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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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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국을거닐다 - 선운산 가을이 깊어 갔다. 그리고 세월은 늘 그렇듯이 아무 아랑곳 없이 흘러 흘러 나이테를 하나 더 긋기 위해 이제 달랑 한 장의 달력만 남겨 놓았다. 바람에 다 떨어지고 간들 간들 흔들리는 한 장의 나뭇 잎처럼….. 처음엔 조사장이 가을1박여행으로 선운산을 타고 풍천장어아 복분자 뒤풀이를 제안했을 때는 영 마뜩치 않았다. 해발 500도 안 되는 산인데다가 풍천장어는 비싸긴 해도 한 마리 반이면 찍이다. 장어란 느끼해서 많이 못 먹는 데다가 내 경우에는 장어보다는 회나 소고기가 한 수 위다. 그리고 고창은 가까운 거리라 선운산을 타고 장어먹구 당일로 돌아올 수 있는 거리다. 선운산을 위해 휴가까지 쓰는 것도 그렇고…. 그래서 난 월출산을 꺼내 들었다.. 아직도 가을의 잔해가 널려 있을 월출산…. 늘 봄에 떠나는..
마이산 만추 원래는 정읍의 두숭산에 가렸더니 마눌이 진안 모래재 메타세콰이어 길을 가보고 싶다고 했다. 근데 워뜨케 그것만 보러 진안에 가냐고? 기름 값도 올랐는데 “메타쉐콰이어 찾아 왕복 세시간 “은 경제적 논리에 한참 위배됨을 역설하며먼저 마이산으로 차를 몰다. 마이산은 늘 멀리 강정리에서 암릉 능선을 넘나들며 탑사까지 주유하여 남부주차장 으로 내려오는 6시간 코스를 주로 타다 보니 남부주차장 원점회귀 코스는 오히려 생소하다. 3시간 30분 정도 소요되는 거리라는 건 알고 있는데 천천히 4~5 시간은 충분히 소화하던 마눌이 이제 산 길을 점점 기피하는 통에 마이산 정도 산행도 인자 눈치가 보인다. . 후다닥 산행을 마치고 돌아 오는 길에 메타세콰이어 길도 돌아볼 계획이었는데 산행을 마무리하고 내려오는 5시 해는 ..
대둔산 새벽 일출 산행 11월이다. 마음이 바빠지는 가을! 그런데 그렇게 쫓기는 기분은 들지 않는다.. 일주일에 4일은 나와 만나고 혼곤히 나의 자유를 누린다. 하지만 주말엔 꽤 바쁘다. 사색과 명상의 시간이 많아 지니 주말의 지나친 바쁨이 그렇게 두서 없거나 황망하진 않다. 요새 내 인기는 내 젊은 날 보다 더 많다. 심리적인 코로나 해빙과 함께 여기저기서 나들이 안 할 거냐고 난리다. “ 이 친구들아 나 겁나 바뻐!” “친구들과 술을 한 잔 치되 술 값을 하고 먹자 !” 나의 변함없는 철학은 그 동안 친구들과의 모임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불감청이언 고소원이라 친구들도 말 많아진 노인들의 술자리에 지루하던 차 흔쾌히 동조했고 우린 그렇게 만남의 체질을 개선하고 그 묘미에 빠져들어 즐거운 시간을 보내 왔다. 그러니 모든 모..
북바위 산의 아름다운 가을 북바위산 쌓기는 어려워도 허물어 뜨리는 건 하루 아침이다. 죽이 맞고 마음이 맞는 친구가 산을 좋아하게 되어서 너무 기뻤는데 어쩌면 우리는 남은 인생 길을 더 즐겁게 걸어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불과 4개월 만에 친구의 체력은 산과 멀어져 있었던 그날로 다시 돌아 갔다. 정말로 완벽하게…… 그 몇 개월 동안 무슨 일이 있었을까?. 엄하사는 그 어려운 조령산행에서도 흔들림 없는 짱짱한 체력을 과시했고 올 여름 이슬봉 산행에서도 시종 즐겁고 여유로운 산행을 이어가며 산행 내내 기쁨에 들 뜬 모습이었다... 우린 금요일 저녁에 문막에서 만나 소주 3병과 담근 술 몇 잔을 마셨다.. 술을 좀 마시긴 했지만 술 탓 만은 아니다. 엄하사의 마음이 어지러웠다. 광교산을 거르지 않고 늦은 저녁에도 수원 천변을 걸으며..
칠갑산 바람 맛 어느 새벽 바랍 물던 날에 친구와 함께 갔지만 난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지 아니 말을 잃었어 친구는 바람을 앞서 가고 나는 바람과 함께 걸었지 아마도 취기가 올랐던 거 같아 난 몽롱해진 채로 그 길을 걸었어 나는 이른 아침의 맑은 공기에 취하고 비 온 후 축축히 살아나는 숲의 향기에 취하고 아무도 없는 새벽 산길의 고요에 취했어 아니 내 말문을 막고 내 정신을 혼미하게 한 건 바람이었어. 오늘은 내 마음 한 가운데로 불어어가기로 작정이라도 한 듯 산 길 처음부터 정상을 돌아 계곡 아래로 내려설 때 까지 그렇게 나를 위해서만 불어 주었던 거야. 마치 바람이라도 난 듯 친구와 함께 와서 친구를 잃어버리고 친구를 잃어버렸다는 사실도 잊어 버린 채 나는 그렇게 콩밭 언저리를 불어가는 바람의 유일한 연인이었네 이..
천등산의 재발견 천등산 재발견 셰월이 아주 많이 흘러 갔다 ·· 늘 숨쉬듯 밥먹듯 자연스런 산인 데도 지척에 있는 천등산을 다시 오르기 까지 나는 세월에 푹 곰삭아가며 경천동지하는 세상의 흔들림을 수도없이 겪어내야 했다 · 어쨋든 세상의 무수한 산들은 파헤쳐 지고 산과 자연이 황폐해지는 만큼 인간의 삶도 건조하고 팩팩해져 갔다 ·. 넌 늙어 봤냐 ? 난 젊어 봤단다 ·· 내가 세상 앞에 내세울 건 그것 하나 뿐인 줄 알았는데 또 있다 ·· 넌 돌아 보았냐 ? 아름다운 금수강산 ? 나는 돌이 봤단다.· 그 아름다운 세상들 ··· 내 절은 날의 나와 오늘의 내가 분명히 다른 만큼 내 젊은 날의 자연과 오늘의 자연 또한 너무 다르다 · 그 사실은 나무처럼 사계절을 산과 숲에서 보낸 사람들은 다 안다 ·· 가딩님 블로그의 천등..
아! 설악 화채능선 추석연휴가 바람 같이 지났다. 제사 지내고, 어머니 모시고 형제들과 어울리다 보니 3일이 훌쩍 지나간 거다.. 제사를 준비하는 사람이 줄어들어 바빠지고 형제들과의 야외에서 어울리는 시간을 늘이다 보니 나의 시간은 대폭 삭감 되었다. 격세지감이다. 추석이면 어김 없이 새벽 산행을 떠나 일출을 보고는 했는데 이제 추석연휴 3일 중에 나의 시간은 없다. 내 영혼의 보충산행 추석명절 잃어버린 나의 시간을 되찾기 위한 후보지 선택에 골몰했다. 집으로 가는 길목 유난히 파란 하늘을 이고 서 있을 절벽 바위 위 청솔이 보고 싶었다가 마지막 날 갑자기 행선지를 바꾸었다. 화채능선 불현듯 가을에 마음이 공명했다. 창틈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차가워 졌다 · 나는 잊고 살아도 내 가슴이 잊지 못하는 계절 그리고 갑자..
2021 추석 패밀리 모임 코로나가 세상의 흐름을 바꾸었다. 마치 신의 경고인 듯 코로나는 우리 삶을 돌아 보게 한다. 하고 싶은 것 지금 해라. 세상의 정글에는 수 많은 지뢰가 매설되어 있다. 너는 익어가지만 낡아 가는 중이다. 세월이 너를 언제든지 고장나게 할 수 있고 갑자기 너의 내일이 사라질지도 모른다. 보라 ! 이젠 코로나까지 너의 삶을 통제한다. 너의 태평성대를 누려라! 행복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세상이 세뇌하는 가치들에 너의 영혼이 흔들리고 세상의 소음에 마음의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일 뿐 더 이상 걱정과 두려움을 침소봉대하고 너의 행복을 발로 차지 마라 행복은 늘 공기처럼 네 주변을 흘러 다닌다. 그건 눈으로 찾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찾아 가는 것이다. 착각하지 마라 행복은 인내와 고행의 물레로 자아서 내일 하루 ..