 했는데 열어놓은 창문으로 차가운 바람이 불어 들어온 탓이었다ㆍ“가을이 벌써 가까워 오는가?” 오늘을 일찍 뒷동산을 타고 점심 때 내려올 생..
유체이탈 유체이탈 ! 송서(宋書)의 기록에 따르면 종병(宗炳)은 여행을 아주 좋아하는 사람이었다.그는 평소에 안가 본 곳이 없을 정도로 온 나라를 돌아 다녔는데 한 번 여행을 하면 몇 달이고 집에 돌아오지 않는 것이 예사였다.하지만 뭐든지 과하면 모자라는 것만 못한 법.종병은 여행을 너무 많이 다니다가 병을 얻고 말았다.집으로 돌아온 뒤 그는 자리에 누워 이렇게 한탄했다.“천하의 명산을 다 보기도 전에 나는 늙고 병이 들어 버렸구나!”하지만 그는 곧 마음과 생각을 가다듬었다..그런 뒤 그는 누워서 천하를 여행하기 시작했다.밖으로 직접나갈 수는 없지만 대신 생각으로 여행을 떠난 것이다.그는 자신이 평생 가보았던 곳을 생각으로 다시 가본 뒤, 이를 그림으로 그렸다.나중에 그는 지인에게 “가락을 지어 거문고를 켜면 에..
하늘이 맑고 바람이 좋은 날 - 설악 수렴동 계곡 2005년 6월 5일 깨달음의 길은 그렇게 먼 곳에 있는가?속세와 봉정암의 거리처럼….. 스쳐지나 가는 모든 것이 스승이고 화두라고 했다.사바세상의 수 많은 번뇌와 망상을 떨치고 아해의 순수한 마음으로 돌아 가 궁극의 기쁨에도달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불심의 경지그 무수한 스님들이 고행과 참선으로 통해 찾으려고 했던 것들은 무엇이고 평생의 수행을 통해 깨달음을 찾은 분들은 몇이나 될까? 칠순을 넘긴 할머니는 어둠이 깨지 않는 새벽 길을 열며 눈 덮힌 백담사 계곡길을 걸어 올라 컴컴할 때 봉정암에 도착해서 부처님께 불공을 드린다.한 아주머니는 러셀도 되지 않은 무릎까지 빠지는 눈길을 올라 삭풍이 에이는 사리탑을 닦아내고 눈덮힌 계곡에 새들의 먹이를 놓는다.교통사고로 다리가 불편한 아주머니는 300번이나 넘게 봉정암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